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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18화


눈이 뒤덮여 있는 건물이었다. 정육면체의 겉모양에,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야 이건… 건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돌덩이는 더더욱 아니고….”

그때, 지크는 온몸의 신경을 모두 집중했다. 자신 말고서 또 다른 생물체가 이 근처에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신경과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동물들이 인간을 보고서 그 인간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지크도 그 생명체가 자신에게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다…!’

기의 방향이 너무나도 빨리 바뀌고 있었다. 굉장한 수준의 상대라고 지크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뒤에 남겨둔 일행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상대는 한 명… 그녀석도 내가 자신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안다….’

지크는 천천히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상대방도 역시 이동하고 있었다.

‘그래… 누가 더 빠른지 해보자 이 녀석…!’

그와 동시에 지크의 모습이 잠시 흐려졌고 그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주위의 눈이 순간 휘날렸다. 지크의 모습이 사라지자, 잠시 후 다른 그림자가 숲에서 공중으로 솟구쳤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듯했다. 그때, 그 그림자의 뒤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쳐왔다. 지크였다.

“이 자식! 나하고 장난을 쳐!! 어디 맛 좀 봐라!!!”

그림자는 당황하며 몸의 방향을 바꾸려 했으나 지크의 잡기가 더 빨랐다. 지크는 그림자의 허리를 뒤에서 꽉 잡은 채 몸을 틀어 머리를 아래로 향하였다. 그대로 지면에 처박을 생각이었다. 아마 이 정도의 높이라면 척추가 부서지는 건 물론이요 온몸의 뼈가 흐트러질 것이 뻔했다. 지크는 인정사정없이 그대로 지면에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만해!!!”

그림자의 목소리를 들은 지크는 깜짝 놀라며 손을 약간 위로 향해보았다. 반응은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무, 무슨 짓이야!!!”

지크는 몸을 다시 틀어 그림자의 둔부를 손으로 받치고 몸을 올려 양손으로 안은 채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림자는 빠르게 지크에게서 떨어졌고 지크는 그대로 그림자를 추격했다. 얼마 못 가서 그림자는 지크의 손에 붙들렸고 지크는 거칠게 그림자의 두건을 벗겼다. 그림자는 강하게 저항했으나 힘에서는 지크에게 딸리는 듯 그만 지크에게 자신의 두건을 내맡기고 말았다. 지크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이잉?! 진짜 여자잖아!!!”

두건이 벗겨진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포기한 듯 소리쳤다.

“흥, 지금 날 붙잡아 봤자 소용이 없어! 너희들의 동료는 내 동료들에게 붙잡혔을 테니까!!”

지크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고 그는 그녀의 멱살을 잡고서 소리쳤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우, 우웅…!”

세레나는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천천히 눈을 떴다. 뒷머리가 무엇에 얻어맞은 듯 심하게 아파왔다.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선 세레나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횃불 하나가 타고 있는 돌로 된 감방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리카와 클루토가 같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기절해 있는 그들에게 회복 마법을 써주려고 시도했으나 마법이 나오질 않았다. 어떠한 주문도 이 감방의 안에선 통하지가 않는 듯했다.

“이, 이를 어쩌지?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저 보살펴 주는 수 외에는….


지크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끌고 그 이상한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여기인가? 너희들의 소굴이.”

소굴이란 말을 들은 그 여성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곳은 신전이다, 제국을 쓰러뜨릴 여신께서 잠들어 있는 신전이라고!!!”

지크는 잡고 있는 그녀의 팔을 더더욱 비틀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 여신이고 귀신이고, 내 동료들을 건들면 그땐 빛 보는 게 끝이다…! 자, 입구가 어디인지나 불어.”

그녀는 팔이 꺾이는 고통에 신음하면서 반대쪽 팔로 입구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곳인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크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쳐서 기절시킨 후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입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입구를 찾은 지크는 기절시킨 여자를 입구의 안에 눕혀놓은 뒤, 안으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신이라고…? 제국을 쓰러뜨릴? 쳇, 이놈의 제국인가 뭔가는 인기관리를 못하는가 보군….”

이래저래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던 지크는 피 비린내가 풍겨오자 코를 막으며 냄새가 풍겨오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했지만 꽤 오래된 피 냄새라서 그런대로 안심할 수 있었다.

“뭐가 안심할 수 있다는 거야… 피 냄새인데.”

그래도 일행이 죽었을 염려는 없지 않은가.

“다 같은 생물이라구. 죽기를 좋아하는 생물이 어디 있겠어?”

어쨌든 지크는 계속해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빙빙 돌면서 갔다고 생각이 들 무렵,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지크는 지겨운 듯 한숨을 쉬면서 그곳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철컥.

“어라?”

지크의 발밑이 슬쩍 들어가고, 그의 머리 위로 흙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트랩이 분명했다. 지크는 그대로 한 발짝 물러나며 주먹에 기를 돌리고 그대로 자신이 눌렀던 바닥을 내리쳤다.

“타아아앗!!”

콰직!!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지던 흙먼지가 멈추었다. 지크는 슬쩍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구 모양의 돌덩이가 그의 머리 위에서 바로 멈춰 서 있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주먹에 묻은 돌가루를 털어내었다.

“쳇, 기계장치가 아닌 전자 계통의 함정이라니, 의외로 발전한 곳인데?”

지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외에는 별다른 함정 같은 건 있지 않았다. 굉장히 긴 계단이 있을 뿐이었다.

“젠장! 왜 이리 길어!!!”


클루토와 리카는 얼마 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세레나는 모두가 무사하자 그런대로 안심했다.

“아, 지크는요?”

클루토의 물음에 세레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지크의 상황을 알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 글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여기에 가둔 자가 있는 이상, 죽을 확률은 아직 적다는 것이야. 우린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구나….”

리카는 몸을 푹 굽히고 앉아 가만히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한 리카는 처음 본다는 듯 클루토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뭘 봐 클루토.”

말투는 변한 것이 없었다. 클루토는 한숨을 내쉬며 바닥을 바라보고 말했다.

“… 리오가 구해줄 확률은 적겠지요…?”

“으응….”

세레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용히 있던 것이 거의 한 시간이 될 무렵, 그들의 귀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색… 음악 소리였다. 이런 음침한 곳에서 이런 맑은 음색이 왜 나오는지 그들도 알 수가 없었다.

“이, 이건…?”

“들어본 적 있어, 클루토는?”

클루토는 리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마법 학원 스승님께서 들려주셨었어. 하지만, 300년 전의 의식 음악이라고 들었는데…?”

세레나도 이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들어본 적이 있어. 300년 전에 여신을 찬양하는 의식에 쓰이던 음악이라고 말이야.”

“여신? 무슨 여신이요?”

그때, 감옥의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발자국 소리인 것 같았다. 곧 문이 열리고, 감옥 밖의 환한 빛이 일행의 눈을 괴롭혔다. 그리고 큰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아, 나오너라 침입자들. 여신께서 너희들을 원하신다….”

리카는 이때라는 듯 벌떡 일어서서 거한에게 달려들었다. 감옥 안에 들어올 때 이들의 무기 등은 하나도 압수한 것이 없어서 가능했다.

“하아앗!!”

그러나 거한은 피하기는커녕, 리카의 검을 잡고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그들의 동료인 듯한 또 다른 거한들이 들어와 리카는 옆에 끼고, 클루토와 세레나는 이상한 수갑으로 결박한 후 감옥에서 끌고 나왔다.

“어,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요!!”

세레나의 물음에 거한은 조용히 대답했다.

“… 여신께서 너희들을 원하신다고 하지 않았나….”

클루토는 알 수가 있었다. 거한의 말은 십중팔구 제물이라는 소리였다. 감옥에서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수갑이 자신들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었다.

“아… 지크!!”

클루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들에게 희망은 그길 하나밖에 없어서였다. 그들은 긴 복도를 통해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지크는 계단의 끝이 보이자 한숨을 쉬며 계단에 걸터앉았다.

“으… 이 계단의 설계자를 만날 수 있으면 그 녀석의 턱을 날려버리겠어!!”

그야말로 엄청난 계단이었다. 지크 자신이 예전의 세계에서 걸어보았던 계단의 숫자를 모두 더해도 이 계단만큼은 못 할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계단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어? 뭐야 또 이건?”

계단에서 내려와 앞을 바라본 지크는 앞에서 불어오는 냉풍에 깜짝 놀랐다. 이런 지하에서 온풍이 불면 모를까 냉풍이 부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지크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 보았다. 그의 앞에는 서리가 하얗게 붙어있는 거대한 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와우, 굉장한 냉장고인걸? 무슨 얼음덩이라도 보관하고 있나 보지? 그건 그렇고 여신인가 뭔가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신전이면서 여신은커녕 여자 조각도 없으니….”

그가 문 앞으로 다가가자, 희미한 음이 그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꽤나 높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 꺼내주세요….」

지크는 흠칫 놀라며 엉겁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응!? 뭘 꺼내?”

지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지역에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 나도 늙었나? 환청이 들리네….”

「… 제발… 꺼내주세요….」

확실한 목소리였다. 지크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설마 하면서 문에 대고 얘기를 해 보았다.

“거, 거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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