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24화
리오는 바이론을 쉽게 쓰러뜨리고 앞으로 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힘의 비례로 볼 때, 현재의 자신과 바이론의 힘은 똑같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자신의 일행이 위험하다는 소리였다.
“… 여기서 널 죽일 생각은 없다, 아니, 죽일 수도 없겠지, 완전히는 말이야… 그러나,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후후후후훗… 신만이 우릴 완전히 죽일 수가 있지. 그것도 조물주급의 신만이… 자아, 이런 얘기는 집어치우고, 어서 싸우자 리오 스나이퍼. 난 굶주려 있었단 말이야… 하하하하하!!!”
리오에게 있어서 방법은 단 두 가지, 바이론을 최대한 빨리 쓰러뜨린 후에 일행을 구하러 가던가, 아니면 바이론의 눈을 속이고 일행을 구하러 가던가였다.
“좋아, 바이론. 배부르게 해 주지…!”
리오는 디바이너를 빠르게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하였다. 바이론도 다크 팔시온을 오른손에 기이한 형태로 든 채 자세를 취하였다.
‘그때까지 버텨줘라 메이린, 히렌… 제발…!!’
크리스를 비롯한 일행은 가만히 앉아 리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오가… 괜찮을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랑 싸운다고 했는데….”
메이린의 걱정하는 모습과는 달리, 히렌은 리오가 진다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설마 내 스승이 죽기야 하겠어? 맞죠, 크리스?”
크리스는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크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히렌은 갑자기 크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움찔하며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 저것은…!?”
일행의 시야에 들어온 거대한 곤충과도 같이 생긴 그 미확인 부유물체는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오더니, 곧 적당한 거리에서 멈추어 서서 하단부에 있는 덮개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섯 대의 검은색 메탈재킷이 역 추진 장치를 이용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부유물체는 곧 사라져갔다.
“거, 검은색 메탈재킷!? 그렇다면 저들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특수 기갑부대…?”
다른 메탈재킷보다 훨씬 개량된 장갑과 기동력, 그리고 화력을 갖추었다고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지고만 있던 그 정예 메탈재킷들이 단 세 명의 인간들을 없애기 위해서 출동한 것이었다. ‘적당히’ 보다는 ‘확실히’를 좋아하는 황제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역 추진 장치를 백팩 안에 집어넣고서 바로 일행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머신건 공격은 메이린이 미리 쳐놓은 보호망 덕분에 막을 수는 있었지만 한 대가 몸통으로 보호망을 밀고 들어오자 결국 그것도 간단히 깨어지고 말았다.
“아, 이런! 개인 보호망을…!!”
메이린은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주문을 외워 일행에게 다시 보호망을 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보호망을 친다고 끝나는 일은 아니었다. 이 넓은 길에는 메탈재킷의 엘리마이트 빔은커녕 머신건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은폐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메탈재킷은 양 어깨에 붙어있는 엘리마이트 빔포를 꺼내어 일행에게 조준했다.
“어, 어떻게 하지 히렌…?”
메이린은 히렌의 팔을 붙잡고 거의 목이 메인 상태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히렌이 저 다섯 대의 메탈재킷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히렌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크리스는 조용히 메탈재킷들을 돌아다 보았다. 두 대의 메탈재킷이 일행의 뒤에 있었고, 세 대의 메탈재킷이 일행의 앞에 있었다. 다섯 대 모두 어깨에 있는 엘리마이트 빔포에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상태였다. 크리스는 자신의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다시 한번 찡그린 후에 결심한 듯 아이들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바이론과 리오는 역시나 호각이었다. 암흑의 속성을 몸에 지니고 있는 바이론의 힘은 가즈 나이트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강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이론은 힘을 다 내지 않고 리오를 적당히 상대하고 있었다. 그가 전투 전에 말한 대로, 그는 리오가 일행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었다.
“… 자아, 더 힘을 내거라 리오 스나이퍼, 이래서는 여자와 아이들을 구하러 가지 못한다… 후후후후후…!”
분명히 리오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리오가 노리고 있는 건 단 하나, 일격필살이었다. 죽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바이론을 쓰러뜨릴 정도의 공격을 성공할 수 있다면 최대의 속도를 내어 일행을 구하러 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와라… 바이론…!’
아무리 가즈 나이트라고 하더라도 행동이 정해진 것은 보통 검술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얼마만큼 행동이 다양하느냐, 그 행동의 연결 속도가 어느 정도냐가 다를 뿐이었다. 물론 그것이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지만….
리오는 정신을 최대한으로 집중하고 바이론의 검을 쳐다보았다. 굉장히 빠른 공격이어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 녀석! 제대로 하지 않겠다면 난 약속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리오가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만을 하고 있자 바이론도 짜증이 난 듯 굉장한 힘이 실린 수직 베기를 리오의 머리에 내리꽂았다.
“와라앗!!”
수직 베기… 바로 리오가 기다리던 바이론의 공격이었다. 리오는 더욱 빠른 속도로 디바이너를 옆으로 휘둘러 바이론의 검을 튕겨낸 후, 그대로 검을 돌려 바이론을 내리쳤다. 카운터 공격, 치고 베기였다.
파아앙!!
“아, 아니!?”
리오는 디바이너가 어느 사이에 다크 팔시온에 막혀 있자, 흠칫 놀라며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바이론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다크 팔시온은 어느새 그의 왼손에 바뀌어 들려져 있었다.
“후후후후… 전투력은 네가 나보다 앞설지는 몰라도, 난 너보다 50년 빨리 태어났다. 카운터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했나 보지? 하하하하하…!!”
바이론은 자신의 검이 리오의 검에 튕겨진 순간, 그 힘을 역이용해 검을 등 뒤로 돌려서 오른손에서 왼손에 바꾸어 들어 디바이너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계획이 깨어진 리오는 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바이론이 바라는 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리오가 자세를 다시 취하자, 바이론은 광소하며 다크 팔시온을 오른손에 들었다.
“아하하하하하!!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어서 싸우자, 리오 스나이퍼!!!”
리오는 200년 만에 처음으로 기적이라는 것을 속으로 빌었다. 기적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그의 신조가 약간 흔들린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리오는 검에 힘을 넣고 바이론과 정면 대결을 펼쳐나갔다.
히렌과 메이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서, 시간이 없어!”
놀랍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크리스였다. 언제부터 수화를 했냐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랑랑하게 아이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히렌은 저기 보이는 작은 돌에, 그리고 메이린은 반대편의 돌에 내가 신호하면 전력으로 질주해, 난 신경 쓰지 말고!”
히렌과 메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정신을 집중하여 메탈재킷의 아이 렌즈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메탈재킷에서 사용되는 자동 목표물 조준 장치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1초라도 틀리게 된다면 아이들과 자신의 몸은 엘리마이트 빔에 의해서 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 지금이야!!”
크리스는 아이들을 양쪽에 떠밀다시피 하고 나서 자신은 양팔을 교차시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이들이 발사 순간에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자, 자동 조준 장치와 발사 장치의 신호가 엇갈려 엘리마이트 빔은 멋대로 뿜어져 나가게 되었다.
푸웅!
다섯 대의 메탈재킷에서 발사된 엘리마이트 빔은 건너편의 메탈재킷을 정확히 맞추게 되었고, 메탈재킷 네 대는 순식간에 폭발하여 고철로 바뀌어졌다. 히렌과 메이린은 약간의 타박상을 제외하고는 무사했지만, 크리스는 중앙의 메탈재킷에서 발사된 엘리마이트 빔을 정면으로 얻어맞고 연기에 싸여 보이지 않고 있었다.
“크, 크리스!!!”
메이린이 크리스의 이름을 외치며 연기가 가득한 곳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히렌이 그녀를 붙잡고 소리쳤다.
“가지 마 메이린! 크리스는 우리에게 어서 도망치라고 그런 거야! 아직 메탈재킷은 한 대가 남아있다구!!!”
메이린은 히렌의 턱을 팔꿈치로 후려쳤고, 히렌은 자신에게 일어난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라며 바닥에 쓰러졌다. 메이린은 눈물을 흘리며 히렌에게 소리쳤다.
“… 언제부터 히렌이란 내 친구가 이렇게 겁쟁이였지? 내가 아는 히렌은 이렇지 않았다구! 난 그런 히렌이 좋아서 그 폐허가 된 마을에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그러나…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히렌은 단순한 겁쟁이일 뿐이야!!!”
히렌은 멍하니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메이린은 이를 악물고 메탈재킷을 쏘아보고 있었다.
“없애버릴 거야! 크리스 언니를…!!”
치지지직.
순간, 정체불명의 스파크 소리가 그들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들의 뒤편에 희미하게나마 푸른색의 스파크가 사람의 그림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히렌과 메이린은 가만히 그곳을 바라보았고, 아직 남아있는 메탈재킷은 다시 한번 엘리마이트 빔을 히렌과 메이린에게 조준하였다.
“하아아아아앗!!!”
검을 이용한 리오의 연속 공격이 바이론에게 작렬했고, 바이론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그 공격을 정신을 집중하여 막아내었다. 공격이 끝난 리오는 다시 뒤로 물러섰고, 바이론도 검을 다시 잡으며 자세를 취했다. 두 사람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후후후후… 역시 강하구나 리오 스나이퍼, 허나, 아무리 강하더라도 부족한 것이 아직 있어… 후후후후후….”
그러나 리오에겐 그런 말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리오는 계속해서 바이론에게 공격을 퍼부었고, 바이론은 입을 다물고 반격을 개시했다. 무슨 말을 하던지, 리오의 귀엔 바이론의 말은 쓰레기로 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