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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26화


리오는 서서히 팔에 힘을 가하였다. 그대로 크리스를 내리칠 기세였다.

“… 할 말이 그것뿐인가…?”

그의 낮은 음성을 들은 크리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한참 동안 크리스를 내려다본 뒤에, 한숨을 쉬며 검을 내렸다.

“후우….”

그가 검을 치우자, 메이린과 히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리오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디바이너를 다시 집어넣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굉장히 옛날에 들은 적이 있어요…. 어쨌든, 오마 장군 크리나 바리하이크란 사람은 검이 부러지며 죽은 거라고 해 두지요. 그리고 그를 없앤 사람은 저라고 해 두고요. 자, 일어서요 크리스.”

리오는 주저앉아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크리스는 리오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였다.

“전…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제가 어떻게 리오에게 도움을 받겠어요….”

리오는 그 말을 듣고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씨익 웃으며 크리스의 어깨를 살짝 잡아 그녀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몸이 들려진 크리스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무방비 상태가 된 크리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으읍…!?”

리오에게 기습적으로 입술을 빼앗긴 크리스는 황당한 눈초리로 리오를 바라보았고, 그 광경을 본 메이린과 히렌도 리오의 그런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앗, 첫 키스죠? 어쩐지 미숙하다 했어… 하하핫.”

얼굴이 달아오른 크리스는 웃고 있는 리오를 밀치고 나서 어쩔 줄 몰라했고, 리오는 기지개를 한번 켠 후에 일행에게 말했다.

“자아, 이제 출발해야지? 수도는 아직도 멀었다고!”

히렌과 메이린은 다시 예전과 같아진 리오의 말투를 듣고서는 다시 환한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아이들의 등을 살짝 쳐준 리오는 뒤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크리스에게 예전과 같이 말했다.

“어, 안 갈 거에요? 시간이 많이 지연돼서 오늘은 노숙할지도 모른다고요. 어서 가요 크리스.”

“아… 예.”

크리스는 뒤로 돌아서서 아이들에게 향하는 리오의 뒷모습을 잠시간 본 후에, 자신의 얼굴을 약간 차가워진 손으로 살짝 어루만진 후 일행을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멀찍이 사라진 뒤에, 메탈재킷이 있던 자리엔 바이론이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간 방향을 바라보고 중얼댔다.

“후후후후… 그 분이 명령하신 일은 하나가 완수되었군. 그럼, 다음에 보자 리오. 그때까지 살아있기를… 하하하하핫!”

사라져가는 바이론의 웃음소리와 함께, 잠깐의 전투가 있었던 도로는 다시 조용해졌다. 메탈재킷의 잔해와… 네 조각이 되어버린 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4장 [크리스의 진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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