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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34화


프시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곧 허공으로 치솟았고, 그 빛에 닿은 하늘은 검은색으로 변색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구멍이 뚫어지는 것이라 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세레나는 쓰러진 클루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탄환이 급소를 빗나가 있어서 치료는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할 것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치유 주문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클루토의 몸에 박혀있던 탄환은 마법의 힘에 의하여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의 상처가 얼마간 회복되었을 즈음, 프시케의 이상한 힘이 만들어낸 허공의 구멍에선 거대한 무언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빛에 둘러싸인 그 물체는 곧 형태를 갖추며 프시케의 앞에서 정지했고, 프시케는 다시 한번 그 물체에게 빛을 쏘여 원래의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 곧, 물체에서는 기다란 팔과, 다리와, 꼬리, 그리고 머리가 튀어나왔고, 그것을 본 클루토는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 소환술…!?”

형태를 완전히 갖추게 된 그 생명체는 프시케의 앞에 서서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가만히 있었다. 프시케는 여전히 빛을 뿜어내며 그 생명체에게 말했다.

“… 다 없애버려…!”

그 명령을 들은 그 생명체는 자신의 몸 색을 검은색으로 바꾸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대령은 뒷걸음질을 치며 메탈재킷에게 명령했다.

“뭐하나! 엘리마이트 빔을 저 괴물에게 돌려라!”

메탈재킷의 허리 부분이 180° 회전하며 포구를 괴생명체에게 맞추자, 생명체는 입을 벌리고 한껏 포효했다. 그러자 입에서 드래곤의 브레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화염이 메탈재킷에게 뿜어졌고, 그것을 맞은 메탈재킷은 곧 진흙처럼 변하여 녹아내렸다. 그것을 본 메탈재킷의 탑승자는 곧바로 엘리마이트 빔을 발사했고, 네 대의 메탈재킷이 뿜어낸 엘리마이트 빔을 맞은 괴생명체는 곧 빛에 휩싸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 아니…!?”

생명체는 긁힌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상태였다.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듯했다. 그 생명체는 곧바로 미친 듯이 브레스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메탈재킷들은 장난감처럼 부서져 나갔다. 메탈재킷을 모두 부순 생명체는 눈길을 군인들에게 돌렸고, 군인들은 각자의 무기를 이용해 생명체를 공격했다. 그러나, 총도 소용이 없었다. 그 생명체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한 탄환들은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생명체는 다시 한번 브레스를 군인들에게 뿜기 시작했다.


리오는 황급히 망토와 디바이너를 장비한 뒤에 여관을 나섰다.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색의 구멍을 그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성수’라는 것이 고작 소환수란 말이야? 어쨌든 빨리 가보자!”

그는 비호같이 몸을 날려 지붕들을 뛰어넘으며 언덕 위에 위치한 병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때, 리오의 뒤쪽 거리에서 폭발음이 들려왔으나 리오는 개의치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예언’이라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들! 모두 없애버리겠다!!”

지크는 몸의 기전력을 있는 대로 뿜어내며 자신을 가로막는 메탈재킷을 한대씩 부숴나갔다. 병원에서 내려옴과 동시에 이들과 마주친 지크는 오늘이 분명 앳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메탈재킷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12대나 박살 낸 상태였는데도…. 그 때문에 지크는 완전 흥분한 상태여서 공중에 나타난 검은 구멍을 볼 상황이 아니었었다. 메탈재킷들을 광장으로 몰아붙인 지크는 그곳을 가득 매울 정도로 많이 모인 메탈재킷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제엔장, 진짜 신나는 날인데…?”


브레스를 맞은 군인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프시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대령은 무전으로 황급히 광장 주변에 모여있는 메탈재킷 40대를 부르려고 했으나 어떤 ‘전기적 영향’ 때문에 무전이 교란되고 있었다. 곧 대령의 앞에 생명체가 섰고, 대령은 눈을 감으며 자신의 모자를 벗었다.

“… 로하가스 제국 만세…!”

그때, 거대한 광선이 생명체를 빨아들였고, 생명체는 엘리마이트 빔을 맞을 때와 달리 비음을 내며 쓰러졌다. 대령은 광선이 뿜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한 소년이 무릎을 굽힌 채 손을 앞으로 내뻗고 있었다.

“하아, 하아…!”

클루토는 마법력이 다 떨어진 듯 숨을 몰아쉬었고, 세레나가 그를 부축하여 다시 회복 마법을 사용해주기 시작했다.

“클루토….”

리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클루토를 바라보았고, 클루토는 다시 몸을 일으키며 프시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런… 큰일이에요, 소환한 사람이 정신을 잃으면 소환수는 그대로 폭주하여 난동을 부리게 돼요. 막아야 해요, 저라도 막아야…!”

그러나 클루토의 정신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고, 말도 제대로 잊지를 못한 채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코메트를 직격으로 맞은 생명체는 클루토의 말대로 이성을 잃은 듯 일행에게 눈을 돌렸고, 세레나는 방호망을 펼쳐 괴물이 되어버린 생명체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독감에 의해 정신이 가물가물한 상태이었으므로 방호망의 방어력도 한층 떨어져 있었다.

“바, 반드시 와줄 거야…!”

세레나는 희미한 정신상태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곳 근처에 반드시 있을 거야, 분명 우리를 구해줄 거야…!”

그러나 몇 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방호망은 깨어지고 말았고, 일행은 충격에 뿔뿔이 튕겨져 날아갔다. 소환수가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목표물은 자신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클루토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클루토에게 접근한 환수는 클루토를 들어 올리고 입을 벌렸다.

“쿠우우우우…!”

세레나는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특기인 갓스펠을 쓰려고 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크, 클루토…!”

“오호… 듀폰이었잖아? 이 녀석도 환수계에 있었나 보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일행의 귀에 들려왔다. 모두는 눈을 번쩍 뜨고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성수인데 왜 몸이 시커멓게 변한 걸까? 그쪽도 오염이 심각한가? 후훗.”

듀폰이라 불린 환수의 등에 탄 채로,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 리오는 디바이너를 천천히 뽑아들며 듀폰의 등허리를 발로 힘껏 내리쳤다. 듀폰은 괴로운 듯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질렀고, 그 사이에 리오는 클루토의 다리를 잡고 있는 듀폰의 팔을 자르고 클루토를 구출해 내었다.

“이런 이런… 잠이 들었군. 오래간만에 만나는데 말이야….”

리오는 클루토의 다리를 잡고 있는 듀폰의 팔을 잡아 떼며 그를 일행이 있는 곳에 데려다 놓았다.

“아니,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거 미안할 정도네요 세레나 양, 그건 그렇고 괜찮아요? 다친 것 같은데…?”

오래간만에 사람을 만난 태도는 아니었지만, 세레나에겐 더없는 재회의 인사였다. 그녀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하지 못하고 리오에게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리오는 망토를 펄럭이며 뒤로 돌아섰다. 그와 눈을 마주친 듀폰은 공격을 하려다가 멈추고 약간 뒤로 물러섰다. 리오는 씨익 웃으며 디바이너를 움켜쥐었다.

“쿠아악!!”

듀폰은 빠르게 입을 벌려 브레스를 리오에게 쏘아대었고, 리오는 망토의 끝을 잡고 강하게 휘둘러 브레스를 공중에 분산 시킴으로써 듀폰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었다. 듀폰의 눈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고, 리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듀폰에게 강하게 돌격해 들어갔다.

“차아앗!!”

리오의 빠른 공격을 받은 듀폰의 몸은 왼쪽 어깨에서부터 북부까지 상처를 입었고 피 대신 흰색의 빛이 상처에서 흘러나왔다. 리오는 계속해서 듀폰에게 추격기를 날리려고 했지만 갑자기 듀폰의 몸이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오는 방심하지 않고 일행들 가까이로 돌아갔다. 곧, 듀폰의 몸을 이루던 빛들은 그의 앞에서 하나로 뭉쳤고 몸에 난 상처와 잘라진 팔은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이런…!”

상처가 회복된 듀폰은 아까보다 더 강하게 공격을 개시했고 리오도 이번에는 약간 밀리는 듯했다. 그는 양손에 기를 모아 듀폰을 강하게 밀쳐낸 후에 자세를 가다듬었다.

“쳇, 직접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진짜였군. 좋아, 그렇다면…!!”

리오는 디바이너를 땅에 박아놓고 양손에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설마 하는 눈초리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리오의 양손 앞에 클루토가 코메트를 쓸 때 사용했던 거대한 빛의 마법진이 그려졌고, 리오는 양손을 앞에 모아 주문을 전개했다.

“가랏!! 4급, 코메트!!!”

양손에서 방출된 코메트의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마법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클루토가 사용한 것과는 크기와 위력이 비교가 되질 않았다. 합쳐진 거대한 빛줄기에 휩싸인 듀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라져 갔고, 듀폰의 뒤에 위치하던 숲들도 무언가가 쓸고 지나간 듯 사라지고 말았다. 리오는 양손의 마법진을 거두며 다시 일행을 돌아보았다. 리카와 클루토, 세레나는 긴장이 풀어진 듯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도 따라온 거야? 녀석들….”

리오는 두 소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리카는 결국 리오에게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고 클루토도 오랫만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세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에게 둘러싸인 리오를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젠장, 40대나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어라…?”

언덕을 힘겹게 뛰어 올라오던 지크는 리오가 일행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이 녀석 어딜 갔었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었다.

“이거 보면 모르냐? 메탈재킷 40대를 박살내고 오는 길이다. 어쩔래?”

리카는 지크가 메탈재킷 40대를 박살내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서 역시 어지간히 괴물들이라 생각했다. 지크는 일행들을 보다가 문득 잊은 것이 있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 뭘 찾는 거야?”

리오의 질문에 지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프, 프시케가 없어졌어!!”

분명히 실신해 쓰러져 있던 프시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지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메탈재킷의 잔해에 걸터앉았고 일행은 지크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리오는 지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멀리 가진 못했을 거야. 근처에서 마법력이 느껴지진 않았거든. 나뉘어서 찾아보도록 하자.”

지크는 그 말을 듣고서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 프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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