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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38화


“… 크으윽…!”

지크는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고 허리를 굽혔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남과 동시에 그의 손 사이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내렸다. 지크는 천천히 시선을 올려 자신을 벤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너, 넌…!?”

검은 모자의 사나이… 바이론은 가신의 검, 다크 팔시온에 묻어있는 지크의 피를 땅바닥에 털어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기억이 안 나나 보군 애송이… 후후후후후. 그건 그렇고, 내가 접근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나? 내가 알기론 지크란 녀석은 가즈 나이트 중 가장 빠른 녀석인데 말이야…. 잡념이라도 있었나 보지?”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다시 폈다. 그의 상처는 벌써 지혈이 된 상태였다. 보통의 인간으로선 상상하지 못할 강한 회복력이었다.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야, 혈색 없는 녀석….”

지크의 말을 들은 바이론은 자신의 모자를 벗으며 피식 웃어 보였다.

“입은 아직 살아있구나… 어쨌든, 넌 나를 못 이겨. 옛날이고, 현재고, 미래고….”

지크는 두 개로 나뉘어진 무명도를 다시 움켜쥐고 자세를 취하며 턱을 위로 까닥거렸다. 도발을 하는 것이었다.

“훗, 그건 붙어봐야지 아는 거 아니냐?”

바이론은 입고 있는 흑색의 코트를 벗어 던지자마자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지크에게 공격해 들어왔다. 다크 팔시온의 음침한 검광이 하늘을 가로질렀고, 지크가 가진 두 개의 무명도 역시 푸른색의 호선을 하늘에 그리며 그에 대적했다.

“하아앗!”

파아앙!

자신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순간적인 일격을 가한 지크는 자신의 공격을 바이론이 너무나 간단히 막아내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현재 기전력을 거두고 있다 하더라도 보통의 인간은 당해내지 못할 힘이 담긴 일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풋, 어린 녀석… 그 잘난 기전력인가 뭔가를 빨리 끌어올려 보시지….”

그러나 지크는 기전력을 방출하지 않고 다시 떨어져 바이론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빈틈도 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가즈 나이트라고 지크는 생각했다.

“이 녀석, 그렇다면 끌어올리게 해 주지…!”

“흐읍!”

지크는 그때의 공격을 솔직히 보지 못하였다. 그에게 담겨있는 생존 본능이 그의 무명도를 끌어올린 것이었다. 간발의 차로 바이론의 공격을 막아낸 지크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후후훗… 확실히 잡념이 있어, 가즈 나이트끼리의 대결에선 잡념이란 금물일 텐데 말이야….”

“이, 이 자식!”

지크는 바로 떨어져서 몸의 기전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스파크가 언제나처럼 지크의 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바이론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그래, 바로 그거야… 잠재 능력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리는 그 능력… 나와 리오 녀석에겐 필요 없는 것이지만 정말 멋져… 후후훗.”

기전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린 지크는 다시금 바이론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속도와 힘에서 차원이 틀린 공격이었지만, 바이론은 개의치 않고 잘 받아내었다.

“다 성장한 너완 처음 대결하는 것이지만, 옛날과 다를 바가 없구나 지크… 후후훗. 그럼 이제부터 내가 간다….”

파앗!

지크의 붉은 재킷의 어깨 부위에서 두 줄기의 검광이 스치고 지나가자, 검붉은색의 선혈이 공중에 튀었다. 공격을 받은 지크는 그만 팔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고, 방어 자세조차 취하지 못하고 말았다. 바이론은 혀를 차며 다시 검을 거두었다.

“무엇을 생각하나 지크. 여자인가…?”

지크는 순간 눈을 부릅뜨고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바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조소를 보냈다.

“후후후후훗… 우습군. 가즈 나이트 주제에 여자를 생각하다니 말이야. 하긴, 그게 촉매가 되어 100%가 넘는 힘을 발휘할 때도 있으니까 좋기는 하겠지. 그러나, 정신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생각하는 건 좋지 않아, 후후후후….”

그 말을 듣고 있던 지크의 몸에선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기전력이 뿜어져 나왔다. 어깨에서 흐르던 피도 어느샌가 멈추어가고 있었다. 바이론은 움찔하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호, 호오… 굉장한데? 이제야 붙어볼 만 하겠….”

순간, 바이론의 가슴에는 두 개의 검광이 교차했고, 그의 가슴에선 피가 분출되었다. 그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무명도를 들고 살기를 있는 대로 뿜어내고 있는 지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껏 감상해라 입이 더러운 자식, 이것이 가즈 나이트 중 가장 빠른 스피드니까 말이야…!”

바이론의 얼굴에선 결국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검을 든 채 요기가 풍기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선 검은색의 암흑 투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암흑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힘이었다.

“겨우 바람 따위가 나의 강대한 어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바람’도 여기서 끝이다 애송이…!!”


리오는 잘 알고 있었다. 빛이 있으므로 열이 있고, 열이 있으므로 바람이 있는 것이다. 만약, 빛이 완전히 없어 진다면 열도 없어질 것이고 바람도 없어질 것이 확실했다. 가즈 나이트 간의 관계도를 보아도 그러했다.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슈렌은 바람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지크와 무속성인 자신과는 가깝게 지내도 별 탈이 없지만, 물의 속성을 가진 가즈 나이트나 암흑의 속성을 가진 바이론과 붙어 있으면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에 지금 느끼는 기가 바이론이라면, 지크의 힘이 어느 수준을 넘지 않는 한 바이론을 절대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젠장, 그 녀석은 대체 목적이 뭐야!”

외곽의 폭발 이후에, 시간은 꽤나 흘러가 있었다. 리오는 있는 힘을 다해 도시를 향하고 있었지만 가즈 나이트끼리의 대결은 단시간 내에 승부가 가려지는 것이어서 자신이 중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도시의 부서진 성벽에 도착했을 때, 리오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 아니…!?”

그의 눈앞에는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에 의해 복부를 관통당한 지크의 모습이 들어와 있었다. 리오는 눈을 부릅뜨고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이, 이 자식!!”

바이론은 지크의 복부에서 검을 빼고 리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싸늘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호오… 왔느냐 리오 스나이퍼? 미안하지만 지금은 너와 대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바이론의 상의에도 엄청난 양의 피가 배어 있었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이나, 출혈을 보아하니 바이론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넌 나와 싸울 시간도 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파견된 메탈재킷 부대가 지금쯤은 너의 일행들을 찾아내었을지 모르거든? 후후후후… 그렇다고 이곳을 내 뒤에 있는 메탈재킷들이 쉽게 떠나보내지는 않을 거야. 크으윽… 유감이지만 난 여기서 작별을 해야 하겠군. 나중에 수도에서 또 볼일이 있을지 모르겠군, 리오. 후후후… 하하하하하!”

바이론은 광소를 남기며 마법을 이용해 어디론가 사라졌고, 리오는 지크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하며 상태를 물었다.

“지크! 괜찮은 거야!”

지크는 복부를 움켜쥐고 한껏 피를 토한 뒤에 입을 힘겹게 열었다.

“… 난… 괜찮아. 하지만 저 재수 없는 녀석은 정말 강하더군. 그건 그렇고 저 고철덩이들이 우리를 노리는 것 같은데…?”

아까 전보다 많아진 메탈재킷을 보며 지크가 말을 마치자, 리오는 그를 어깨에 들쳐매려고 하였다.

“쳇, 세레나 씨에게 데려가면 치료해줄 거야. 그때까지만 참아라 지크.”

그가 막 떠나려고 할 때, 행동이 둔해진 그에게 메탈재킷의 엘리마이트 빔이 스쳐 지나갔다. 확실히 누구를 업었을 땐 동작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아 들고서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 날 내려놔라 리오.”

리오는 지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그에게 소리쳤다.

“뭐!? 이 녀석이 무슨 헛소리야! 우리들이 아무리 가즈 나이트라고 할지라도…!”

지크는 스스로 몸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아무리 다쳤기로서니 저 녀석들을 못 막겠어? 그리고 아직은 싸울 정도는 된다. 너라도 어서 일행에게 돌아가! 그들에게 몇 대가 올지 모르잖아! 어서!!”

그러나 리오는 머뭇거릴 뿐이었다. 현재 지크의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행의 일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날 믿지 못하겠냐?”

지크는 무명도를 다시 들며 리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리오는 입술을 깨물며 지크에게 자신의 기를 약간 나누어주고 뒤로 돌아섰다.

“… 꼭 와야 한다, 지크…!”

리오는 곧바로 일행을 향해 다시 뛰어갔다. 지크는 자신의 눈가에 묻어난 피를 닦아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안해, 프시케….”

지크는 왼팔에 힘을 넣어 보았다. 리오가 넣어준 기 덕분에 약간의 기전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오너라, 고철덩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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