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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44화


“하아아…!”

샤오린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 정도로 놀란 그녀는 지크의 시체가 천천히 일어서는 것을 보고서 결국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샤오린은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대자 의식을 되찾고 눈을 떠 보았다. 마지막으로 표시한 시체인 지크가 자신이 눈을 뜨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꺄아압!”

그녀가 소리를 치려고 하자 지크는 얼른 그녀의 입을 그의 손으로 막으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샤오린은 지크의 손이 따뜻한 것으로 보아 시체가 아님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고서 몇 가지를 물었다.

“초면에 실례가 많은데요, 밖에 제국군 병사가 있나요?”

“네에… 두 명이 있는데요.”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윽…!”

도중에, 그가 복부를 움켜쥐며 비틀거리자 샤오린은 놀라며 그녀의 직업 의식을 발휘하였다.

“어머, 다치셨나요? 상처가 있다면 보여주세요!”

지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셔츠를 가슴까지 올려 바이런에게 당했던 상처를 보여주었다. 한 뼘에 약간 못 미치는 상처 자국이 근육으로 다져진 지크의 복부에 그려져 있었다.

“상처가… 약간 크군요.”

샤오린은 얼굴을 붉히며 지크의 상처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지크는 시선을 위로 고정한 채 그녀의 손길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상이 깊어요. 외상은 거의 치료가 된 상태이지만… 어서 밖으로 나가서 치료를 받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샤오린이 문을 열려고 걸어가자 지크는 그녀를 제지시키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시죠? 상처가 심각하단 말이에요.”

난 수배자니까요 라고 지크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안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를 들은 제국군 병사들이 문을 열고서 들어오자, 지크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하여야만 했다. 샤오린 외에 남자가 한 명 더 있자 병사들은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려고 하였으나 그전에 지크의 주먹이 더 빨랐다. 면상에 한 방씩 얻어맞은 병사들은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쓰러져갔고, 지크는 다시 밀려오는 복부의 고통에 몸을 움츠려야만 했다. 샤오린은 자신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그 상황에 당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크으윽… 아무래도 안 되겠군…! 절 좀 숨겨줄 수 없나요? 이봐요…!”

지크가 치마 자락을 힘겹게 잡아당기자 샤오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병사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지크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 제발…!”

샤오린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병사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사나이를 도와줄 것이냐, 아니면 경비실에 달려가 신고를 할 것이냐였다. 지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마침 퇴근 시간이니 절 따라오세요.”

지크는 힘겹게 웃으며 몸을 살며시 일으켰다. 셔츠 하나밖에 입고 있질 않아서 약간 추워왔지만 때마침 자신의 붉은색 재킷이 벽에 걸려 있어서 그것을 정신없이 입었다.

“어라…?”

지크는 자신의 옷을 다시 벗고서 가만히 살펴보았다. 옷의 한쪽이 조그맣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지크는 씨익 웃으며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렀다. 파지직 하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고 지크는 다시 옷을 입으며 샤오린을 따라갔다.

탈의실 앞에서 멈춰선 샤오린은 지크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뒤에 제복을 갈아입었다. 흰색에 품이 넓은 바지와 파란색의 웃옷을 입은 그녀는 지크를 데리고 병원 밖으로 도망치듯 나섰다.

“어디로 가는 거죠?”

“저희 집이에요. 약간의 의료기구도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지크는 의외로 상황 판단이 빠른 여자라고 잠시 생각한 뒤 그녀를 따라 계속 밤길을 걸었다.

“크윽!!”

도중에, 지크는 복부를 움켜쥐고 피를 토하고 말았다. 내장의 상처가 심하다는 증거였다. 샤오린이 보다 못해서 그를 부축해주려고 했으나 아직 그 정도까지 지크의 육체는 무너지지 않았다. 20여 분이 흘러서 샤오린의 집에 도착한 지크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국군이 있을 리는 물론 없지만 그래도 확인해보려는 심사였다.

“뭐 해요? 어서 들어오세요.”

그녀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선 지크는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힘없이 주저앉았다. 예전의 기 소모가 아직은 회복되지 않은 듯했다.

‘젠장… 기 전력을 끌어올렸다간 영영 안녕이겠군….’

“괜찮으세요? 제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세요, 부축해 드릴게요.”

“아, 아니에요 간호원 누나. 일어설 수….”

그러나, 지크는 결국 거실 바닥에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고, 샤오린은 바닥에 쓰러진 거구를 어떻게 옮길지 걱정되었다. 분명 여자 혼자서 옮길 작은 남자는 아니다.

“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언니! 루이크! 이리 와봐!!”

샤오린은 그녀의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다. 위로 한 명에, 남동생이 또 한 명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세상을 떠난 지 꽤나 오래 되어서 그녀와 그녀의 언니가 아래 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다. 그녀의 언니는 몸이 너무나 약한 탓에 2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못 하고 있었고 그녀의 남동생은 이제 상급 학교 졸업반이었다.

“무슨 일이니 샤오린…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아래층에 내려온 샤오린의 언니 샤오민은 거실에 쓰러져 있는 지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루이크 역시 놀라며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누나! 이 사람은…!?”

샤오린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말을 했다.

“나중에 얘기할게, 지금은 우선 이 남자를 빈 침대에 옮기도록 하자. 언니는 진찰 세트를 좀 가져다줘.”

샤오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하여 진찰 세트를 찾기 시작했다. 루이크와 샤오린은 힘겹게 지크를 빈 침대에 옮기기 시작했다.

“누, 누나. 이 사람 왜 이렇게 다리가 길어? 바닥에 막 끌리는데….”

간신히 지크를 침대에 눕힌 둘은 우선 지크의 상의를 벗겼다. 샤오린은 간호사답게 상의를 능숙히 벗겼고, 루이크는 지크의 다이나믹한 근육을 보고서 약간 기가 죽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샤오린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의 복부에 그려진 상처 근처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짚어 보았다.

“으음… 역시, 내장에 상처가 있어. 그리고 체력 역시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샤오린은 잠시 후 샤오민이 들고 온 진찰 세트를 가지고 지크를 진찰해 나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관통상에 의한 내장의 손상이 있었다. 게다가 상처를 입은 직후에 심한 동작을 취한 탓인지 상처에 무리가 가 있었다.

“후우… 안정만 취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샤오린은 안경을 벗으며 그녀의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이 남자가 여기 있다는 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그리고 루이크도, 알았지? 왜 그런지는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까 말이야.”

그녀의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린은 지크의 상의를 다시 입힌 후에 이불을 덮어주고 방의 불을 껐다. 급박한 상처는 아니어서 하룻밤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 잘 자요 지크 씨.”

다음 날, 지크는 흐릿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복부를 매만지며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와 방 안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곳에 온 기억이 없는데…?”

지크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누구 집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신세 질 수는 없지.”

자신의 재킷을 입고 거실을 조용히 빠져나온 그는 정문 앞까지 걸어가서 자신의 뒤를 돌아다보았다.

“잘 있어요, 고마운 사람….”

그러나, 지크의 탈출은 문을 열자마자 무산되고 말았다. 마당에서 샤오민이 의자에 앉은 채 빨래를 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제 부상을 당해서 낑낑거리던 청년이 문 앞에 서서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일어나셨어요? 콜록…!”

그녀가 의자 팔걸이에 의지해서 겨우 일어나는 것을 본 지크는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하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 그냥 계세요.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아아… 아니에요. 부상자는… 그쪽이시잖아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지크는 의자에 다시 앉으며 자신에게 이름을 물어본 청순가련형의 여성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보기 힘든 은발에, 그야말로 건들면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가진 미인이었다.

“지크 스나이퍼라고 합니다. 그냥 지크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나요?”

샤오민은 지크가 도와줄 것을 찾자 그녀의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침 널고 있던 빨래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어제 보았던 지크의 상처 때문에 부탁은 할 수가 없었다.

“아, 괜찮아요. 할 일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당의 잔디 위에 앉으며 그녀가 빨래를 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샤오민은 지크가 과연 부상자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괜찮으세요? 샤오린이 당신을 데리고 왔을 때는 의식을 잃을 정도였는데….”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의식을 잃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곤란했다.

‘그 간호원 이름이 샤오린이었구나….’

지크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제는 그랬지만 오늘은 괜찮아요. 누워 있을 수만은 없지요, 제 성격에도 안 맞고요. 으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샤오민은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어 보이고는 말했다.

“배가 조금 고프네요. 헤헷….”

샤오민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살며시 웃어 보였다. 꽤나 활발한 남자라고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후훗, 조금만 기다리세요. 일을 마친 뒤에 식사를 드릴게요.”

“에, 감사합니다!”

지크는 활기 있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재킷을 벗어 던지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탓인지 마디마디가 뻐근했지만 극뢰를 사용한 탓에 바닥으로 떨어진 기를 보충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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