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54화
리오는 충격파에 피부가 잘려나가면서도 마법진을 그린 타르자를 보고 전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의 눈앞에 그려진 거대 마법진을 본 그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휀은 상공에 떠 있는 거대 입체 마법진을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건…! 고대어 주문 [메르가릭]!?”
모든 물체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버리는 초 고대어 주문인 메르가릭은 사용자의 마력을 분해력으로 바꾸어 방출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용자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리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무슨 짓이든 다 하는 그 마녀가 갑자기 동반 자살을 기도하다니….
타르자는 마법진 안에서 리오에게 소리쳤다.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널 이 주문으로 완전히 죽인다는 건 무리겠지! 그러나… 너의 부활 시간인 3개월이면 모든 것이 박살난다! 이제 일주일 후면 가스트란 님의 계획이 모두 성사되니까 말이야! 오호호호호!! 그 동안이면 환생한 레나도, 현재의 레나도 죽겠지, 아니면 너의 또 다른 여자라던가!!”
순간, 타르자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마법진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검기가 최대로 실린 디바이너가 만들어낸 공간 왜곡 현상이었다.
구우우우우웅….
공간이 일그러질 때 나는 굉음과 함께 타르자의 마법진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타르자의 주문 전개 지시도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타르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 버리자 괴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크, 크오오오오옷!!!”
타르자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다시 회복되기까지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리오는 휀에게 소리쳤다.
“휀! 이곳에서 피해, 어서!!”
휀은 리오가 지나치게 흥분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말릴 상황 같지도 않아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피신했다.
“오메가 선샤인…인가.”
휀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리오 역시 기를 뿜어내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일그러진 공간 내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는 타르자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승한 리오는 디바이너를 칼집에 꽂아 넣은 후 몸을 폈다.
“간다, 초필살!!!”
기합성과 함께 리오의 눈은 황색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그의 몸 주위에선 이상하리만치 강한 에너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 리오 스나이퍼…! 주문을 방해하다니!!”
타르자는 서서히 회복 되어가는 공간의 일그러짐 안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주위의 경치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르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갑자기 어두워지다니, 일식인가…?”
타르자는 자신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정오 가량쯤 된 시간이어서 태양은 위에 있었다. 눈 위에 그늘을 만들고 태양 쪽을 바라본 타르자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자신의 주위에 내려와야 할 빛이 모조리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리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에 모여있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모두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특히 크리스는 방금 전에 도시 상공을 지나쳐간 수도를 보고 거의 낙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제국의 수도, 아니 우르즈 로하가스가 드디어 상승했어. 다른 공중 요새들도 이제 뒤따라 상승하겠지. 과연 저들 몇 명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리오 씨라고 해도 공중 요새에겐… 달걀로 바위 치기일 텐데….”
“아니에요!”
그 말을 끝까지 들은 리카는 크리스를 향해 소리치기에 이르렀다. 크리스는 놀란 표정으로 리카를 바라보았다.
“리오와 그의 친구, 형제들을 우습게 보지 말아 줘요! 크리스 언니도 리오를 믿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크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 믿고 있어. 누구보다도 더… 하지만 그를 잃기는 싫단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일행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죄송해요 크리스. 제가 그만… 엇?”
크리스에게 사과하려던 리카는 갑자기 밖이 어두워지자 흠칫 놀라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일식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다가 태양 쪽을 올려다본 리카는 그만 말을 잇고 말았다. 다른 일행은 리카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자 이상하게 여기고 리카를 따라 창문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 아니!?”
“어떻게 저런?”
일행은 자신들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정상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태양의 밑에, 회색의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광체가 어디선가 나타난 것이었다.
“저건 뭐지? 마치, 태양이 두 개 뜬 것처럼….”
오메가 선샤인. 거의 무한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굉장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 태양의 에너지를 사용자의 몸속에 모조리 흡수시켜 성질이 다른 무속성의 에너지로 바꾼 뒤 그 막강한 힘으로 적을 공격하는 리오 스나이퍼의 최강기 중 하나이다. 제대로만 태양 에너지를 충전하면 행성을 날리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밤에는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력에 비해 기의 소모가 위력에 비해 적다는 점도 있다. 잘만 사용한다면 초필살기란 말에 어울리는 공격 기술이었다.
“자아 간다!!”
타르자가 회복되는 시간에 맞추어서 에너지를 충전하였기에 위력은 10%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그 정도라 해도 위력은 1급 마법을 상회하는 것이었다. 리오는 타르자를 향해 급강하하면서 자신의 몸에 충전된 태양 에너지를 자신만의 무속성 에너지로 바꾸어 방출시켰다. 회색의 빛이 리오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타르자를 향하는 리오의 그 모습은 마치 하나의 혜성이 지표로 떨어져 내리는 것과 같았다.
“이, 이런…!”
타르자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입체 마법진의 안에서 가만히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오메가 선샤인의 빛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그녀를 데리러 지옥에서 온 사신의 눈빛으로 타르자에겐 느껴지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이 대마도사 타르자가…!”
타르자는 문득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 자신의 품속을 뒤져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나의 친구 바만다라여, 나 대신 가스트란 님을 부탁한다….”
그녀가 꺼낸 것은 작은 펜던트였다. 마법이 실린 광탄 안에 펜던트를 넣은 타르자는 그것을 어디론가 멀리 날려 보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라앗!!”
리오는 기합성과 함께 가속력이 붙은 오메가 선샤인의 에너지 구체에서 벗어나 공중에서 멈추고 떨어져 내리는 에너지 구체를 바라보았다. 에너지 구체는 곧 일그러진 입체 마법진과 함께 타르자를 지상으로 밀어내었고 거대한 폭음을 일으키며 제국 수도가 있던 땅을 빛으로 감쌌다. 그 폭발광은 멀리 있던 리오의 일행에게도 확실히 보여질 정도였고 근처에 피신해 있던 휀은 물론 말할 것도 없었다.
“우왓! 이것은!!”
휀은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싼 후 기를 방출하여 폭발의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였다.
“쳇, 굉장한데? 이 정도라면 나의 [레퀴엠]정도는 될 것 같아…!”
리오는 차츰 사라져가는 폭발광을 내려다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임무 중에 하나가 완수되는 순간이어서 그럴 것이다.
“… 잘 가라 타르자. 다시 태어났을 땐 이런 악연으로 만나지 말자….”
리오는 천천히 자신의 품속을 뒤졌다. 망토 밖으로 나온 그의 손에는 에메랄드 조각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이제 깨어나시길… 레나 공주님.”
그의 말과 동시에, 그가 들고있던 에메랄드 조각은 빛을 발하며 원래의 모습이었던 천 조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15장 [혼돈의 여신]
지크와 슈렌은 샤오민 가족의 집에 벌써 이틀째 묶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슈렌을 바라보는 지크의 눈은 가늘어지기만 하였다. 그러나 슈렌은 묵묵히 창문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이 슈렌.”
지크는 부엌 의자에 앉아 슈렌에게 지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제국군이 들이닥친다면서 이틀째 헛수고만 하고 있으니 어떻게 된 거야?”
슈렌은 대답이 없었다. 지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목석에게 물은 내가 바보지….”
“지크.”
의자에서 몸을 쭉 펴던 지크는 슈렌이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여기 있어. 뭔가 이상하다.”
“뭐?”
확실하게 말도 하지 않은 채 슈렌은 재빨리 집에서 빠져나갔다.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속을 모르겠단 말이야… 저 완벽 지상주의자는.”
슈렌은 건물의 옥상 사이를 뛰며 재빨리 도시의 중심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도중에 그가 알아낸 사실은 제국 정규군은커녕 경찰까지 거리엔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메탈 재킷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상하군, 음? 저것은…?”
슈렌은 도시 중앙에 있는 여신교 성당 근처에서 발을 멈추었다. 근처의 조용한 분위기와는 달리 성당 주위는 떠들썩하였다.
“누군가의 결혼식인가… 세상 좋군.”
그냥 지나쳐 가려던 슈렌은 그 인파 사이에서 갑자기 엄청난 마기가 발산되는 것을 느끼고 다시 멈추어서 자신의 기를 죽이고 인파를 바라보았다.
“… 소환사의 기… 그것도 아주 강력한!”
슈렌은 정신을 집중하여 인파 사이에 끼어있는 강력한 존재를 찾기 시작하였다. 시끌벅적한 성당의 거대한 문 옆에 서 있는 조그마한 나무판엔 그날 결혼할 남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프시케 & 커드 버클레이>
<그들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