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59화
17장 「말스 왕국으로」
리오 일행은 다시 샤오민 가족의 집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였다. 샤오민을 비롯한 동생들은 갑자기 장정 둘과 귀엽게 생긴 20세 가량의 미소녀가 식객으로 늘자 머리만 감쌀 뿐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감싸고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리오 일행 역시 아공간이 열릴 적당한 장소를 찾는 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모르겠군, 넓디넓은 이 세계에서 어떻게 공간 저항력이 가장 약한 부분을 찾지? 그 녀석들은 잘 알 거고… 어차피 가스트란이 함께 있을 테니 말이야.”
리오는 턱을 괴고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슈렌은 눈을 감고 계속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지크는 피곤한 듯 탁자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너무 방심했어… 녀석들의 목적이 단순히 세계를 정복하는 건 아니었어 역시. 하지만 고신들의 부활이 목적일 줄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한 슈렌은 의자에서 일어서 창가로 향했다.
“… 아, 휀은 어디 갔지? 프시케인가 하는 여자도 안 보이는군.”
그렇게 말해도 리오는 살짝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
휀과 프시케는 정원에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분위기로 보나, 뭐로 보나….
“왜 다시 깨어나셨죠?”
휀은 그녀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존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프시케는 잠시 후에 대답했다.
“깨어나야만 할 것 같아서요… 신의 자리를 박탈당한 저를 다시 신처럼 숭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보통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말투의 프시케였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저 때문에 당신의 가즈 나이트 직위도 박탈당할 뻔했었죠. ‘라벤’도 목숨을 잃었고… 그리고 지금은 지크 씨가 위험해요. 역시 주신께서 판단을 잘 하신 것 같군요. 저 같은 건 신의 자격이 없어요….”
휀은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프시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수신이신 당신만이 공간의 약점을 찾아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신께서도 다시 생각해 주실 겁니다. 저도 부탁을 드려볼 테니….”
프시케는 고개를 저었고 휀은 도중에 말을 끊었다. 그녀는 온화한, 그야말로 여신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에요 휀. 이제 전 신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공간의 약점은 찾아 드리지요, 여러분들에게 진 빚을 제가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니까요.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주세요.”
휀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허리를 굽혀 프시케에게 예를 갖추었다.
“… 감사합니다, 전설의 환수신이시여…!”
프시케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조용히 회상에 잠겼다. 그때 자신이 지금만큼만 강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한 바보와 신의 이야기… 결국 그 바보는 얼어 죽었지. 하지만 그 녀석도 후회는 하지 않았을 거야. 신의 폭주만은 막아내었으니까.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내가 프시케를 소멸시켰겠지… 나의 ‘특권’으로.”
휀의 콧등에 무언가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왔다. 이 제국에선 심심하면 내리는 것이 눈이었다. 하지만 휀은 오랫만에 보는 것이었다.
“좋군… 오래간만이라서 그런가…?”
휀은 자신의 금발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조용히 집 안으로 향했다.
이제 얼마 안 있을 대전투를 가슴으로 느끼며….
다음 날, 프시케는 샤오민에게 사정사정하며 세계 지도를 빌려 리오 일행 앞에 펼쳐놓았다. 휀을 제외한 일행은 모두 그녀의 적극성에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모두 들어주세요. 이 세계에서 공간 저항력이 가장 약한 곳은 이 세 곳이에요.”
그녀는 지도 위의 세 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말스 왕국의 수도와, 루아스 대륙에 위치한 에스파라스 고원, 그리고 예전에 제국의 수도가 있었던 곳 등이었다.
“제국의 수도는 접어두어야 하겠군.”
슈렌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자 지크가 궁금한 듯 물었다.
“왜?”
“그곳이 아공간이 열리는 장소라면 에너지 소비하며 다른 곳으로 날아갈 일은 없겠지. 나머지 두 군데 중에 한 곳이야.”
슈렌의 말에 일행은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머지 두 곳은 나뉘어서 가보도록 하지. 고원 쪽은 나하고 지크가, 말스 왕국 쪽은 휀과 슈렌이 맡자고.”
휀은 리오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으나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나와 리오는 날 수 있으니까 문제가 없지만 슈렌과 지크는 그럴 수가 없는데 어쩌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
그것 또한 문제였다. 그러나 그 문제는 프시케가 간단히 해결해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들. 제가 도와드릴게요. 샤오민 씨…?”
프시케는 일행의 뒤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샤오민을 불렀다. 샤오민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도와드릴 일이라도…?”
“예, 저… 정원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샤오민은 그녀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었고 일행과 프시케는 정원으로 나갔다. 프시케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정원에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리오를 비롯한 일행은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진…! 과연!”
프시케는 능숙한 솜씨로 소환진 네 개를 완성시켰고 네 개 사이에 서서 소환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세계를 돌고 있는 바람의 정령이여… 그 모습을 바꾸어 나의 동료들을 도와주세요. 소환! 페가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