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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60화


프시케의 소환과 함께 소환진에선 네 마리의 페가수스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올랐다. 날개 달린 천마여서 공중에 대해선 이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리오들은 소환진에서 빠져나온 네 마리의 페가수스를 비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타자구.”

휀을 선두로 네 명의 사나이들은 페가수스에 각각 나누어 탔다. 그들의 모습은 말을 탄, 그야말로 기사(騎士)가 무엇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훌륭했다. 다만 지크의 복장이 흰색의 페가수스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을 뿐이었다.

“아, 프시케는 어떻게 할 거요?”

그러고 보니 프시케가 탈 페가수스는 없었다. 그러나 프시케는 웃을 뿐이었다.

“저는 페가수스가 필요 없답니다.”

리오들, 정확히 말하자면 휀을 제외한 셋은 무슨 소리인지 금방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프시케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등에 흰색 날개가 솟아오르자 셋은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날개가!?”

프시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 수백 년 전 신의 자리를 박탈당한 하급신, ‘환수신’입니다. 법칙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여 결국 제 스스로 절 봉인하였지요.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특히 지크 씨에겐….”

지크는 그 말을 듣고 부정하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전 한 일도 없는걸요. 당신께 반말이나 했고, 오히려 가즈 나이트의 본분까지 잊었던 적도 있었는걸요.”

그 말을 들은 슈렌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소를 띠웠다. 지크 마음의 여린 부분을 보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 알겠습니다. 자, 여러분. 전 말스 왕국 쪽으로 휀, 슈렌 씨와 함께 가보겠습니다. 리오 씨와 지크 씨는 에스파라스 고원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흰색 날개가 펄럭이며 눈부시게 햇살을 반사시켰다. 그야말로 천사가 내려온 것만 같았다. 물론 계급이 더 높은 ‘신’이었지만.

날아오른 그녀를 따라 슈렌과 휀을 태우고 있는 페가수스도 날아올랐다. 지크와 리오가 타고있는 페가수스 역시 날아올랐다.

“저… 여러분!”

아래쪽에서 샤오민이 힘겹게 일행을 불렀다. 표정이나 행동을 봐서 작별 인사를 하려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세계의 생명체를 위한 것이라면 열심히 싸워주세요! 마음속으로라도 여러분을 응원하겠어요!!”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지크는 자신을 친누나처럼 대해준 그녀와 막상 헤어지자니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건강해요 샤오민 씨!!”

지크가 일행을 대표하여 그녀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고 일행은 두 패로 나뉘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샤오민이란 여성의 기억 속에 남겨진 가즈 나이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말스 왕국과 가이라스 왕국 사이엔 거대한 섬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은 제국이 두 왕국이 알지 못하게 공중 요새 기지를 만들어둔 곳이었다. 총 27대에 달하는 제국 공중 요새를 관리하고도 충분할 정도의 크기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우르즈 로하가스를 비롯한 전 제국군 요새가 기지에 집결해 있었다. 그중에는 예전에 리오와 바이칼에게 피해를 입은 미그바 레이크도 눈에 띄었다. 황제의 계획, 즉 ‘사냥’의 준비였다.

황제와 교황은 우르즈 로하가스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건물 중에 가장 튼튼해 보이는 곳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황제의 거칠게 보이는 얼굴과 교황의 매끄러운 얼굴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대화는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 출발할 건가 황제.”

“한 시간 후…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지 다시 한 시간 후면 이제 전 공간의 주인은 바뀌게 되는 것이다. 후후… 100년간이나 늦어진 우리의 계획이 이루어진다. 기쁘지 않은가 교황?”

교황과 황제는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들 사이엔 통하고 있었다.

“자, 축배나 들어볼까?”

“좋지.”

그들은 미리 준비된 위스키를 잔에 부으며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였다. 마치 오랜 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한 시간 뒤.

제국 공중 요새 27대는 예정대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섬 주위의 바다는 날아가는 공중 요새의 그림자 때문에 온통 검게 변했다. 그 거대한 모습들을 보통의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질릴 것이 분명했다.

황제와 교황은 우르즈 로하가스의 메인 브릿지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아 앞에 설치된 거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 우르즈 로하가스를 비롯한 17대의 공중 요새는 목표 지점으로, 나머지 10대는 제2 목표 지점을 소멸시킨다. 제2 목표 지대의 흙 하나라도 남기지 말라, 그곳만 부수면 우리의 일을 방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황제는 각 요새의 함장들에게 명령을 전달했고 함장들은 눈을 번뜩이며 존명의 의지를 불태웠다.

곧, 공중에선 두 갈래로 공중 요새의 무리들이 나뉘어졌고 그 무리는 최대의 속도를 내어 각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이제, 최후의 싸움이 전개되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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