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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65화


“없애버리겠다 이 자식들!”

외침과 동시에, 리오의 이마엔 두 개의 회색 선 무늬가 떠올랐다. 지크의 이마에도 색은 푸른색으로 달랐지만 같은 무늬가 떠올랐다.

가즈 나이트의 일차 능력 봉인- ‘제1 안전 주문’의 해제 표시였다. 그 무늬는 바로 사라졌고 리오와 지크는 몸속에 끓어오르는 기를 폭발시키며 가이라스의 수도 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함장님! 이상 생명 에너지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함장은 다급히 들려온 병사의 말을 듣고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어느 정도 수준인가!”

병사는 자신도 모니터에 떠오른 에너지 수치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명령에 따라 보고는 했다.

“이, 이것은… 레드 드래곤의 90배 수준입니다!”

그 보고를 들은 함장의 표정은 하얗게 변하였다. 레드 드래곤보다 90배나 높은 생체 에너지를 방출하는 생명체라면 그 전투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즉, 즉시 지원군을 보내라! 그리고 전 요새에게 폭격 대형으로 집결하라 전해라!”

이성을 잃고 있는 메탈 재킷의 탑승자들은 명령대로, 그야말로 쥐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사격을 가하였다. 그들은 가옥들을 모조리 부숴나가며 왕성에 차근차근 접근했다. 은폐물을 모두 없애 도망치는 사람들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전투 방식 중에 하나였다.

왕성의 문에 다다른 메탈 재킷들은 일제히 엘리마이트 캐논을 어깨에서 꺼내어 성을 조준하였다. 1000여 대가 넘는 메탈 재킷들이 최대 충전한 엘리마이트 캐논을 쏜다면 아무리 결계가 쳐진 왕성이라도 버틸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캐논의 에너지는 최대한으로 충전되었다. 탑승자들은 에너지 게이지가 완전히 채워지자마자 방아쇠를 당겼고 수천 개의 엘리마이트 빔이 공기를 가르는 죽음의 괴성을 지르며 성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엘리마이트 빔은 모두 적중되었다. 그 폭발광은 성 안의 사람들과 탑승자들의 시야를 한꺼번에 가릴 정도로 엄청났다.

“…?”

그러나, 빔이 모두 적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군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성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성 대신 빔을 모조리 받아낸 무엇인가가 푸른색의 안광을 번뜩이며 메탈 재킷들을 노려보았다.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너희들의 운명을 저주해라!!!”

리오는 분노와 함께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동시에 뽑아들고 살기를 뿜어대며 지상에 있는 메탈 재킷을 향해 낙하했다.

“이 이상 너희들의 가족 걱정은 하지 않겠다… 성불은 확실히 해 주지!”

무명도의 자루에 손을 가져간 채, 지크는 극뢰를 쓸 때 정도의 대 기전력을 방출하며 메탈 재킷들을 향해 돌진했다. 능력 봉인이 풀린 이상 지크에게 이 정도의 기전력 방출은 우스운 것이었다.

“구백 육십식! 뇌도(雷道)!”

“간다!”

리오는 양손에 든 검에 자신의 기를 최대로 주입하였다. 그러자, 파라그레이드에서 굉장한 현상이 일어났다. 반투명한 날카로운 날이 파라그레이드의 오리하르콘 날을 중심으로 펼쳐져 대검의 형상으로 변한 것이었다. 날의 넓이는 디바이너를 능가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리오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은 자신의 앞에 버티고 있는 메탈 재킷을 상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차아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리오의 쌍검이 지면 위의 공기를 갈랐고 그 진공 날의 범위에 걸려든 메탈 재킷들은 두 조각으로 나뉘어지며 폭발하였다. 그때 폭발한 메탈 재킷의 수는 80여 대를 상회하였다. 물론 틈이 없이 모여있는 탓도 있었다.

지크는 자신의 기전력을 무명도에 실어 메탈 재킷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기전력을 실은 음속의 충격파가 메탈 재킷의 대 부대를 일직선으로 갈라 나갔다. 그 범위 안에 들어있는 메탈 재킷들이 물론 온전할 리는 없었다. 폭발은 충격파가 지나간 일직선에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메탈 재킷들은 두 패로 나뉘어졌다.

“쓸어주마! 2급, [파이 게이바]!”

이리저리 교차한 리오의 양손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의 전개 명령에 맞추어 마법진에선 거대한 폭염의 구체가 왼쪽 방향의 메탈 재킷들에게 날아갔고 곧 대기가 뒤흔들릴 정도의 대폭발이 메탈 재킷들을 휘감았다.

“간다, 초 필살! 영식, 극뢰!”

초속 7km의 초 스피드 공격이 수백여 대의 메탈 재킷 사이에서 춤을 추었고 그 공격을 다 받은 메탈 재킷들은 한꺼번에 폭발을 일으키며 가이라스의 땅에서 사라져 갔다.


“함장님! 메탈 재킷들이, 메탈 재킷들이…!”

함장은 반쯤 실성한 듯한 부관의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부관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부관은 침을 꿀꺽 삼킨 후에 한숨을 내 쉬었다. 그 정도로 그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어서 폭격 준비를 하도록, 그 저주받은 녀석들을 먼지로 만드는 것이다!”

함장은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거의 다 되어가는 일이 갑자기 무산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부관은 손수건을 꺼내어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은 후에 경례도 잊고 다시 통신실로 향하였다.


“… 치잇, 비겁한 녀석들!”

지크는 성벽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거칠게 내뱉었다. 그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리오 역시 분함을 이기지 못하는 듯했다.

“처음부터 고원에 있는 공간의 약점은 생각하지도 않았어, 녀석들은…. 감히 우리를 바보로 만들다니!”

둘이 분노와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을 무렵, 성문이 작게 열렸고 한 병사가 그들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지크님! 리오님이 맞군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왕께서 기다리십니다!”

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병사인 모양이었다. 리오와 지크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인 후 그를 따라 성 안으로 들어섰다.

성 안은 도시에서 피난해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메탈 재킷의 대 부대를 박살 낸 두 사나이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지만 둘은 그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이 생각이 사람들을 본 직후 둘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리오! 리오 맞지요!”

어디선가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에 리오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이젠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 바로 조나단의 아들 티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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