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170화


“뭣이! 요새들이 몰려온다고!”

거의 원기를 되찾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말스 3세는 7호장 카라한의 보고를 듣고 의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지상군들이 몰려온다면 어찌하여 버틸 순 있으나 공중 요새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열여섯 대….

“한꺼번에 우리를 쓸어버리겠다는 소리군. 역시 황제다워….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은가.”

왕을 비롯하여, 회의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다 같이 지었다.


“자아, 우리의 힘을 받아 보아라! 1급, <트라이 크라슈>!”

위력에 있어선 프레아를 능가하는 1급 주문 트라이 크라슈, 프레아에 비하여 마력을 지나치게 소모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의 주문은 라가즈를 비롯한 일곱 명의 마도사가 합해 사용한 것이었다. 불, 물, 바람 3대 원소의 힘이 융합된 거대 마법탄은 제일 앞에서 오던 요새의 측면을 강타했고 그것을 맞은 요새는 균형을 잃고 지면과 격돌하였다.

콰앙!

산 사이에 추락한 요새는 곧 산을 소멸시킬 듯한 폭발광과 함께 사라져 갔다. 불의의 일격에 요새 한 대를 잃은 다른 요새들은 전 함포를 동원하여 지상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차례요! 1급, <홀리 바리어>!”

그때, 마도사들의 뒤에서 그들을 보조해 주던 승려들이 힘을 모아 최고 성호 망 주문을 발동시켜 부대가 주둔해 있는 모든 구역을 보호했다. 왕성은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방호 망에 의해 보호가 되어 있었고 다른 구역은 주민들을 모두 다른 도시에 피신 시켰으므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을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제국의 포격 속에서 마도사들은 진을 짜내며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은 ‘피곤’이란 단어가 무슨 뜻을 나타내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문을 외웠다.

“1급, 트라이 크라슈!”

트라이 크라슈를 다시 한번 발동시킨 마도사들은 결국 피로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주문은 요새의 바리어에 그만 방어되고 말았다. 물론 요새의 바리어가 멀쩡할 리는 없었다. 바리어 출력의 98%를 잃어버려 다음에 무슨 공격을 맞으면 그대로 장갑에 맞고 마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른 요새처럼 격추되지 않은 것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었다.

얼마 안 되어, 16대의 요새에선 아까의 마법을 되돌려주겠다는 듯이 함포를 발사하였고 수천, 아니 수만에 이르는 엘리마이트 빔이 가이라스 상공을 달렸다. 그 함포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가이라스 왕성이었다.

“이런, 설마!”

파아앙!

그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마도사와 승려들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분명한 1급 최강 주문, 프레아의 거대한 진홍빛 기둥이 엘리마이트 빔을 소멸시키며 요새들을 향해 날아갔고 바리어가 채 회복되지 않은 요새는 곧 최후를 맞게 되었다. 다른 요새들 역시 바리어 출력이 30%까지 삭감되는 일을 당하게 되었다.

“이, 이것은?”

제국군과 말스 왕국군은 그 순간만 한마음이 되어 프레아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평범한 복장을 한, 브론즈색 머리의 엘프 소녀가 공중에서 마법진을, 그것도 1급의 마법진을 전개한 채 떠 있었던 것이었다.

왕성 안에서 밖의 상황을 보고 있던 태라트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기쁨이 합해진 표정을 지었다.

“이리프! 네가 와주었구나!”

전설의 엔션티드 엘프, 한때 태라트의 길을 막을 뻔했지만 리오에 의해 다시 돌아온 착한 엘프 소녀 이리프였다. 가이라스 왕국의 일을 끝내고 리오가 제국으로 가기 직전, 말스 왕국이 위험해질 때 도와달라는 부탁을 그녀에게 남긴 적이 있었다. 이리프는 리오와의 약속을 지키고 제국과 싸우기 위해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엘프족 몇 명과 함께 말스 왕국에 미리 와 있었던 것이었다.

“이리프와 엘프족 전사들 도착! 다 함께 싸우는 거예요!”

이리프가 요새들의 전진을 막고 있을 때, 제국의 이차 지상 공격 부대가 성 외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때를 맞추어, 성 외곽 이곳저곳에 주둔해 있던 말스 왕국 정규 부대 크루세이더 등과 태라트와 함께 가이라스 왕국에서 싸웠던 독립 부대가 문을 열고 제국군의 메탈 재킷들과 대적하기 위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이 회복할 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가자! 크오오오옷!”

란지크, 메탈 재킷마저 압도할 정도의 힘과 거구를 가진 그는 외모에 어울리게 해머 프레일을 거칠게 휘두르며 메탈 재킷들을 부수어 나갔다. 그가 이끄는 독립 부대엔 태라트를 보좌해 주던 저항군의 주요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격력만큼은 굉장하다 할 수 있었다.

“지지 마라 말스 왕국의 전사들아! 우리가 가지고 있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성, 7호장 중 한 명인 슐턴 역시 다른 호장들과 함께 크루세이더 등의 부대를 이끌고 메탈 재킷들과 맞서 싸웠다.

가이라스 왕국에서 희생된 기사단과는 달리, 이들은 엘프와 승려들의 가호를 받으며 싸우고 있었다. 메탈 재킷에게 장착되어 있는 최고 살상 병기인 머신건은 더는 효과가 없다는 말과 같았다.

결국 대격전이 벌어지게 되었고 고대 문명이 탄생시킨 메탈 재킷과 인간의 육탄전은 열기를 더해갔다.


황제는 술잔을 내던지며 결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예상 이상으로 말스 왕국이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일개 인간들이 감히 내 계획에 따르지 않다니! 용서 못한다! 바만다라! 바만다라는 어디 있느냐!”

“여기 있습니다 폐하… 진정하시지요. 호호호….”

황제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바만다라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명령했다.

“환수들을 불러라! 네 환수들의 힘이라면 저 우매한 인간들을 확실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바만다라는 일어서지 않았다. 황제는 눈에서 시뻘건 안광을 뿜어내며 그녀를 쏘아보았다.

“가, 감히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 호호홋, 그럴 리가 있습니까 폐하. 저는 그저 타르자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고대 문명의 최종 병기를 사용하시라고 건의하려는 것뿐입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를….”

그 ‘최종 병기’란 말을 들은 황제의 눈은 다시 정상을 되찾았고 그의 얼굴에서도 노기가 천천히 사라져 갔다.

“‘최종 병기’…? 그런 것도 있었나?”

“예, 타르자가 마지막으로 만든 병기입니다. 예전에 제국에서 실시된 사냥에서 잡힌 최강 생물 드래곤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지요… 그 정도라면, 호호홋.”

설명을 들은 황제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하하핫! 그것들을 내보내라, 어서! 저 말스 왕국의 인간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