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72화
드래곤들의 성전이라 일컬어지는 초 거대 공중 요새 드래고니스, 그리고 용제 바이칼의 등장으로 전투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바이칼의 겉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기 때문에 루가프들은 그와 왕성의 주위만을 맴돌고 있는 상태였다. 예전에 드래곤이었던 기억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바이칼은 차가운 눈초리로 주위에 있는 열두 마리의 루가프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훗… 이따위 잡것들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인간들의 힘을 알 만하군.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어.”
그렇게 말한 바이칼은 오른팔을 살짝 올려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그러나 드래고니스에서부터 일곱 개의 광체가 순식간에 내려와 바이칼의 옆에 정렬했다.
“드래고니스 전룡단 제 일에서 칠까지의 단장들, 지금 집결했습니다!”
일곱 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하나같이 갑옷과 무기로 중장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마다 특색 있는 무늬를 칠하고 있어 꽤나 개성 있게 보여졌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바이칼은 간단한 명령을 내리고서 뒤로 돌아섰다. 전룡단 단장들은 명령에 따라 자신들 앞에 나타난 적을 향해 무기를 꺼내고 자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쌍방이 서로 격돌하기 직전,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헤이! 우리도 끼워주지 않겠나?”
백색의 페가수스를 타고 있는 두 명의 사나이, 휀과 슈렌이 도착한 것이었다. 바이칼은 표정을 구기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까지 올 필요는 없는데, 괜히 귀찮게시리….”
바이칼의 옆에 말을 멈춘 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흥, 혼이 덜 난 모양이구나 바이칼. 입이 변하지 않을 걸 보니 말이야… 하핫.”
“그땐 너도 거의 죽을 뻔했어. 헛소리하지 마.”
슈렌은 그들의 대화를 뒤로하고서 자신의 창 그론가르드를 감은 헝겊을 풀었다. 그리고 전투 준비가 끝난 전룡대 옆으로 갔다.
“슈렌님!”
전룡대장들은 하나같이 결례를 무릅쓰며 슈렌에게 예를 갖추었다. 슈렌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 전투가 끝난 다음에 다시 보자 바이칼. 흐흥!”
휀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광인(光刃) 플랙시온을 뽑아 들었다. 바이칼은 아무 말도 않고 고개만을 돌릴 뿐이었다.
“흐음… 9대 12라. 힘의 차이로 보아 우리가 이길 것 같군. 하하핫!”
“으음….”
휀과 슈렌의 간단한 대화를 시작으로, 초 전사들의 전투는 막을 올렸다. 평범한 기사나 전사들의 전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구경거리여서 성 안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내밀고 밖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은!?”
말스 국왕은 공중을 가로저으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사들의 모습을 보고 기쁨 반, 놀라움 반의 표정을 지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태라트는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온 겁니다 아바마마! 이 세계를 구원할 전사들이!”
성의 결계 밖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중에선 드래고니스와 제국 요새와의 포격전이 한창이었다.
크기로 보면 드래고니스가 요새 다섯 대를 합친 것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화력면에서도 압도하고 있었다. 드래고니스의 함포, <메기드 캐논>의 위력은 단숨에 제국 요새들의 바리어를 뚫을 정도의 것이었다. 그런 공포의 광선 수천 개가 제국의 요새를 향해 날았고 앞 열에 위치하고 있던 제국군 요새 다섯 대는 그 무수한 일격을 받고 불꽃을 날리며 폭발해 사라져 갔다. 반면 제국군의 엘리마이트 빔은 드래고니스의 초차원 결계막을 뚫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휘어져 나갈 뿐이었다.
“와아! 이 요새, 정말 대단해, 대단해!”
리카는 드래고니스의 압도적인 공격력에 신이 나는 듯 어린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다른 일행 역시 한시름 놓았다는 듯 긴장을 풀고 한숨을 쉬어 보였다.
“허허헛, 드래곤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 용신께서 저희들에게 주신 두 가지 선물 중에 하나가 이 요새랍니다. 간단히 부서질 리가 없지요.”
계급으로 보면 바이칼의 바로 아래인 최고 장로는 그의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듣고 있던 메이린은 장로가 말한 또 하나의 선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저어… 그럼 나머지 선물은 무엇인가요 장로님?”
장로는 약간 우물거리며 말한 귀여운 소녀를 보고 친할아버지와 같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예, 허허헛… 나머지 선물은 저희들의….”
상대가 없던 루가프들은 다른 결계를 뚫을 생각은 안 하고 공중에 떠서 전투를 구경하고만 있는 바이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싸늘한 눈으로 자신에게 이빨을 내보인 채 다가오는 루가프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등에 장비된 장검, 드래곤 슬레이어에 손을 가져갔다.
“용기 한번 좋구나 쓰레기들….”
바이칼의 냉소적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카로운 검광이 다가온 루가프 두 마리의 몸을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
즉사한 동료의 시체를 바라본 나머지 한 마리 루가프는 본능에 따라 살기 위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파악!
그러나 누군가의 손이 방향을 바꾼 루가프의 머리를 움켜쥐었고 루가프는 머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익!”
루가프의 머리를 왼손으로 잡은 바이칼은 귀찮다는 듯 눈을 감으며 내뱉었다.
“죽어라.”
순간, 바이칼의 몸에서 내뿜어진 그의 체기가 왼팔을 통해 루가프의 몸에 전달되었고 갑자기 들어온 엄청난 기에 의해 루가프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졌다.
머리만 남은 루가프의 육체를 공중에 던져버린 바이칼은 다시 팔짱을 끼며 동료들의 전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쳇, 저 녀석만 특별하게 보이잖아? 질 수야 없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 휀의 눈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금빛의 선무늬 두 개가 그의 이마에 떠올랐다. 제1 안전 주문의 해제였다.
“하아아아앗! 간다, 광황참!”
기함성과 함께 휀의 광력이 실린 거대한 검기가 일직선상에 위치한 루가프 두 마리를 모조리 두 동강 내었고 동강 난 루가프의 몸은 곧 빛과 함께 원자 단위로 분해되어 갔다.
“자! 또 다른 녀석은!?”
휀이 다른 루가프에게 눈길을 돌리는 순간, 네 마리의 루가프가 붉은색 기의 잔영에 잘려 재가 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기의 잔영을 본 휀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치잇, 더블 하켄이잖아, 교활한 녀석….”
슈렌은 아무 말도 않고 그룬가르드를 몇 번 돌린 후에 마무리 자세를 취했다. 역시 무뚝뚝한 사나이의 표본이었다.
“뭐가 최종 병기란 말이냐 바만다라…!”
황제는 분노가 서린 눈길로 화면의 앞에 멍청한 모습으로 서있는 바만다라에게 말했다. 바만다라 역시 루가프들의 어이없는 패배에 기가 막힌 듯했다.
“이제 모든 것을 내가 처리하겠다! 더는 기다릴 필요는 없어, 아공간을 열어라 바만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