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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73화


“예엣! 하지만 카오스 에메랄드에 에너지가 다 모이지 않았는데….”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에너지는 모일 만큼 모였어. 다만 내 추종자들이 약간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내 동료들을 부르는 데는 충분하다, 그들이라면 저 빌어먹을 녀석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하고도 남지!”

바만다라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황제의 말이 섬뜩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 그러시다면 전…?”

황제는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빙긋 웃었다.

“후후후, 넌 안심해도 된다 바만다라. 난 이미 부활한 지 오래니까 말이야!”

“예엣!?”

바만다라는 다시 한번 놀랐다. 자신을 비롯한 육마왕의 생존자들이 황제, 즉 가스트란을 부활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준비한 것이 아니었던가.

“100년 전… 그 전투에서 난 거의 죽었었다. 세포질 하나만이 남았었지. 그 세월 동안 난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 가스트란으로선 부활했지만 신 <부르크 레서>로는 부활하지 못했다. 아공간이 다시 한번 열려야지만 완전히 부르크 레서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황제는 계속해서 의자에만 앉아있던 교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교황 역시 황제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나의 ‘양’,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음’이다. 원래는 같은 존재였지만 환수신의 힘을 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지. 그러나 타르자의 희생으로 환수신 따윈 필요 없게 되었다.”

황제와 교황은 곧 나란히 섰다. 바만다라는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그토록 모셔왔던 마황제의 부활을….

“후후후후후… 아하하하핫!”

황제의 웃음 소리는 점점 변해갔다. 좀 더 낮게, 걸걸한 목소리로…. 이윽고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두 사람으로 줄었다. 바만다라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사나이를 보고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렸다.

“황제시여… 마황제, 가스트란이시여…!”

칠흑색의 투구에, 거대한 갑주와 검붉은빛 망토를 두르고 있는 가스트란은 투기를 뿜고 있는 눈으로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후후… 루가프 부대는 전멸했군. 하지만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나서는 이상! 자아, 나가자 바만다라! 신들이 바뀌는 순간을 만드는 거다!”


루가프들이 거의 정리가 되자, 드래고니아에 있던 레나 등의 일행들은 다시 말스 왕성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빛의 길을 통하여 다시 지상에 내려온 일행은 연기가 섞인 공기를 흠뻑 마시며 기뻐했다. 역시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온 지상이 초 첨단의 요새보다 익숙하고 좋은 느낌이라 그럴 것이다.

레나는 곧바로 왕성 안을 향해 뛰어들었고 다시 살아난 딸을 맞는 말스 국왕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밝아졌다. 태라트 황태자는 멋쩍은 듯 멀리 떨어져 부녀의 상봉을 바라볼 뿐이었다.

“… 음? 저 날개 달린 건 뭐지?”

바이칼은 왕성 안의 일을 바라보다가 공중에서 큰 새 같은 것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약간 경계를 취하였다. 그러자 휀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안심하라는 듯 웃어 보였다.

“어엇, 조심해라 바이칼. 환수신께서 오시는 것이니 말이야.”

“… 그래?”

흰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에 떠 있는 바이칼들에게 다가온 프시케는 숨을 헐떡이며 상황을 휀에게 물었다.

“하아, 하아, 어떻게 되었나요? 시간은 맞추셨나요?”

휀은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붙이며 잘 되었다는 표시를 나타내었다.

“예에, 걱정하지 마십시오. 위기는 간신히 넘겼답니다.”

말을 마친 모든 일행은 공중에 여전히 떠 있는 여섯 대의 공중 요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후열에 위치하고 있는 우르즈 로하가스의 꼭대기에서 퍼져가는 광체를 보았다. 그것을 본 프시케는 흠칫 놀라며 그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큰일이에요! 아공간을 열려고 하는 겁니다! 절 좀 도와주세요 여러분!”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휀과 슈렌은 그녀를 쫓아 우르즈 로하가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다섯 대의 요새를 통과하는 데도 불구하고 공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이 일이니만큼 셋은 계속 우르즈 로하가스를 향해 날았다.

“큰일입니다 함장님! 전 계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동 작동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모든 병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문도 열리지 않습니다!”

함장은 바로 전까진 멀쩡하던 요새가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계기가 동작하지 않았고 요새는 조종실의 제어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바만다라는 가스트란의 앞에서 열심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공간 전개의 주문이었다. 타르자가 남긴 펜던트는 계속해서 공중에 떠 있었고 가스트란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세 개의 점을 웃음을 띤 채 바라보고 있었다.

“적들이 공격하건 말건 걱정하지 말고 주문을 외워라 바만다라. 내가 다 처리해 줄 거니까 말이야… 후후후후후….”

바만다라는 주문을 외우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약 고신들이 부활했을 때 자신이 과연 살 수 있을지가 의문이어서였다. 황제가 그녀에게 앞서 말한 내용도 한몫하고 있었다.

“….”

곧, 그녀의 주문은 다 끝이 났고 펜던트는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 흑색 줄이 그어지더니, 곧 점점 넓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끝이 없는 암흑, 바로 아공간의 세계였다.

“더는 안 됩니다!”

그때, 그 공간의 문 앞에 프시케가 섰고 그녀는 양팔을 펼쳐 아공간에 향하였고 그녀의 손에서 나온 에너지파가 아공간의 문을 다시 좁히기 시작하였다.

“훗, 그럴 줄 알았다!”

가스트란은 한 팔에 미리 응축하고 있던 자신의 마력을 프시케를 향해 쏘았다. 붉은색을 띤 그 에너지파의 위력은 2급의 마법 주문을 상회하는 상당한 위력의 것이었다.

“치잇!”

급한 듯, 휀은 자신의 몸을 날려 플랙시온으로 그 에너지파를 막아보았지만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고 에너지파의 위력 자체도 높았기 때문에 휀은 약간의 충격을 느껴야만 했다.

“휴우, 위험했잖….”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까보다도 훨씬 거대한 빛줄기가 그와 프시케를 향하였고 휀은 안 되겠다는 듯 프시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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