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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8화


슐턴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기술을 아래쪽의 인물에게 사용했다. 푸른색의 기가 전기력을 띤 빛줄기로 변하여 바이칼에게 내리꽂혔다.

폭음과 함께 경기장의 지면이 흔들렸고 경기장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강력한 기술을 내리꽂은 슐턴은 지면에 착지했다.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육체는 전혀 동요하고 있질 않았으나 정신은 굉장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이번 건 꽤 고급이었다.”

슐턴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하였다.

“네… 네 녀석!”

바이칼은 뇌격이 떨어진 장소 바로 옆쪽에 있었다. 경기장 바닥이 깊숙이 패여 있었지만 바이칼에게는 아무 타격도 입히지 못한 듯했다.

“호장 중 최강이라는 이름을 받을 만 하구나. 내 기에 눌리지 않고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슐턴은 경기장 밖에서 조용히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더벅머리 장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둘이 나타나기 전까지 슐턴은 분명한 왕국 최강의 검사였다. 그러나 리오와의 대결에서 거의 진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보였고, 지금은 자기 자신이 판단해도 수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승산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자존심을 버려라.”

바이칼은 자신의 검을 등에 있는 칼집에 천천히 집어넣었다. 더 이상 검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최강이라고 그것을 유지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이미 무인의 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더욱더 강해지려는 생각으로 수련을 하는 것이 최강의 자세이다.”

슐턴은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낼 필요도 없었다. 그는 씁쓸히 웃으며 자신의 검을 집어넣었다.

“…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사실 난 호장이 된 후로 한 번도 수련에 몰두한 적이 없었소. 아마 이런 것이 자만심이라는 것 같소.”

슐턴은 말투까지 바꿔가며 바이칼에게 사과를 했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사과드리겠소.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겠소.”

슐턴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졌다는 기사의 예였다.

대신관은 판정의 호른을 불었고 관중들은 슐턴이 제대로 싸우지도 않은 채 패배를 시인한 것에 아쉽다는 생각을 했으나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슐턴은 자리로 들어오면서 슈레이를 쳐다보았다.

“저 사나이… 정말 강하더군.”

슈레이는 슐턴이 그렇게 간단히 패배를 인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슐턴은 변해있었다.

“그렇더군… 그런데 네가 간단하게 패배를 인정할 줄은 몰랐는데?”

슐턴은 살짝 웃어 보이며 의자에 앉았다.

“옛날의 내 모습이 생각났어… 강해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 나의 모습이 말이야. 스승님을 만나서 강해진 나는 검성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노력이란 단어를 잊어버린 것 같아. 하지만 저 사나이가 그걸 일깨워 주었지.”

슐턴은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강해질 거야… 다시 한 번 강해질 거야. 반드시…”


말스왕과 라가즈는 막간을 이용하여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가스트란 이라면…”

“예, 100년 전 말스 1세께서 가즈 나이트와 드래곤 로드의 힘을 빌어서 물리친 사왕(邪王)말입니다.”

“그 일은 100년 전에 종결된 것이 아니었소?”

“저도 그렇게 들어왔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더군요. 분명히 잿가루도 남지 않고 소멸되긴 했으나 가스트란은 그때 확실히 고신의 힘을 얻은 상태였습니다. 신이니까 부활은 문제없겠죠. 다만…”

“다만?”

“그때 가스트란은 신의 힘을 완전하게 얻은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부활에 차질이 생겼다고 할 수 있죠.”

왕은 한숨을 쉬며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를 다시 완전하게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100년 전 최강의 사마술사라 불리우던 타르자입니다. 그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지만 어쨌든 살아서 음모를 꾸민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라가즈는 그의 긴 수염을 매만지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타르자라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가즈님.”

레나는 타르자란 이름을 들었을 때 라이논에서 있었던 마병 사건이 기억났다.

“공주님께서요? 어떻게…?”

“예, 라이논에서 수도로 오던 중에 여관에 잠시 숙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군인들로 변장한 마병들이 저와 동료들을 공격해왔지요.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제 이름까지 확실히 알고 있더군요. 그때 그들이 타르자란 이름을 입에 올린 적이 있었어요.”

“마병!”

라가즈는 마병이란 말을 듣고는 몸을 떨었다.

“이건… 너무나 위험한 상황입니다. 마병이 왕국 안에 잠입했을 정도라면 문제는 심각한 것입니다 폐하.”

“으음… 그 타르자라는 마법사가 그렇게도 대단한 존재인가?”

“예, 폐하. 하지만 이상하군요…”

“무엇이 이상하오?”

“아무리 사마술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레나님의 이름과 생김새까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수정 구슬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존재를 알지 못하는 대상의 경우에는 통하지 않지요. 어떻게 공주님의 존재를 알았을까…”


여관에서 홀로 있던 제나는 창문에서 흰색의 새 한 마리가 앉아있는 걸 보고서 그 창문을 열었다. 새는 창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내려앉았다.

“이번엔 무슨 소식을 가져왔느냐?”

제나는 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한 사나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사나이는 다급한 표정으로 제나를 향해서 말했다.

“우리들은 수도 외곽으로 대피를 완료했소,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요, 들어나 봅시다.”

“당신들이 알 필요는 없어. 그저 재미있는 일이라고만 알아두면 돼.”

제나는 아이답지 않게 침대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최소로 해주시오. 난 주민들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알겠소?”

“흠, 몇 명은 죽겠지. 하지만 다 죽이진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아.”

그 사나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이렇게 하면 그 리오란 괴물이 레나 공주에게서 떨어져 나간다는 게 확실하오?”

“당연하지. 이번 계획은 빈틈이 없어. 제아무리 리오라 하더라도 날 간파하지는 못했으니까. 당신들은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 알겠소. 당신만 믿겠소.”

“걱정 말라구. 자 이제는 꺼져.”

제나가 재차 주문을 외우자 새의 눈에서 나오던 빛은 사그라들었고 새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나는 싸늘한 미소를 띄우면서 중얼거렸다.

“리오 스나이퍼… 네 녀석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없애주겠다. 호호호… 이 타르자님의 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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