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180화
무명도를 다시 집어넣으며 뒤로 물러선 지크는 씨익 웃으며 자신 대신 떨어진 물체를 보았다. 그의 시선에 따라 라기사크의 눈도 움직였고 순간 라기사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 아니…! 돌덩이!”
라기사크가 에너지파로 두 조각 내어 떨어뜨린 물체는 약간 붉은색을 띠는 바위에 불과했다. 라기사크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시력을 뛰어넘은 스피드가 아니고선 이런 ‘바꿔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을 쫓아낸 지금의 신들이 인간들에게 전수해준 기술이다. 놀랄 것 없어, 내가 너무 완벽하게 한 것뿐이니까. 헤헤헷….”
“이, 입 닥치지 못해!”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라기사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 안의 기와 마력을 한꺼번에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기사크의 피부색은 검게 변하였고 몸의 근육도 두어 배가량 불어났다. 완전 전투 형태로 변한 것이었다.
“으음?”
지크는 순간 라기사크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힘에 약간 놀랐으나 곧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혀를 찼다.
“쯧쯧… 이제 이성을 잃은 건가? 좋아, 계속해. 하지만 알아둬….”
지크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기전력은 무서울 정도로 뿜어지기 시작했고, 곧 기전력은 플라스마의 상태로 변하게 되었다. 지크는 말을 이었다.
“… 난 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니까! 간다, 극상(極上)·영식 극뢰!”
그와 동시에, 몸을 변형시킨 라기사크의 온몸에서 수백여 개에 이르는 에너지파들이 분출되었고 에너지파들은 무서운 스피드로 지크를 향해 날았다.
콰아앙!
이윽고, 엄청난 흙먼지가 둘이 있던 장소를 휘감았고 그로 인해 둘의 모습은 잠시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파앗!
일격의 소리와 함께,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잡은 채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접근전에서 그만 일격을 맞고 만 것이었다. 그에게 한 방을 선사한 가르마자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슈렌을 내려다보았다.
“뭐냐 가즈 나이트. 내가 아까 전엔 착각한 건가? 너무 약하잖아….”
“….”
슈렌은 그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한 채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다시 일어섰다. 보통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이마 살이 약간 구겨졌다는 것이었다.
“… 몇 분이 지나도록 날 한 방밖에 못 때린 것을 보니 실력을 알 만하겠군….”
슈렌이 잘 하지 않는 긴 말은 거의 조롱하는 투였다. 가르마자는 순간 화가 치밀었는지 서 있는 슈렌에게 자신의 창으로 일격을 다시 가하려 하였다.
“입은 살았구나 방자한 녀석!”
흥분한 상태에서의 일격이어서 그런지 슈렌은 가르마자의 공격을 손쉽게 피하였다. 그리고 창을 잡지 않은 왼손으로 가르마자의 창을 다시 주인에게 떠민 후 몸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선 지크의 것과 비슷한 성격의 기염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슈렌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묻겠다 고신이여. 조용히 타오르는 불이 좋은가,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불이 좋은가….”
“뭐…?”
가르마자는 슈렌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슈렌은 가르마자가 대답을 하기 전에 자신이 대답하였다.
“정열적인 불은 금세 꺼진다… 지금 내가 한 말은 이 몸을 가즈 나이트로 만드신 주신의 말씀이시다. 아공간에 돌아가서 조용히 생각해 봐라.”
말을 마친 슈렌은 곧바로 자세를 취하며 가르마자에게 달려들었다. 가르마자는 떫은 표정을 지으며 슈렌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아까와는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흐윽!?”
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른 찌르기였다. 간발의 차이로 피한 가르마자는 반격을 하기 위해 창을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그룬가르드에 슈렌의 기염이 옮겨붙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타이푼 스파이럴!”
슈렌의 기합과 함께 그룬가르드의 양쪽 끝은 가르마자의 몸을 공중에 띄운 채 이리저리 유린하기 시작했고 슈렌의 기염에 의해 가르마자의 몸엔 불이 붙었다. 한참 동안 가르마자를 팔방으로 자유롭게 회전하는 그룬가르드 사이에서 가지고 놀던 슈렌은 마무리로 가르마자를 멀찌감치 날려 보냈다.
“허억!?”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가르마자는 입에서 인간의 것과는 다른 피를 뿜어내며 몸을 겨우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렌은 창을 잡은 채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정신 차릴 틈은 주지 않겠다, 마무리다.”
슈렌은 곧 지상과 수평이 되도록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고 그 상태에서 그룬가르드를 고속 회전 시키기 시작했다. 기염의 색에 의해 슈렌의 앞엔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원반이 생겨났고 슈렌의 기염은 전에 없이 강렬하게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염의 온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솟구쳤고, 곧 슈렌의 기염은 푸른색으로 변화하였다.
“초필살, 그랜드 노바!”
슈렌의 외침과 동시에, 회전하고 있던 그룬가르드에선 푸른색의 불기둥이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했고, 아직도 쓰러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가르마자의 육체 위를 순식간에 뒤덮었다.
푸우웅!
곧, 거대한 폭발광이 그랜드 노바의 타격 장소에서 분출되었고 가르마자의 모습은 그 안에선 전혀 보일 것 같지가 않았다.
휀의 등 뒤엔 거대한 빛의 원반이 생성되어 있었다. 바로 마음속의 빛을 나타내어주는 후광이었다.
“호오… 너 같은 전사에게 후광이 생성되다니, 이거야말로 뜻밖인데?”
보르크라는 오른손으로 그의 턱을 쓰다듬으며 휀의 후광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휀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아, 부러운가 보군. 하긴, 마음속에 빛이라고는 전혀 들어있지 않을 테니 말이야.”
“… 훗, 그럴지도….”
보르크라는 조용히 자신의 검을 치켜들었다. 휀 역시 플랙시온을 들고 보르크라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잠시간의 적막이 둘 사이에선 감돌았다.
“타아아앗!”
그리고, 쌍방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둘의 검이 부딪히자 공중엔 찬란한 빛이 퍼져 나갔다. 속성이 다른 검끼리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음!?”
휀은 순간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지탱할 수 있었다. 과연 신다운 굉장한 파워였다. 보르크라는 빙긋 웃으며 더더욱 검에 힘을 가하였다.
“후후후… 가즈 나이트가 된 것을 영원히 후회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