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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81화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보르크라는 순간, 갑자기 휀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전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나에게 후회를 남겨준 유일한 자는 나의 누님뿐이다… 아무리 날 가즈 나이트로 만드신 주신이시라도 나에게 후회를 줄 순 없어!”

휀의 표정은 보통 때의 리오 이상으로 여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노에 일그러진 표정의 마신과도 같았다.

“이, 이 녀석이!?”

보르크라는 긴장감에 결국 자신도 모르게 휀을 공격했고 휀은 그 공격을 쉽게 피하며 보르크라를 향해 플랙시온의 일격을 가하였다.

“꺼져버려라!”

그러나 보르크라 역시 쉽게 당할 리는 없었다. 몸을 뒤로 빼어 플랙시온을 피한 보르크라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 쓰리군….’

보르크라는 자신의 가슴 갑옷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완전히 휀의 검을 피하지는 못하고 살짝 스친 것이 생각보다 심한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승패를 결정지을 만한 일격임에 틀림이 없었다.

휀은 계속해서 보르크라에게 공격을 가하였고 보르크라 역시 공격을 피해 가며 서서히 반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감히 신에게 대항하는가!”

보르크라는 모아두었던 기합을 순간 방출하였고 그 기합은 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휀은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으나 몸을 움직이려 할 때 상황이 의외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보르크라는 자신의 검을 여유 있게 들고서 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후훗, 이것이 신력(神力)! 신의 진정한 힘이다, 이제 후회하거라!”

보통의 힘으론 결박이 풀어지지 않는 것을 깨달은 휀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빛’을 극한으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곧 휀의 주위는 햇빛을 능가하는 광도의 빛이 발생하였고 보르크라는 눈을 가리며 약간 고통스러워했다.

“으음!?”

보르크라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순간, 휀은 자신이 만든 빛의 공간 안에서 플랙시온을 든 채 자세를 취하였다.

“간다… 초필살!”

휀의 기합에 따라 주위에 있던 빛들은 모조리 플랙시온 안으로 흡수되었고 갑자기 광도가 줄어든 탓에 보르크라는 주위를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그에게 들리고 느껴지는 것은 단 한 가지, 휀의 엄청날 정도로 증가된 기와 그의 기합성이었다.

“살신기(殺神技)! <레퀴엠>!”

이윽고, 광체로 변한 플랙시온으로 휀이 일격을 가하자 보르크라의 육체 주위는 시각의 한도를 넘어선 빅뱅 현상이 일어났다. 그 빛과 열에 의해 보르크라의 육체는 증발하여 점점 형체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크, 크오오오오옷!”

긴 비명소리와 함께 보르크라는 원자 단위로 사라져 버렸고 휀은 플랙시온을 든 채 지상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이런 일이!”

아크로는 도저히 믿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신이라 불리던 자신이 드래곤들의 왕일 뿐인 한 청년에게 무참히 당해버린 탓이었다.

바이칼은 얼음보다 더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고신, 아크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 죽는 거다.”

“그, 그렇겐 안 돼!”

아크로는 바이칼의 말을 부정하려는 듯, 마지막 발악을 하며 바이칼에게 기합파를 쏘았다.

그러나 위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보다 더한 공격에도 눈 하나 깜박 안 한 바이칼이었다.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흥… 죽음이 두려운가. ‘신’이면서….”

바이칼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크로의 목에 가져간 채 말을 이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전세는 역전되었겠지. 너희들은 지금 진짜 힘의 십여 분의 일 정도를 가지고 움직인 것이다… 어리석은 것들.”

아크로는 움찔하며 바이칼에게 소리쳤다.

“무, 무슨 소리야! 우리는 분명 완벽하게 부활을!?”

“우리 편 신이 아공간의 힘을 줄인 탓이다. 우리에겐 운이 좋은 것이었지. 다른 신도 아닌 <환수신>이었으니 말이야.”

아크로는 순간 아공간을 막으려고 어디선가 날아왔던 날개 달린 여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그 여자도 신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 환수신은 공간의 힘을 순간적이긴 하지만 조절할 수 있다. 너희들이 나옴과 동시에 공간의 힘을 역추진하여 힘을 뺀 것이지. 오랫동안 아공간 안에 갇혀 있어서 자신의 진짜 힘도 잊다니… 다시 아공간으로 돌아가라. 말이 길어졌군.”

“그, 그런…!”

아크로가 무슨 말을 하기 직전, 바이칼은 무정하게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둘렀고 나뉘어진 아크로는 곧 증기로 화하여 사라져 갔다.

“… 불쌍한 것.”


“… 마무리다!”

얼굴에 약간 상처가 난 리오는 자신의 쌍검을 공중에 띄운 채 양손에 주문을 개방했다.

“마법검, <메가 프레아>!”

곧, 푸른색의 광체가 리오의 손에서부터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안으로 흡수되었고 우라누브는 힘겨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강한 녀석… 역시 우리들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인가….”

우라누브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허탈감과 그리움이 깃들여져 있었다.

“오너라!”

다시 한번 자신의 검, ‘둠’을 치켜든 우라누브는 우렁차게 소리치며 공중에 있는 리오를 향해 돌진하였다.

“간다!”

마법검 주문이 들어간 쌍검을 휘어잡고, 리오는 올라오는 우라누브를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엄청난 금속성과 함께, 우라누브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둠이 세 동강 나는 것과 동시에, 메가 프레아의 폭발에 휩쓸린 채 고신 우라누브는 지상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육체를 잃고 아공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으음.”

리오는 마법검의 효과가 남긴 잔광을 눈처럼 맞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목표물을 기가 실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르즈… 로하가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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