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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84화


“이, 이런!”

리오를 비롯한 일행들은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부르크레서의 진짜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였다.

‘이 정도라면… 상급신에 해당한다!’

휀은 여러 차례 신들과 싸워 본 경험이 있었기에 부르크레서의 수준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결국엔 그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목숨을 거는 수밖엔….”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잡고 있는 오른팔을 긴장시키며 중얼거렸고 바이칼은 아무 말 없이 부르크레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르크레서는 웃음을 멈추고 자신의 앞에 있는 다섯 명을 무시한 채 멀리 보이는 말스 왕성을 바라보았다.

“자아… 이제 이 세계부터 정리해 볼까?”

부르크레서의 눈은 순간 번뜩였고 거대한 고대어 마법진이 그의 앞에 생성되었다. 그의 목적을 모르고 있는 다섯은 그 마법진의 범위에서 재빨리 피했고 마법진에선 초 거대 마법이 말스 왕성을 향해 발동되었다.

“아하하하핫! 증발되어 버려라! <멜튼>!”

곧 섬뜩할 만큼 붉은빛을 발하는 거대 광선이 마법진에서 방출되었고 그 광선은 성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갔다.

“설마…?”

멜튼을 피했다고 생각했던 리오는 그 마법의 직선 거리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다. 그리고 순간 자신의 굉장한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비, 비겁한 놈! 왕성을 노리다니!”


세레나는 머리를 매만지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일급의 주문은 아직 그녀에겐 무리인 것이 증명된 셈이었다.

“으음… 상황이 어떻게 된 거지?”

벽에 의지하여 겨우 몸을 세운 세레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창밖을 바라본 순간.

“….”

그녀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붉은색의 빛이 제발 꿈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러하지는 못하였다. 그 빛에서 뿜어지는 마력이 너무나도 강대한 탓에 실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 그런!?”

망설일 틈이 없었다. 다시 한번 절대 방어 마법 <스트라이>를 사용하거나, 공간 이동 주문으로 피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그녀에겐 마법력이라곤 남아있질 않았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그녀의 뇌리에 스치는 한 개의 단어가 있었다. 바로 ‘기적’이었다.

“… 목숨을 건다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세레나는 재빨리 자신의 은제 십자가를 꺼내어 양손에 포개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으며 기도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간다! 광황포!”

휀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필살기 광황포를, 직선으로 날아가는 <멜튼>을 향해 쏘아붙여 보았으나 마력의 차이 때문인지 별 효력이 없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부르크레서에게 공격을 가하였으나 그의 투기에 밀려 공격조차 감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치이잇!”

리오는 온 힘을 집중하여 부르크레서의 투기를 뚫어보려고 하였으나 힘의 차이에서인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부르크레서는 확실하다는 듯, 다시 한번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일행에게 소리쳤다.

“후후후후후… 이제 왕성은 끝이다!”

부르크레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말스 왕성이 있던 자리에선 대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풍은 얼마 되지 않아 일행에게 밀려들어왔다. 다섯은, 특히 리오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 폭발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런 제길!”

폭발광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 중심의 온도가 건물은 물론 생물이 견딜만하지 않다는 건 눈으로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

일행은 허망한 눈으로 왕성이 있던 곳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특히 리오는 자신이 지켜왔던 모든 것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린듯한 감정에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부르크레서는 조용히 리오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었다. 마치 위로하는 것처럼….

“후훗, 나의 승리일세 리오 스나이퍼. 100년 전에 자네에게 진 빚을 갚은 거니 날 너무 원망하지 말게나. 후후후훗….”

“… 크으윽…!”

리오는 굴욕감과 패배감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힘이 없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즉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탓이었다.

‘미안해요….’

“뭣!?”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온 소리에 리오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부르크레서는 리오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해서 그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번 당신과 함께 웃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레, 레나!? 설마!”

그러나 그 목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리오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듯, 거세게 부르크레서의 손을 쳐 내며 검을 부여잡았다.

“용서하지 못해! 용서할 수 없어!”

리오의 외침을 들은 부르크레서는 빙긋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리오는 물러서는 부르크레서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수차례 공격을 감행하였다.

“후후훗… 너무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나, 리오 스나이퍼?”

부르크레서의 말처럼, 리오의 공격은 하나도 부르크레서에게 적중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부르크레서가 미리 리오의 공격을 알고 피한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야! 도와주자고!”

지크 역시 분한 듯 몸을 떨며 무명도에 손을 가져갔으나 휀이 그를 막아섰다.

“그만둬 지크! 우리가 누군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한 명의 적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기사도에 위반돼!”

그러나, 그것을 예전에 가이라스 왕국에서 괴물로 변한 왕비와 싸울 때 두 번이나 깬 경험이 있는 지크였다. 그는 휀을 약간 강하게 밀며 소리쳤다.

“그런 것 따위로 날 막을 순 없어! 슈렌도 나와 같이 갈 거야, 안 그래!”

그러자, 휀은 플랙시온으로 지크를 겨누었고 지크도 흥분한 듯 무명도에 손을 가져갔다.

“이 녀석!”

고신과의 전투 이상의 긴장감이 둘 사이에서 감돌자, 결국 슈렌이 둘을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둘을 말린 것은 슈렌이 아니었다.

“내가 간다.”

바이칼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휀이 그를 말리려고 하였으나 바이칼은 싸늘히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가즈 나이트가 아니야, 그래서 기사도 따위는 모른다. 그러니 넌 가만히 있어.”

“…!”

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곧 바이칼은 리오와 부르크레서가 싸우고 있는 장소로 달려갔고 휀은 한숨을 쉬며 플랙시온을 거두었다.

“… 내가 가고 싶어서 그랬는데… 교활한 녀석.”


리오는 숨을 몰아쉬며 부르크레서를 바라보았다. 그 고대 악신은 여전히 여유 있는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그런 여유는 리오를 더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뭔가, 리오 스나이퍼. 이제 자네도 지친 건가? 후후후후….”

부르크레서는 천천히 리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오는 반응할 수 없었다. 심한 체력 소모가 남겨준 경직 시간 때문이었다.

“크으읏…!”

“하하핫….”

부르크레서는 오른팔을 뻗어 리오의 목을 잡아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제 끝이다 리오 스나이퍼. 자네만 없앤다면 이제 방해할 사람은 없겠지. 기분이 좋아… 아하하하핫!”

“네 뜻대론 안 된다!”

그때, 드래곤 슬레이어를 거머쥔 바이칼이 부르크레서를 향해 몸을 날렸고, 부르크레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를 어디론가 던져버린 후에 바이칼의 공격을 팔의 투기로 막아내었다.

“호오… 또 내 일에 참견을 하는가, 용제 바이칼!”

바이칼은 부르크레서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밀어붙였다. 검의 힘과 바이칼의 힘이 함께 들어간 탓인지 부르크레서의 투기는 약간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대답을 싫어하는군, 그럼 힘의 대결을 좋아하는가?”

부르크레서의 눈이 붉게 번쩍이는가 싶더니, 괴력으로 바이칼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강하게 밀어내었고 바이칼 역시 밀어내었다.

“으읏!?”

바이칼은 순간 균형을 잃었으나 공중에서 몸을 틀어 균형을 잡고 착지하였다.

“너도 끝이다!”

순간, 바이칼의 뒤로 돌아간 부르크레서는 마력이 깃든 장력으로 바이칼의 등을 강타했고 바이칼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멀찌감치 날아가 쓰러지고 말았다.

“커헉!”

순식간에 둘을 쓰러뜨린 부르크레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휀, 지크, 슈렌 세 명을 돌아보았다.

“이런! 모두 피해!”

휀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다른 둘에게 소리쳤으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부르크레서의 입에서 방출된 초강력 투기포에 의해 셋은 큰 충격을 받고 바이칼과 같이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크아아앗!”

‘이, 이건 최고위 삼신(선신, 악신, 주신)과 맞먹을 정도의… 어떻게 이런 멍청한 일이!’

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먹을 꼭 쥔 채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투기포 한 방에 안전 주문이 풀린 가즈 나이트들이 이 정도의 충격을 입은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원래의 힘 이상의 무언가를 부르크레서가 가지고 있다는 결론밖엔 나오지 않았다.

“아하하하핫! 이제 날 방해할 녀석들은 없다! 신들이여 기다려라… 이 몸이 너희들을 아공간으로 보내 줄 테니!”


“으응…!”

리카는 조금씩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살아 있는 것이 확실했다.

“크, 클루토! 공주님!”

리카는 눈을 번쩍 뜨며 사람들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순진한 소년, 클루토였다.

“리카! 정신이 든 거야?”

리카는 대답할 여유도 없이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말스 왕성이 아닌, 말스 왕성의 폐허가 보이는 어딘가였다.

“클루토! 다른 사람들은!”

클루토는 리카가 무사한 것 같자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리카의 뒤쪽을 응시해 보였다.

“모두 뒤에 계시잖아. 폐하도, 태자 전하도, 공주님과 모두들도.”

리카는 뒤를 돌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클루토의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리카는 그만 그 자리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버렸다.

“휴우… 십년 감수했잖아. 그런데, 누가 우리를 이곳까지 날려서 목숨을 구해준 거지? 그 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레나 언니뿐인데…?”

잠시간 고민하던 리카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클루토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엔 자신의 생각이 제발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쓰여 있었다.

“… 너 세레나 언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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