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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86화


휀과 지크, 슈렌은 바이칼을 부축하며 왕성 폐허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로 갔다. 그곳에선 프시케가 치유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환수를 여럿 불러내어 공간 이동 때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프시케님! 여기 있었군요!”

슬픈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던 프시케는 어디선가 들려온 지크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 표정을 약간 풀며 다가오는 셋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 지크! 그리고 모두들 무사하셨군요!”

지칠 대로 지친 셋과 큰 부상을 입은 바이칼을 본 프시케는 급히 환수들에게 부탁하며 넷을 치료하려 했다.

“잠깐, 그럴 시간이 없어요 프시케님! 부르크레서의 힘이 어째서 원래의 힘보다 강한 건지 혹시 아십니까?”

프시케는 그 질문을 받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주었다.

“부르크레서는 100년 전 이 세계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공간의 힘이 역류해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지요. 힘을 잃지 않은 채 이 세계를 100년 동안 떠돌아다녔으니까요. 하지만 원래의 힘 이상으로 강해진 건 저도 잘….”

휀들은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프시케마저 모른다면 방법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였다.

“제가 알 것 같은데요.”

순간, 모든 일행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긴 금발의 미녀, 크리스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먼 하늘 위에 떠 있는 우르즈 로하가스를 가리켰다.

“다른 요새들은 황제가 폭발시켰지만 저 요새만은 무사히 남겨두었군요. 그 안의 탑승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전 요새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을 이 정도로 다치게 할 정도의 힘을 가졌는데 과연 우르즈 로하가스 같은 요새가 필요할까요?”

크리스의 말을 들은 휀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오마 장군이었던 그녀의 말이니 신빙성은 높았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 이 중에서 저 거대한 우르즈 로하가스를 박살 낼 힘이 남아있는 사람 있나?”

가즈 나이트들은 서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고신과의 싸움에서부터 부르크레서에게 입은 충격까지 겹쳐 전투 불능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드래고니스를 사용하면 안 될까?”

슈렌은 아직 말스 왕국 상공에 떠 있는 드래고니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 될 거예요. 드래고니스 안에 계시는 장로님께서 아무리 드래고니스의 함포가 강력하다고 해도 저 우르즈 로하가스의 <아크 쉴드>는 뚫을 수 없을 거라 하셨어요.”

일행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우르즈 로하가스를 파괴하려면 세 명이 힘을 회복해야 하나 그때까지 리오가 버틸 확률은 아쉽게도 적은 편이었다. 거의 희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너, 환수신이라고 했지….”

프시케는 힘에 겨운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셋에게 부축되어 이곳까지 온 바이칼이었다.

“예? 그런데요…?”

바이칼은 자신의 상체를 일으키고 머리를 감싼 채 말했다.

“아크 쉴드라면 드래고니스에 사는 드래곤들은 잘 알지. 지금 드래고니스를 보호하고 있는 <초 차원 결계> 전에 장착된 기계니까. 그것을 깨려면 일급 마법 프레아가 낼 수 있는 열보다 2500배 이상의 초 고열이 필요하다.”

결국 바이칼 혼자서는 배리어를 꺨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바이칼은 말을 계속 이었다.

“내가 낼 수 있는 메가 프레아의 최대 위력이 프레아의 1800배야. 나와 거의 동등하거나 이상 수준의 고열 브레스를 뿜어낼 수 있는 생물이 있다면 배리어를 뚫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프시케는 환수계를 떠난 지 오래여서 그 이상의 고열을 낼 수 있는 환수가 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바이칼은 숨을 크게 쉬었다가 내쉬며 프시케에게 말했다.

“… 나의 아버님을 불러줘.”


리오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아무리 제2 안전 주문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에너지의 소모만은 멈출 수가 없었다.

반면, 부르크레서는 ‘신의 힘’ 때문인지 에너지 소모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리오는 다시 맞게 된 것이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리오는 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다시 넣어 보았다.

“하아, 하아… 계속할까 부르크레서?”

부르크레서는 리오의 숨결이 가빠진 뜻을 알아챈 듯, 다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훗…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리오 스나이퍼. 넌 이제 졌어. 몇 분 전까지는 상상 이상의 힘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젠 소용이 없어. 넌 지쳤고, 난 이긴 거다. 하하하하핫!”

리오는 그 말투에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아까와 같이 흥분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쳇, 마음대로 지껄여라 멍청이 녀석. 네 약점이 밝혀질 때까지 말이야!”

“흥! 신에게 그따위 말투로 말하다니! 용서하지 못한다!”

부르크레서의 오른팔에서 투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리오는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교차한 채 그 투기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아까 같지는 않았다. 투기포의 충격이 리오에게 전해져 그의 입에선 결국 선혈이 튀었다.

“크읏!”

부르크레서는 때를 만났다는 듯, 계속해서 리오를 향해 투기포 공격을 가하였고 리오는 반격은커녕 이리저리 피하거나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하하하핫! 이것이 신의 힘이다! 알겠느냐, 신의 힘이란 말이다!”

그러다가, 부르크레서의 공격은 칼로 베인 듯 갑자기 끊겼고 리오는 의아스러운 눈으로 부르크레서를 바라보았다.

부르크레서의 눈엔, 다른 드래곤보다 수 배는 커 보이는 거대 드래곤 두 마리가 나타나 있었다. 하나는 군청색의 갑옷과 같은 피부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색만 다를 뿐, 외관은 비슷했다. 겉으로 보기에 군청색의 드래곤이 더욱 젊어 보이는 것뿐이었다.

“저, 저것은 용왕…!? 어떻게 다시 이곳에 나타난 거지!”

부르크레서는 몹시도 흥분하며 두 드래곤을 향해 가려고 하였다. 순간, 그의 몸을 누군가가 뒤에서 잡았고 부르크레서를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언가 찔리는 내막이 있는 모양이군, 부르크레서. 그럼 내 온 힘을 다해 널 막겠다!”

리오는 자신의 마지막 기까지 쏟아내며 부르크레서를 붙잡았고 그 힘은 부르크레서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오랫만이구나 아들아….’

흑갈색의 비늘을 가진 선대 용왕, 그는 자신 이상으로 성장한 아들 바이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나 바이칼은 고개를 저은 후 공중에 떠 있는 우르즈 로하가스에 시선을 두었다.

‘우선 저것을 파괴하는 것이 급합니다 아버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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