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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90화


1장 [발단]

마법이 린스와 케톤을 데리고 온 곳은 성에서 멀리 떨어진 듯한 산지였다. 케톤은 지도를 펼쳐 대륙의 구석구석을 짚어보며 이곳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 펠튼 고원입니다 공주님. 레프리컨트 성과 엄청나게 떨어져 버렸군요.”

“으음… 그래? 알았으니 여기에 있어 봐.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엄마가 미리 준비해주신 여행용 복장이 있으니 말이야.”

“예? 예에….”

그녀가 숲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케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음… 얼마나 ‘엄마’라 부르고 싶으셨으면….”

곧 린스는 짧고 가벼운 복장에 소검을 장비하고 케톤에게 돌아왔다. 드레스를 입은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케톤은 생각했다.

“뭘 뚫어지게 보는 거야, 어서 가자고 케톤.”

“아,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럼 이쪽으로….”

몇 시간 후, 둘은 생각보다 깊은 숲속으로 들어왔고 길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왕성 안에서라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린스의 명령도 있었고 이야기 한번 해보는 것이 케톤의 심정이어서 대화는 의외로 쉽게 진행되어 갔다.

“어머머… 나보다 한 살 어리단 말이야? 그런데도 굉장하네 케톤은?”

케톤은 부끄럽다는 듯 자신의 검은 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고개를 저었다.

“아하하, 아닙니다 공주님. 과찬의 말씀을….”

케톤 프라밍. 레프리컨트 왕국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기사로 더욱 유명한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굉장한 검술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소년이어서 궁중 안에서도 인기가 꽤 높은 편이었다.

“검술은 누구에게 배웠어?”

“어렸을 때부터 조부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검술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린스는 공주라는 자신의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케톤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핫… 어머, 미안해 케톤, 기분 상한 거야?”

솔직한 심정으론 그랬지만 악의가 없는 웃음이란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공주님. 그렇게 마음에 두시지 마세요.”

부스럭.

숲속에서 난 소리였다. 둘의 걸음은 순간적으로 멈추었고 불안감과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린스뿐만이 아니고 케톤도 마찬가지였다.

“케, 케톤…?”

린스의 질린 표정을 본 케톤은 자신의 장검을 뽑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십시오 공주님. 목숨을 바쳐 보호해 드릴 것입니다.”

그런 긴장된 분위기가 흐른지 얼마 되지 않아, 부스럭 소리와 함께 수마리, 아니 수십 마리에 이르는 고블린들이 둘을 포위한 상태로 나타났다. 마치 고블린의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고블린들의 숫자는 굉장했다.

“키키키키킷…!”

알 수 없는 고블린들의 언어가 들려왔다. 그러나 케톤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아아아앗!”

린스는 아까와는 다른 케톤의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케톤의 진짜 모습이란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공주님! 절 따라오세요!”

“아! 알았어!”

린스는 케톤이 만든 틈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블린들이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했다. 고블린들의 총공세에 케톤은 둘러싸여 버렸고 그 상황을 모르는 린스만이 홀로 숲을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른 린스는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케톤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하아, 하아, 케톤은 괜찮을까?”

그러나, 그녀의 그 생각에 못을 박듯, 화살 하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나무에 박혔다. 길이가 짧은 것을 보아 고블린의 것이 확실했다.

“케, 케톤은!?”

고블린들의 음침한 눈빛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린스는 공포에 질려 검도 뽑지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

“키이이이잇!”

한 고블린의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줄들이 나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린스의 몸을 휘감았다.

“꺄아아앗!”

비명에도 불구하고, 케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린스는 자신을 나무 위에 매달아 놓고 재미있다는 듯 구경을 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한 고블린이 돌멩이를 집어 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앗! 아프잖아!”

한 마리가 린스에게 돌을 집어 던지자, 나머지 고블린들도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애교로는 봐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사, 살려줘!”

왕성 안에서 공주로서 화려한 생활을 했던 린스로서 이런 굴욕을 참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추악한 고블린들에게….

바로 그때였다.

슈우웃!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양날의 중형 도끼가 고블린 여섯 마리의 머리를 날려 보내며 나무에 박혔다. 고블린들과 돌에 맞아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긴 린스는 도끼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보다 약간 큰 그림자가 서 있었다.

“으음… 사람이 맞군. 다친 데 없소?”

그곳엔 수염을 거칠게 기르고 장발을 길게 늘어뜨린 한 사나이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린스는 인간이라는 것에 안심한 듯 한숨을 길게 쉬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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