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195화


2장 [고대의 마물]

엣센의 마을은 오랫만에 시끌벅적하였다. 하지만 축제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촌장이 비상 회의를 소집한 것이었다. 회의의 내용은 지진으로 인해 마을 근처에 불쑥 솟아오른 괴 기둥의 처리 방안이었다.

“저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여러분? 혹시 아시는 분 없으십니까?”

촌장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모여든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지진을 일으키며 나온 걸로 보아 나쁜 징조가 아닐까요 촌장님? 색도 검은색이고… 전 마음에 안 듭니다.”

듬직하게 생긴 마을 청년이 손을 들고 말하자, 사람들과 촌장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기둥엔 모든 마을 사람들이 가까이 가지 않기로 합시다. 좋은 일이 생기든 나쁜 일이 생기든 말이오. 우리에겐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은 촌장의 결정에 동의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해산하여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라? 저게 뭐지…?”

한 중년의 사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옆 사람의 어깨를 두드렸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은 약간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내가 가리킨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네 개의 작은 물체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것들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보아 마을을 향해 날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도 아니고…?”

이윽고, 마을 사람들은 등에 처음 보는 종족을 태운 와이번의 무리에 의해 불의의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고 전투에 능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와이번의 공격에 무참히 쓰러져 갔다. 수 명의 주민이 죽어간 후, 사람들은 저항할 의지를 잃었고 마을 한가운데의 광장으로 몰리게 되었다.

“후… 이곳의 인간들은 약하군.”

와이번의 등에서 내린 검은 피부의 종족, 그들이 바로 오래전에 이 세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고 전해지는 <다크엘프>들이었다. 환도를 거머쥔 그들은 인간의 언어로 주민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깨어나서 그런지 우리들은 배가 고프다. 어서 먹을 것을 갖다 바쳐라.”

주민들은 기가 막혔다. 갑자기 괴물들과 함께 불쑥 나타나더니 사람들을 살해하고 음식을 주문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크엘프들의 뒤에 버티고 앉아있는 거대 익룡 와이번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뭐하는 건가!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나!”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는 다크엘프는 흥분한 듯 소리치며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그의 손엔 붉은색의 기가 모였고 다크엘프는 그것을 움켜쥐고 근처에 있는 가옥에 집어 던졌다.

콰광!

놀랍게도, 조그마한 빛의 구체 한 방에 집 한 채가 산산조각이 났고 주민들은 급히 움직이며 각자의 집에 있는 음식들을 다크엘프들에게 바치기 시작했다.

“어서어서 움직여! 1000년 동안이나 음식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단 말이다!”

열 명의 다크엘프는 곧 자신들에게 바쳐진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다크엘프들의 호리호리한 몸을 보면서 어떻게 저 많은 음식이 다 들어갈까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음식을 다 먹은 다크엘프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자아, 이제 먹이를 줄 차례다! 우리가 타고 온 와이번들에게 줄 먹이를 가져와!”

촌장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붉은 옷의 다크엘프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머, 먹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붉은 옷의 다크엘프는 씨익 웃으며 촌장에게 속삭였다. 그 속삭임을 들은 촌장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 그런! 어떻게 사람들을 먹이로!”

다크엘프들은 촌장의 말을 무시하며 환도를 거머쥐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앞으로 나와라! 안 그러면 와이번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게 할 것이다!”

“잠깐!”

순간, 다크엘프들과 사람들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을 입구에 간단한 갑옷을 입은 청년과 청년보다 큰 키의 여성 엘프가 다크엘프들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청년은 검을 뽑아 들고 다크엘프들에게 소리쳤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약탈 행위를 그만둬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다크엘프들은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가 곧 가가대소를 하며 둘에게 소리쳤다.

“와하하하하핫! 1000년 만에 이런 멍청이들을 만나는군! 이런 녀석들이 ‘정의는 이긴다’란 표어에 목숨을 내걸고 모험을 하는 녀석들이지, 별로 강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힛힛힛….”

청년은 흥분한 듯 다크엘프들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옆에 서 있던 엘프가 그를 제지시키며 속삭였다.

“잠깐만요 페릴, 저들은 보통 마족이 아닌 상위 다크엘프들 같아요! 지금의 당신에겐 위험하다구요!”

페릴이라 불린 청년은 엘프를 뿌리치며 다크엘프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성격이 매우 다혈질인 듯했다.

“미안해 트리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간다 빌어먹을 녀석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