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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197화


다크엘프 다섯을 처리하는 건 케톤에겐 어찌 보면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쓰러뜨린 케톤은 나머지 다섯에게 눈길을 돌렸다.

“너희들도 덤벼라.”

다크엘프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케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붉은 옷의 다크엘프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후훗… 저 녀석, 내 피를 끓게 만드는군. 좋아 친구들, 저 녀석은 내가 처리할 테니 와이번에게 돌을 던진 저 빨간 머리를 처리해 줘.”

다크엘프들은 붉은 옷의 동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속속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사라지자 붉은 옷의 다크엘프는 자신의 검을 뽑으며 케톤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1000년 만이군, 이런 기분은!”

리오는 다크엘프 네 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빙긋 웃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린스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이봐, 도망치는 거야?”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린스를 돌아보았다.

“그럴리가 있나요, 손님맞이를 하러 나온 겁니다.”

“손님맞이? 누구?”

린스의 되풀이되는 질문에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오른팔을 허공에 스윽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로….”

파악!

리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오른손엔 어느새 다크엘프의 검은색 안면이 잡혀 있었다. 잡힌 다크엘프의 눈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 이 녀석들 말입니다.”

리오는 잡은 다크엘프를 땅바닥에 강하게 내던진 후에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아, 잔재주는 이제 싫으니 당당하게 나와 봐 검둥이들. 안 그러면 화낸다.”

바닥에 던져진 다크엘프 주위에 다른 셋도 나타났고 그들은 케톤이 자신들의 동료를 쓰러뜨리는 광경을 보았을 때 이상의 긴장된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몸을 은신하고 있는 다크엘프를 맨손으로, 그것도 여유 있게 잡는다는 것은 인간을 초월한 초감각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건 다크엘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이 녀석들은 대체!?”

다크엘프들은 굉장한 괴물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유 있는 표정이지만 엄청난 투기를 내뿜고 있어서 쉽사리 접근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안 온다면 내가 간다!”

리오는 빠르게 대시하며 자신의 ‘짐’을 다크엘프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 짐에 맞은 다크엘프들은 추풍낙엽과 같이 하나둘씩 바닥에 뒹굴었다. 네 명의 다크엘프를 모조리 쓰러뜨린 리오는 피식 웃어 보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묶어 올렸다. 역시 괴물이야 라고 생각하던 린스는 리오가 머리를 묶어 올리기 시작하자 약간 놀란 듯 입을 열었다.

“이, 이봐. 뭐하는 거야?”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묶어 올렸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두터운 머리채, 산발이었을 때 이상의 박력이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수염만 없었다면 꽤나 괜찮았을 거라고 린스는 생각했다.

리오는 ‘짐’도 천천히 풀어헤쳤다. 회색의 보자기라 생각했던 것은 알고 보니 거대한 망토였고 둘러싸여있던 물건은 두 자루의 각기 다른 검이었다. 하나는 대검이었고 하나는 보통의 것보다 몸이 약간 긴듯한 소검이었다. 리오가 검을 장비하고 망토도 두껍게 두르자,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하던 부녀자들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리오는 린스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 할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가씨’. 더 이상 짐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군요. 후훗….”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 말을 마친 리오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져 조그만 은 십자가를 꺼내고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지켜봐 줘….”

쓰러진 다크엘프들은 휘파람을 이용해 와이번들을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리오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오너라!”

리오는 자신의 검, <디바이너>를 빠르게 뽑아 들었다. 그 보라색의 대검을 본 린스와 트리네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체가 검은색인 금속은 많이 보아왔어도 짙은 보라색 금속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쿠오오오오오!”

와이번들은 입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리오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브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인간급의 생물들에겐 맞고서 얼마나 빨리 죽느냐의 차이 이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흐읍!”

불길들이 날아오자, 리오는 자신의 망토를 앞으로 강하게 휘둘렀고 순간 생겨난 굉장한 풍압에 의해 불길은 공중에서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와이번은 아랑곳하지 않은 듯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우고 계속해서 리오를 공격해 들어왔다.

“기다렸다!”

와이번이 자신이 생각한 거리에 들어오자, 리오는 강하게 뛰어오르며 디바이너를 빠르게 휘둘렀다. 보라색 검광이 허공에서 두 번 교차함과 함께, 와이번의 두 날개는 공중으로 튀어 올랐고 날개를 잃어버린 몸은 비명과 함께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쿠에에에엑!”

리오는 내려오며 지상에 떨어진 와이번의 머리를 검으로 내리쳤다. 급소를 디바이너에 의해 관통당한 와이번은 이내 숨이 끊어졌고 또 다른 와이번들이 리오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앗!”

리오는 다시 한번 점프하여 와이번들을 향해 디바이너를 휘둘렀고 두 마리의 와이번은 단숨에 두 동강이 나며 바닥에 뒹굴었다. 마지막 남은 와이번의 등 위에 올라탄 리오는 와이번의 긴 목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뒤틀었다.

부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와이번의 숨통은 그대로 끊겼고 리오는 추락하는 와이번의 몸에서 떨어져 가볍게 지상에 착지하였다. 강한 괴물과의 싸움이었지만 리오에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간단하군….”

리오는 디바이너를 다시 집어넣고 린스의 옆으로 돌아왔다. 다크엘프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전사가 와이번과 육탄전으로, 그것도 다대일로 싸워 이겼다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 괴물이라니까.”

린스는 리오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을 뿐이었다.

“케톤이 싸우는 거나 보자고요 아가씨.”

붉은 옷의 다크엘프와 케톤의 실력은 호각에 가까웠다. 공격력은 케톤이 조금 더 좋은 듯했고 속도는 다크엘프가 약간 더 빨랐다. 다크엘프의 빠른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지자 케톤도 지지 않으려는 듯 레드 노드를 전보다 훨씬 강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크엘프의 짧은 검으로 장검인 레드 노드를 받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손이 굉장히 저렸기 때문이었다. 다크엘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케톤에게서 떨어지며 양손을 모으고 주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돌덩이로 만들어주마! <브레이크>!”

“어엇!”

순간, 회색의 빛이 다크엘프의 손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케톤은 흠칫 놀라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레드 노드를 몸 앞에서 수직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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