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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02화


“괴물이라니요…?”

리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린스를 바라보았다. 린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헤헷….”

노엘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리오에게 다가왔다. 리오는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노엘을 바라보았다.

“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노엘은 즉시 리오의 망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리오의 팔뚝을 만져보았다. 리오는 즉시 기겁을 하며 노엘의 손을 뿌리쳤고 그 바람에 노엘의 안경이 살짝 벗겨지고 말았다. 노엘은 안경을 고쳐 쓰며 즉시 리오에게 사과를 하였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보통 전사들의 팔뚝보다 조금 더 딱딱한 것 외엔 와이번과 싸울 만한 힘이 없는 것 같은데요…?”

리오는 자신의 팔을 쓰다듬으며 인상을 찡그린 채 린스에게 물었다.

“…이 여자분은 대체 누굽니까?”

린스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일어서서 노엘을 리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적이 없지 꺽다리?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찾는 노엘이란 학자야. 내 선생님이시기도 했지. 나이는 리오보다 한 살 더 많을걸? 그리고 저쪽은 리오·스나이퍼. 정말 강한 사람이야.”

서로 소개를 받은 리오와 노엘은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속으로 둘은 서로를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중이었다.

“아, 미처 소개를 못했군요. 이쪽에 있는 이 미인은 레이·첸이라고 한답니다. 동양에서 건너온 19세의 소녀지요. 직업이… 무녀였던가요? 그리고 아직은 우리말을 잘 못하니 여러분이 이해해 주세요.”

레이는 양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리오를 비롯한 일행에게 인사를 하였다.

“처음 뵙습니다. 레이·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인형처럼 변하지 않았다.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동양 사람들은 표정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린스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위기에 빠진 레프리컨트 왕국을 구하는 일이었다.

“이제, 우린 어떻게 하면 좋아 노엘?”

노엘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감싸며 얘기를 시작했다.

“이상하군요, 공주님의 말에 따라 전세가 그 정도였다면 공주님이 왕국을 떠나신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서 성은 함락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도의 함락 소식은 듣지 못했지요. 이곳이 아무리 변경이라고는 하지만 항구도시이니 만큼 그런 정보엔 빠르답니다.”

노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설마 이것이었을까요? 제가 들은 바로는 마동왕의 군대가 놀랍게도 단 한 사람에게 전멸당하여 본국으로 후퇴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많은 군사들이 한 사람에게 전멸당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집안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그 한 사람이 <메테오> 같은 고급 전체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일은 간단하지요. 고급 마법이란 변수가 있으니 충분하다고 전 봅니다. 싸움은, 특히 대단위 전투에선 의외의 일이 잘 일어나지요. 전 그런 것은 충분히 경험해봤습니다.”

노엘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리오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나이퍼 씨의 말을 들어보니 그렇군요. 그럼 이제 공주님은 다시 레프리컨트 왕국으로 돌아가시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린스와 케톤은 한숨을 쉬며 잘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돌아가는 건 좋은데요, 지금까지 오면서 이곳이 마물 천국이 되어버린 걸 잊으셨나 보군요 공주님.”

린스는 아차하며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져 들어갔다. 린스가 고민하는 모습을 본 노엘은 웃으며 린스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공주님. 마침 레이양의 일도 있고 하니 말이지요. 공주님은 아무 걱정 마세요.”

린스는 노엘이 같이 가준다는 말을 듣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안겼다.

“와아-! 고마워 노엘!! 정말 고마워!!”

노엘이 같이 가준다는 말에 케톤도 한결 낫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리오는 그리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창문 밖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뭔데 그러는 거지…?’

리오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래야 안 가질 수도 없는 것이 린스와 케톤을 지킬 만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격투사나 검사같이 투기가 높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며 한탄했다.

“짐만 늘었군….”

“에? 뭐라고 하셨죠 스나이퍼 씨?”

리오는 속으로 아차 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그냥 어깨만 으쓱였다.

“아뇨, 아무것도….”

그들이 집 안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도 항구의 상인들은 열심히 자신의 상품명을 용지에 적으며 보름 후에 자신들에게 들어올 돈을 상상했다. 그것이 진정한 상인 정신이라고 레프리컨트의 어떤 학자가 말한 적도 있었다. 상인이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자 건장한 체구의 선원은 상선 가운데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는 배의 선장에게 소리쳤다.

“선장님-! 화물 확인 완료입니다-!!!”

잠깐 잠에 빠졌었던 선장은 가수의 목소리보다 듣기 껄끄러운 부하 선원의 목소리에 잠을 깼고 그는 자신의 모자를 고쳐 쓰며 의자에서 일어나 배에 있는 모든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자아- 출항이다!! 닻을 올리고 돛을 내려라!!!”

와아- 하는 선원들의 힘찬 목소리는 상인이 짐을 확인하는 동안 꽤나 좀이 쑤셨다는 소리와 같았다. 선장의 말대로 열심히 닻을 올리던 한 선원이 옆에서 줄을 감고 있는 동료에게 약간 불안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이보게 토겐, 어제인가 이곳에 지진이 있었지 않나? 배에 피해가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뭔가 불길하지 않나?”

동료 선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동료가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보통 때엔 용감하기 그지없던 선원들도 미신 앞에는 맥을 못 추었다.

“무, 무엇이 말인가?”

“으음… 예전에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인데, 지진이 있으면 이 세계에 굉장한 일이 일어날 징조와 같은 거라고 하시더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젯밤에 말이야….”

“이 녀석들!! 어서 일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거 몰라!!!”

일을 안 하고 수군대기만 하는 두 선원이 눈에 띄자 무서운 인상의 부선장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고 두 선원은 말을 끊고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곧 상선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몇 분이 지나 배는 항구에서 벗어났다. 일을 다 끝낸 선원 둘은 다시 모여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으응, 그러니까….”

다시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무렵, 배가 약간 심하게 흔들렸고 부주의한 자세의 선원 몇 명은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야기를 하던 두 선원도 약간 움찔거리며 겨우 자세를 바로잡았다. 입에서 거친 소리를 내뱉은 두 선원은 다시 이야기를 하려 했다.

철썩-

“응!?”

두 선원은 방금 들린 소리에 순간 숨을 죽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엇인가가 배에 붙은 것 같은 소리였다.

“뭐, 뭐지…!?”

둘 중 한 명이 용감하게 배의 아래쪽을 내려다보았고 아래쪽을 내려다본 선원은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배 안으로 시선을 돌린 그 선원은 한숨을 푸욱 쉰 후에 동료의 굵은 팔뚝을 잡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괴물이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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