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03화
“흐음… 심심하다.”
리오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하품을 하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케톤은 이 사람이 정말 24시간 전에 와이번 네 마리를 쓰러뜨린 사람인가 잠시 의심을 해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아닌가 생각도 해 보았다.
“… 그런데 케톤.”
“예?”
리오는 심심함을 달래려는 듯 케톤에게 말을 걸었고 케톤은 리오를 바라보았다.
“노엘인가 하는 아줌마 말이야, 도대체 뭐하는 여자야?”
케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오의 말을 듣고 보니 노엘의 직업을 확실히 표현하기가 힘든 탓이었다.
“그러니까… 마법도 상급자 수준이시고, 물리와 화학 방면의 지식이 레프리컨트 왕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분이시지요. 그 젊은 나이에도 말이지요. 스물다섯인가? 그리고… 미인이시잖아요?”
“그래…?”
리오는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리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마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그 점은 약간 이상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힘은 조절할 수 있었기에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밖에서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노엘과 레이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어멋? 저, 저건 크라켄!?”
노엘은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 한가운데에 상선인듯한 배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문어 괴물, <크라켄> 세 마리를 볼 수가 있었다. 노엘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안경을 벗고 눈을 비벼 보았으나 자신이 본 장면은 달라지지 않았다.
빠각!
배의 한 부분이 박살 나는 소리가 멀리 들려왔다. 노엘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듯 이를 악물고 자신의 앞치마를 벗어 던진 후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자신의 작업실로 뛰어갔다.
“어디에 가십니까 노엘 선생님?”
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노엘에게 물었고 노엘은 자신의 안경을 벗고 끈이 달린 넓은 고글을 다시 쓰며 레이에게 말했다.
“사람들을 구해야죠! 어서 스나이퍼 씨와 케톤에게 밖으로 나와달라 말해 주세요!!”
레이는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노엘 선생님. 말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부엌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선 레이는 변함없는 말투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리오와 케톤에게 말했다.
“노엘 선생님께서 스나이퍼 씨와 케톤에게 밖으로 나와달라 말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스나이퍼 씨와 케톤은 집 밖으로 나가 주십시오.”
리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를 바라보았고 레이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 알겠사옵니다 레이씨. 나가보자 케톤!!”
리오는 케톤의 등을 툭 치며 밖으로 뛰쳐나갔고 케톤은 자신의 검, 레드 노드를 챙기고 리오를 따라갔다. 레이는 잠시 동안 리오와 케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짧게 쉬고는 열려있는 문을 조용히 닫으며 중얼거렸다.
“문은 닫고 다니셔야 합니다.”
리오와 케톤이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무엇인가가 파도를 강하게 가르며 그들 근처에 다가왔다. 노엘이 발명한 증기 고속선이었다. 리오와 케톤은 네 사람이 탈 만큼 약간 큰 그 배 안에서 노엘이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볼 것 없다는 듯 바로 배 위에 올라탔다.
“요오~ 별걸 다 만드시네요? 놀랐습니다.”
노엘은 빙긋 웃으며 곧바로 배의 시동을 걸었다. 곧 배는 회색의 증기를 내뿜으며 바다를 달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보시오! 노엘 선생님이오!! 선원들은 이제 살은 거요!!!”
“노엘 선생님!! 사람들을 살려 주세요!!!”
뱃사람들은 큰 소리를 치며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러 바다를 달려가는 노엘을 응원했고 부녀자들 역시 소리치며 그녀를 응원했다. 리오와 케톤은 노엘이 근처에서 인기가 꽤 좋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배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리오 씨가 이 손잡이를 잡고 계세요, 제가 <라이트닝 볼트> 5급으로 크라켄을 배에서 떼어놓겠어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미쳤어요!! 그런 대단위 공격 마법을 쓴다면 절연체인 배 안에 들어가 있는 선원이라도 감전당할 게 뻔하다고요!! 마법을 사용할 거면 <썬더> 5급 이상을 사용해 공격해요!!!”
듣고 보니 리오의 말이 옳았다. 노엘은 검을 쓰는 전사라고 생각했던 리오가 의외로 마법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것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 알겠어요! 그럼 제가… .”
바로 그때, 상선에 붙어 있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크라켄이 또 한 마리 바닷물을 밀고 일행의 배 앞에 위용을 드러냈고 노엘은 충돌하지 않기 위해 방향키를 급히 꺾었다. 그러자 크라켄의 흡반이 달린 긴 다리가 배를 따라왔고 그 거리는 굉장히 빨리 좁혀지고 있었다.
“쳇, 어쩔 수 없지!”
리오는 일어서기 위해 의자에 자신을 묶고 있는 안전벨트를 풀려고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아, 미안해요, 제가 미처 말을 못 드렸군요!! 안전벨트의 버클은 배가 급가속을 하게 되면 풀리지 않게 되어 있어요!!”
리오는 기가 막혔다.
“젠장! 나중에 얘기합시다 누님!!”
리오는 결국 두꺼운 안전벨트를 힘으로 끊고 배의 뒤에 올라섰다. 노엘은 계속 운전하다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고안한 안전벨트는 이론상 1톤 이상의 힘을 견딜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와랏! 마법검, <썬더 크레이브>–!!!”
리오는 주문에 따라 왼손에 맺혀진 뇌력을 자신의 검 디바이너에 바르듯이 씌웠고 뇌력을 머금은 디바이너는 곧 스파크를 강렬하게 방출하기 시작했다. 케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다.
“마, 마법검!? 그런 최고급 기술을!?”
리오가 마법검을 사용한 직후, 크라켄의 다리가 배를 덮쳐왔고 리오는 간단히 그 다리를 잘라낸 후에 노엘에게 소리쳤다.
“노엘! 배를 저 크라켄이 있는 방향으로 몰고 들어가요!! 어서!!!”
노엘은 깜짝 놀라며 앞을 본 상태로 리오에게 소리쳤다.
“예엣!? 그럼 크라켄의 다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나만 믿어요!! 어서 몰고 들어가요! 그러다가 내가 뛰어오르면 바로 방향을 꺾어서 크라켄의 뒤쪽으로 가주세요!!”
노엘은 잠시 주저하다가 리오의 실력을 볼 겸, 배의 방향을 바꿔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크라켄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크라켄은 기다렸다는 듯 모든 다리를 내뻗어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선수에 선 리오는 디바이너를 고속으로 휘두르며 다가오는 다리들을 모조리 잘라 내었다. 이윽고 다리들이 뻗어 나오질 않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세를 취하였다.
“좋아! 없애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