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21화


바이칼은 오른쪽 주먹을 쥐고 주문에 들어갔다. 황토색의 불꽃이 주먹에 맺히기 시작했다.

“호오… 저것은?”

라가즈는 바이칼의 주먹에 맺힌 불꽃을 보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반짝였다.

“뭔가 아는 바라도 있소?”

말스왕도 궁금한 듯 노 마법사에게 물어왔다.

“예, 저것은 정령계 내의 실질적인 지배자라 불리우는 영룡(靈龍)의 불꽃입니다. 모두 네 가지의 불꽃이 존재하지요. 화염계를 뜻하는 붉은색, 수계를 뜻하는 파란색, 대기계의 하늘색, 지계의 황토색. 이렇게 말입니다.”

“흠, 그렇다면 저 불꽃은 지계의…?”

“예,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저 젊은이가 지룡의 불꽃을 사용할 수가 있을까요?”

그들이 말하는 동안에 경기장의 균열은 심해져갔고 기둥들의 수는 늘어만 갔다. 진동이 약간씩은 관람석에도 미치고 있었으나 슈레이는 상관하지 않고 주문을 계속 사용해갔다.

바이칼은 조용히 왼쪽으로 비켜섰다. 곧바로 바이칼이 있던 자리에서 뾰족한 돌기둥 하나가 솟아올랐다.

“본때를 보여주지.”

바이칼은 준비한 주문을 사용하기 전에 경기장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넓이를 눈으로 적당히 재어본 바이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리아 다라이바나 카라바스! 땅의 지배자여, 나에게 대지의 힘을 빌려주오! 그랜드 크랏슈!!”

바이칼은 주문과 함께 오른손 주먹으로 땅을 가격했다. 관중들은 뒤에 들려온 엄청난 굉음에 귀를 막아야만 했다.

“아앗?!”

순간적으로 일어난 대진동은 경기장 주변에 걸려있던 슈레이의 주문을 완전히 무효화시켰다. 그리고 땅에 꽂혀있던 슈레이의 검도 진동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튕겨 날아가 버렸고 슈레이도 검과 함께 경기장 밖으로 쓰러졌다.

“튀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리오는 턱을 괸 채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슈레이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경기장 밖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어이, 이제 알겠지? 날 이기는 건 약간 힘들다고.”

바이칼은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슈레이에게 말했다.

“쳇, 어쩔 수 없군… 진 걸 인정하지.”

슈레이는 일어서며 양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약간 검은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대신관의 호른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결승전은 경기장의 응급 복구 문제로 약간은 지연이 되었다. 수리공들은 경기장에 무수히 솟아난 기둥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였다. 거의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무렵에 슈레이가 약간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다시 땅에 꽂아서 노움의 힘으로 기둥들을 원래 있던 지하에 되돌려 보냈다.


“흠… 매우 재미있을 것 같소.”

왕은 과일 주스로 목을 축이며 라가즈에게 말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아마도 저희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경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나는 결승전이 임박하자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공주는 무슨 걱정이라도 있느냐?”

“아, 아닙니다. 걱정은 없습니다.”

레나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왕을 안심시키려는 표정을 지었다.

“훗, 걱정하지 말거라 공주야. 리오란 사나이도 그리 약해 보이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레나는 그 말을 듣고서 안심이 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왕은 레나의 말을 듣고 작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레나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띠었다.

“공주야, 만약에 너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영주가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내가 걱정할 일이 없을 텐데…”

왕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레나에게 말했다. 라가즈도 그 말에 동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


대신관의 호른 소리가 들려오자 관중들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왕국 최강이라 불리우는 호장들을 간단히 쓰러뜨리고 올라오는 두 신인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리오와 바이칼은 응급 복구된 경기장에 천천히 들어섰다. 리오는 약간 멋쩍은 듯 머리를 긁어댔고 바이칼은 손목을 꺾어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이, 색골.”

리오는 마주 서있는 바이칼을 불렀다.

“왜 그러냐 빨간 얼간이.”

둘의 말투는 여전히 거칠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친밀감도 느껴지고 있었다.

“너하고 대결하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30년밖에 더 됐냐?”

“하긴.”

둘은 천천히 자신들의 검을 뽑아보였다. 자색의 바스타드 소드 디바이너는 오랫만에 상대를 만난 듯 자신의 색을 더더욱 진하게 만들었으며 드래곤 슬레이어도 더욱 찬란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얼마만큼 강해졌나 볼까 색골?”

바이칼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몸으로 느껴봐라 얼간이.”

대신관이 입에 호른을 가져가자 관중들 사이에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공기도, 바람도 숨을 죽였다. 어느 때와는 다른 긴장감에 대신관도 얼굴색이 좋지를 않았다.

부우우…

“타앗!!”

호른 소리와 동시에 그들은 경기장 중앙에서 격돌했다. 검과 검 사이에서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호장들은 그들의 전투가 자신들과의 전투와 비교가 안 되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고 있는 걸 보고서 침을 꿀꺽 삼켰다.

“으랴앗!”

리오의 파워풀한 공격에 바이칼은 조금도 밀리지가 않았다. 바이칼의 속공도 리오에겐 전혀 통하고 있지가 않았다. 거의 막상막하의 실력임에 틀림이 없었다.

“운동 좀 했나 보지 색골!!”

리오의 중단 공격을 받아낸 후 바이칼이 대답했다.

“네가 약해진 거 아니냐!”

바이칼은 오른손에 검을 쥔 후에 팔을 휘둘렀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으잇!”

리오는 검의 반경에 들어있지 않은데도 빠르게 몸을 제쳤다. 그러자 리오의 뒤쪽에 멀리 자리 잡고 있던 의자 하나가 간단히 두 동강이 났다.

“요격 진공참(邀擊 眞空斬)이군, 그렇다면 답례다!”

리오는 바이칼 쪽으로 빠르게 점프했다. 검을 한껏 위로 젖혔다가 바이칼이 범위 안에 들어오자 그대로 검을 내리 휘둘렀다.

“대지열파(大地熱波)!!”

바이칼은 그 기술을 피할 틈이 없었다. 기술의 속도도 빨랐지만 그 범위가 만만치 않아서였다.

“크윽!”

대지열파를 방어한 바이칼은 뒤쪽으로 쭉 밀려났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고쳐 잡은 바이칼은 대지열파의 딜레이 때문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있는 리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신월 대격참(新月 大擊斬)!!”

관중들은 그 기술의 말도 안 되는 범위에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호선이 바이칼에게 다섯 발자국 이상 떨어져 있는 리오의 가슴을 노리고 바이칼의 검을 따라서 그어졌다.

“이런!”

리오는 검을 가로로 세워서 그 기술을 방어했다. 리오도 바이칼처럼 뒤로 약간 밀려났다.

“검기군!”

라가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검기라면…?”

“그것으로 밖에는 저 엄청난 범위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 둘은 정말 대단하군요!”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