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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20화


“그건 그렇고, 너 이름이 뭐야?”

가재 세 마리를 먹어치운 지크는 턱을 괴고서 마키에게 물었다. 마키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대답했다.

“「마키·키드렉」….”

이름을 들은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마키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를 향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봐! 사람의 이름을 듣고서 웃는 건 뭐야! 기분 나쁘잖아!!”

지크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물을 한잔 마신 후 대답했다.

“아니, 생긴 것도 여자같이 생겼는데 이름도 약간 여자 같잖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사과하지.”

마키는 아무 말 않고 다시 요리를 먹었다.

식사를 끝낸 일행은 다음 날 떠나기 위해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마키는 다른 곳에 가서 자겠다고 말했으나 자신은 잘 때 업어가도 모른다는 지크의 말을 듣고서 그들과 같이 여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방 두 개를 잡은 지크는 열쇠 하나를 루이체에게 던져준 후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자신이 가진 열쇠에 쓰여있는 번호가 적힌 방으로 걸어갔다. 마키는 흠칫 놀라며 당황한 말투로 지크에게 물었다.

“이, 이봐! 나에겐 열쇠 안 주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지크는 피식 웃으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씨구, 넌 내가 그렇게 부자로 보이냐? 너 설마 루이체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건 아니겠지? 같은 남잔데 나하고 같이 자면 되잖아.”

마키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 그, 그렇군. 어서 방에 들어가자구.”

지크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오늘 밤 쉴 방에 들어섰다. 꽤 잘 정돈되어 있는 방이었다. 지크는 짓궂게 웃으며 여관 주인과 하던 말을 마키에게 해주었다.

“이 방은 원래 신혼부부에게만 주던 방이라는데, 오늘 마침 방이 꽉 차서 특별히 우리에게 준다고 그러데? 헤헷, 남자끼리긴 하지만 기분이 묘하군, 안 그래?”

“으, 으응….”

마키가 아까부터 계속 긴장하고 있자,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키에게 물었다.

“야, 너 왜 그래, 오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했잖아. 밤만 되면 변하는 특이 체질이냐?”

마키는 침대 위에 앉아 말없이 고개만 저었고 지크는 여전히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고 있던 붉은 재킷과 면 티를 벗고 청바지만을 걸친 채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크의 근육질 상체를 본 마키의 얼굴은 점점 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런 펑퍼짐한 옷 입고 덥지 않아? 남자끼린데 벗고 살지… 암살자는 남에게 몸을 보여선 안 되는 법칙이라도 있냐?”

마키는 흠칫 놀라며 손을 저었다.

“그, 그럴 리가! 그건 그렇고 나 먼저 씻어도 괜찮지?”

“맘대로 해.”

지크는 침대에 편히 누워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했고 마키는 도망치듯 방에 딸린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키는 한숨을 쉬며 온통 흰색인 자신의 펑퍼짐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암살자란 직업에 걸맞게, 마키의 육체는 단단히 근육으로 다져져 있었다. 하지만 우람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아닌 탓이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몸을 적시며 마키는 오후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손에서 불꽃을 뿜어대는 남자, 지크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듯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이 아니랄까 봐 루이체라는 소녀도 격투 솜씨는 일류급이었다. 꽤 단련했다고 생각한 자신도 그들 사이에선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후우… 과연 저 녀석을 죽일 수 있을까…?”

샤워를 마치고 뜨거운 물이 가득 든 탕 속에 들어간 마키는 한숨을 쉬며 수건을 머리 위에 얹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밤에 어떻게 저 녀석에게 안 걸리지? 여자라는 걸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 삐걱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탕 안으로 들어섰다. 마키는 깜짝 놀라며 탕 안에 몸을 깊숙이 들이밀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옷을 다 벗은 지크가 빙긋 웃으며 샤워기의 꼭지를 열고 있었다.

“어이, 뜨거운 물을 좋아하나 보지? 남자 치고는 이상한 녀석이야. 지금 보니까 어깨도 좁은데? 하긴, 암살자는 몸이 얇고 빨라야 하지. 하핫….”

마키는 아무 대답 없이 좁은 욕탕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들키게 된다면, 게다가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던 마키는 문득 지크가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서 시선을 멈추었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히 다져진 몸의 근육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크게 꿈틀거렸다. 보통의 운동으론 다져지기 힘든 수준이었다. 아마도 엄청난 실전을 쌓아 다진 근육일 것이다.

샤워만을 간단히 끝낸 지크는 타월로 몸을 닦은 뒤 마키를 바라보았다. 마키는 여전히 탕 안에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얼굴도 벌개지고 땀도 엄청 흘리고 있어서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지크는 마키에게 다가왔고 마키는 양팔과 다리로 자신의 몸을 최대한 가리며 몸을 더더욱 웅크렸다. 지크는 눈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설마…?”

지크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마키는 이제 큰일났구나 생각하며 눈을 꼭 감았다.

“…그렇군, 그랬었군. 미안해, 알지도 못하고 들어와서.”

지크는 천천히 몸을 돌려 목욕탕을 나섰다. 마키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문을 닫기 전 마키에게 조용히 말했다.

“…몸에 흉한 흉터가 있었다면 진작 말하지 않고, 자식… 같은 남자끼리도 보이기 싫은 흉터도 있을 수 있지. 이해하마. 난 먼저 잘 테니까 알아서 자라.”

지크가 문을 닫자, 마키는 크게 한숨을 쉬며 욕조를 나섰다. 물의 뜨거움은 둘째치고 너무나 긴장했던 탓이었다. 지크가 물어왔을 땐 특히….

“휴우, 위험했어. 그치만… 아, 아냐. 난 저 녀석을 죽여야만 해.”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힌 마키는 타월로 몸을 닦고 다시 자신의 옷을 입은 뒤에 방으로 돌아왔다. 지크는 어느새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음? 이 녀석 진짜 자잖아? 후훗….”

지크의 자는 표정을 본 마키는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어보였으나 곧 살짝 자신의 얼굴을 치며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 안에 있는 검을 빼어들고 지크가 누워있는 침대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난 꼭 널 죽여야지만 진정한 암살자가 될 수 있어. 미안하게 됐지만…!”

순간, 지크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마키는 혼비백산하며 뒷걸음질 쳤다. 인상을 잔뜩 쓴 지크를 본 마키는 이젠 끝이구나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아 보았다.

“이 자식, 암살자가 사람 죽이면서 미안하다고 그러는 거 봤어? 넌 아직 멀었어, 죽어주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잖아… 젠장. 어서 잠이나 자!”

소리친 후 다시 침대에 누운 지크를 마키는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뽑아든 검을 다시 거둔 후 침대로 가 잠자리에 들었다.

“쳇, 오늘은 봐주지….”

그렇게 중얼거린 마키는 보통 때와 다른 기분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것도 편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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