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22화
라기아는 자신의 몸을 투명화하는 마법을 건 후 조용히 어느 집 지붕 위에서 자신이 만든 버서커들의 학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우람한 팔들이 호선을 그릴 때마다 피의 분수가 이곳저곳에서 솟구쳤고 그 광경을 보고있는 라기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훗… 자제력을 잃은 인간의 모습이란…. 어떨 땐 나마저 몸서리치게 만든단 말이야. 저런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나에게 정면 도전을 해오는 강한 인간도 있으니… 인간이란 정말 재미있는 존재야. 호호호호홋….”
몇 분간 계속된 살육의 지옥은 정체불명의 삼인조가 나타나면서 잠시 멈춰 섰다. 라기아는 호기심이 어린 표정을 지으며 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머? 저 셋은 뭐지? 여자 하나는 몸이 빠른 것 빼곤 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다른 여자는 상당한 성력이 느껴지는군.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야. 그리고 저 남자… 어엇!?”
라기아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붉은 웃옷에 청색 바지를 입고 있는 사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주민 몇 명의 시체를 확인할 때마다 그의 몸에선 소름이 끼칠 정도의 살기가 뿜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사내는 자신의 허리춤에 장비된 긴 칼에 손을 가져가며 뭐라고 버서커들에게 중얼거렸다.
신기하게도, 버서커들은 자신들의 코앞에 있는 그 청년에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뒤로 주춤거리고 있었다. 라기아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 아니!? 어떻게 공포를 모르는 버서커들이 뒤로 물러설 수 있지? 설마… 본능으로 살기를 느끼고…!?”
그 사내의 눈은 푸른색의 빛을 점점 강하게 뿜어댔고 사내의 긴 다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녀석들(광전사)이라면 봐줄 필요가 없겠지… 지옥에 보내주마 자식들…!!”
마키는 지크의 몸에서 뿜어지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 후 몸 전체가 이상할 정도로 저려왔다. 자신의 목표를 꽤 미루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그녀에게 점차 들기 시작했다.
‘칫… 오늘 밤에 죽이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싸우는 걸 지켜본 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광전사들은 무명도에 손을 가져간 채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지크에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 남아있는 전투법이 나오는 것이었다.
전사들이다–
파워 스타일의 검술을 사용하는 이 세계의 전사들은 지크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힘이 딸릴 리도 없었고 반응 속도가 느릴 리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상대였다.
틈을 보고있던 전사들은 지크가 왼발을 뒤로 움직이자 그 틈을 노리고 자신들의 거대한 무기를 휘둘러 내렸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윙윙하며 바람 가르는 소리가 고요해진 아르센의 상가를 울렸다. 개조한 철퇴, 양손 대검 등의 살벌한 무기들이 자신을 향해 동시에 날아오자 지크는 뒤로 살짝 몸을 뺀 뒤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놀랄만한 것은 지크가 뛰어오를 때까지 전사들의 무기는 그들의 어깨춤을 내려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흡–!”
짧은 기합성과 함께, 지크는 무명도로 철퇴를 들고 있는 전사의 등골을 일직선으로 내려 그었고 척추가 갈린 전사는 그대로 동작을 정지했다. 그러나 지크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자신의 상대가 버서커라는 것을.
공격을 받아 척추가 두 동강 났음에도 불구하고 철퇴를 든 전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지크에게 반격을 가하였다. 지크는 다시 몸을 젖혀 공격을 피하였고 전사의 다리를 힘껏 걸어 일단 쓰러뜨려 두었다.
“젠장, 왜 안 죽는 거야!!”
루이체는 지크가 버서커 등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고 있는 것을 느꼈고 곧 지크에게 소리쳤다.
“오빠! 급소를 노린 일격은 목을 자르는 것 외엔 그들에겐 통하지 않아!! 몸이 산산조각나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움직인다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서려는 전사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육백 칠이식–일광(日光)–!!!”
수십 개의 검광이 교차하는 순간, 뼈와 살이 잘리우는 소리와 동시에 철퇴를 든 전사는 철퇴만을 남기고 고깃조각이 되어 땅에 뿌려졌다. 그러나 그 광경에도 불구하고 다른 전사들은 거침없이 지크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지크는 양손 검을 든 전사의 두꺼운 목을 자신의 다리로 감아 끌어내려 몸을 굽힌 뒤 무명도를 이용하여 참수를 거행했다. 목이 잘려진 전사는 곧 움직임을 멈추었고 머리만이 이를 딱딱거리며 땅 위에서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본 마키는 정신이 몽롱한 듯 비틀거리다가 혼절했고 쓰러지는 마키를 받은 루이체 역시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흐리야앗–!!”
또 다른 전사의 얼굴을 손에 움켜쥔 지크는 기염력을 급히 끌어올려 손바닥 안에서 폭발시켰고 그 힘에 의해 전사의 머리는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달려오는 두 명 역시 무명도의 일격으로 머리를 날려 즉사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명….
“자! 한꺼번에 쓸어주마! …어엇!?”
진언문을 이용해 박살을 내려던 지크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왼팔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영문인지 그도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잠시 움직이지 않자 전사 두 명은 괴성을 지르며 지크에게 달려들었다. 지크는 이를 악물며 공격하는 전사 한 명에게 오른손으로 카운터를 먹였다.
“차앗–!!”
뿌득 소리와 함께 목뼈가 돌아간 전사는 시선을 잡지 못해 그대로 쓰러졌고 다른 한 명 역시 무명도의 일격에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광전사들을 다 처리한 지크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팔을 주무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가 모자라서 온몸을 못 움직인 일은 있었어도 한 팔만 못 움직인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였다.
“오빠! 괜찮아?”
루이체는 지크에게 달려가 그의 왼팔에 주문을 걸어 빠진 그의 기를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곧 지크의 왼팔은 움직일 수 있었고 지크는 자신의 가죽 장갑을 강하게 죄어보며 한숨을 쉬어 보았다.
“후우… 왜 이러지? 갑자기 이런 적은 처음이야.”
루이체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 머리가 기염력에 의해 터져버린 전사의 시체를 흘끔 보고서 뭔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염력 때문이 아닐까? 슈렌 오빠가 지크 오빠에게 왼손으로 기염력을 전해줬다고 그랬잖아.”
지크는 아직도 왼팔이 저린 듯, 계속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 내 딴엔 온몸의 기를 집중시켜 터뜨린다고 한 거라서… 그런데 왼팔의 기만 빠진 것 같아, 젠장.”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약간 멀리 마키가 쓰러진 걸 보고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저 녀석 왜 저러고 있는 거야? 싸운 건 난데.”
“비위가 약한가 봐. 오빠가 싸우는 걸 보고 그만 기절하더라고. 헤헷….”
그때, 먼 거리에서 호각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지크와 루이체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경찰들이 호각을 불며 자신들에게로 달려오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