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24화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오빠! 마키 씨의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
“뭐가… 난 여자 이외엔 책임지지 않는다구. 내 신조를 모르는 거냐? 이것도 리오나 슈렌보다 더 신사적인 거야. 그 둘은 여자 보기를 돌같이 아니까. 휀? 그 녀석이야 원래 플레이보이니까 제외하고.”
“여기서 리오, 슈렌 오빠하고 휀은 왜 나오는 거야!”
둘의 말싸움은 계속되었다. 마키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고 감방 안이 지나치게 시끄러워지자 경관 한 명이 인상을 굳힌 채 감방 쪽으로 걸어왔다.
“이봐! 좀 조용히 못하나!!”
루이체와 말싸움을 심각하게 하기 시작한 지크는 경관의 말을 듣고는 경관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저리 가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지크가 왜 감방 안에 들어온 지 모르고 있던 경관은 곤봉으로 철창을 탕탕 치며 더 강하게 경고를 하였다.
“이봐! 경찰 말이 말 같지가 않은 거야!!!”
곤봉이 다시 철창으로 꽂히는 순간, 곤봉은 경관의 손에서 갑자기 사라졌고 경관은 깜짝 놀라며 앞을 바라보았다. 곤봉은 어느새 일어선 지크의 손에 들려 있었다. 지크는 씨익 웃으며 곤봉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중앙을 지긋이 누르고 말했다.
“말 같지 않다면… 어쩔 건가?”
지크는 서서히 엄지손가락에 힘을 넣었고 꽤 강도가 강한 경찰 곤봉은 너무도 나약하게 부러져 나가버렸다. 그 광경을 본 경관은 멍하니 지크를 바라보다가 지크가 던져준 두 동강 난 곤봉을 허망하게 든 채 자리에 돌아갔다.
“칫, 멍청이…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루이체. 내가 어떻게 해주련? 목마라도 태워주리?”
지크와 루이체 사이엔 계약이 있었다. 둘이 말싸움을 하다가 진 쪽이 이긴 쪽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지크가 루이체에게 말싸움으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루이체는 그제서야 표정을 풀며 조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아, 어서 마키 씨에게 사과해 오빠! 그러면 끝이야.”
그러나 지크는 순간 자신의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크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키는 깜짝 놀라며 지크와 루이체를 바라보았고 루이체는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고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였다.
“저, 저런 기생오라비에게 무슨 사과야! 그리고 맞는 말이잖아! 내가 이상한 인종도 아닌데 남자까지 책임져서 뭐 해! 그것도 암… 아니 어쨌든 남자를!!”
루이체는 팔짱을 끼고 지크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경고성이 담긴 것이었다.
“오빠…!!”
지크는 머뭇거리다가 눈을 꽉 감고 마키에게 다가서서 그리 크지 않는 목소리로 사과하기 시작했다.
“칫… 미안하다, 됐지?”
마키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고 루이체는 부족하다 생각했으나 당사자가 아무 말 없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일행의 작은 사건이 끝났을 무렵, 한 경관이 또다시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경찰서에 뛰어들어와 담당 서장의 방으로 들어가 급히 보고를 시작했다.
“서장님! 사건입니다, 이번에도 꽤 큰 사건입니다!!”
“사건? 또 그 버서커인가 뭔가가 다시 나타난 건가?”
경관은 침을 꿀꺽 삼킨 뒤 자신이 본 광경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일보다 더합니다, 거대한 공 같은 물체가 거리 중앙에 나타나더니, 시커먼 거인으로 변해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스피드를 가져서 도저히 몇 명의 힘으론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시장님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보고를 들은 서장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의 파란색 경찰모를 쓰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은 출동 명령이라 너무 피곤하겠지만 좀 참아주게, 어차피 우리들이 할 일 아닌가. 그리고 시장님께도 연락을 취하도록. 자 나가세.”
경관은 서장에게 경례를 붙인 후 서장실 밖으로 급히 뛰어 나갔고 동료 경관들에게 출동 명령을 전달하였다. 서장은 자신의 경찰봉을 장비하며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잠시간 바라보았다.
“…건강해야 해 여보….”
이번 출동은 이상하게도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는 서장이었다. 서장은 젊은 경관들을 따라잡기 위해 힘차게 서장실의 문을 박차며 나왔고 집결한 경관들은 일제히 서장에게 경례를 붙인 후 경찰서 밖으로 뛰어 나갔다. 서장도 막 뛰어 나가려는 참, 감방 쪽에서 한 사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아저씨! 무슨 일 있는 거요? 헤헷, 도와줄 테니 풀어주지 않겠어요?”
서장은 힐끔 지크를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지크의 제의를 사양하였다.
“그럴 순 없소, 법이란 조건부가 아니기 때문이요. 일이 끝나면 다시 이야기합시다.”
정중히 제의를 거절당한 지크는 인상을 약간 구기며 다시 감방 바닥에 드러누웠고 루이체와 마키 역시 감방 벽에 기대어 피곤에 지친 듯 살며시 눈을 감아 보았다.
경찰들은 이 정도로 자신들이 나약했었나 하는 의문에 휩싸여 있었다. 벌써 십여 명에 달하는 경찰들이 괴물의 공격에 쓰러져 중경상을 입고 있었고 지원군이 도착한 현재에도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전투 상황을 짧게 묘사하자면 이러했다.
‘한 대도 못 때리고 있다.’
잔인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그 괴물의 키는 2층 건물에 필적할 정도로 컸고 괴물이 휘두르고 있는 검은색의 대검도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을 상대로 1미터도 안 되는 짧은 경찰봉이란 비교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쿠워어어어–!!!”
괴물은 어디론가를 향해 급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스피드도 대단해서 본국 최고의 여성 과학자가 만들었다는 증기 바주카를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괴물이 돌진하는 곳은 바로 경찰서였다.
“뭐, 뭐야 저 녀석! 어서 막아봐!!”
서장은 급한 마음에 소리만 쳤고 경찰서 방향을 막아서고 있던 경관들은 온 정신을 집중해 증기 바주카의 방아쇠에 손을 가져갔다. 괴물의 검은 몸이 조준점 안에 들어오자, 경관들은 이를 악물며 실전에선 처음 사용해 보는 증기 바주카를 발사해 보았다. 뒤에서 증기를 뿜으며 날아간 포탄은 그대로 괴물의 몸에 박혔고 그 모습을 본 경관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환성을 질렀다.
“쿠워어어억–!!!!”
그러나, 괴물의 몸에 박힌 포탄은 괴물의 괴성과 함께 모조리 몸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고 포탄이 튀어 떨어진 가옥들은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괴물은 다시 경찰서를 향해 돌진하였고 서장과 다른 경관들 역시 경찰서를 향해 뛰었다.
콰아앙–!!!
곧, 굉음과 함께 괴물의 대검 공격에 의해 경찰서의 벽 한쪽이 날아갔고 그 안에 있던 경관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괴물은 계속해서 경찰서를 무차별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런! 뭐야 이거!!!”
바닥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던 지크는 이를 부드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건물 저편이 어떤 거대 괴물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는 모습이 지크와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마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방의 자물쇠를 풀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고 루이체는 지크의 옆에 찰싹 붙어 건물을 파괴하는 괴물을 지켜보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