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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26화


지크는 무명도의 자루에 손을 가져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진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울리지 않잖아… 칫…!”

마키는 약간 실망한 듯 인상을 구기며 눈을 아래로 깔았다.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을 하는 마키의 성격 탓이 반이었다. 루이체는 빙긋 웃으며 마키에게 말했다.

“마키 씨, 그러지 말고 지크 오빠를 계속 지켜봐요. 다음에 이어질 지크 오빠의 공격을 확실히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의 암살자가 될 수 있어요.”

마키는 움찔하며 루이체를 바라보았다. 검은 편인 자신의 얼굴과 대조적인 루이체의 하얀 얼굴은 자신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지크를 다시 바라보았다.

지크는 몸 전체로 바람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주위를 움직이는 작은 곤충조차 그의 감각 안에 들어와 있었다.

“….”

지크의 오른손이 살짝 움직였다. 살짝 드러난 무명도의 은청색 검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초 긴장 상태.

그것이 지크의 주위 상태를 나타내주는 가장 정확한 말이었다.

“쿠워어어어어어엇–!!!!!”

괴물–와리온은 괴성과 함께 지크의 뒤에서 그 거대한 모습을 나타내었다.

순간–

“쿠오오오오오옷–!!!!!!”

지크의 몸은 어느새 고통에 몸을 떨기 시작한 와리온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었고 수십, 수백에 이르는 검흔이 와리온의 검은색 몸에 새겨졌다.

“칠백 구십 오식, 찰나(刹那)–!!!!”

자신의 순간 이동보다 더 빠른 지크의 발도술–칠백 구십 오식 찰나의 공격을 받은 와리온은 검흔에서 녹색의 피를 뿜으며 가옥들 위로 크게 쓰러졌다.

“저럴 수가!? 말도 안 돼!!!”

라기아는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보통 인간의 육체로 순간적이긴 하지만 음속 이상의 움직임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진공파를 내기 위해 팔과 흉근 등을 움직이는 것과 지금 지크의 움직임은 천지 차이였다.

쓰러진 와리온의 몸 위에 올라선 지크는 크게 웃으며 와리온의 육체 위에 오른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하하하핫! 날 죽이겠다고? 같잖은 녀석, 분하면 일어서 봐! 다시 사라져 보라니까!!”

와리온의 몸은 순간 꿈틀거렸으나 아까같이 사라지지는 못했다. 지크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다 검둥이, 넌 재수가 없는 거였어 오늘. 헤헷… 마무리!”

지크는 양손을 교차하여 높이 들어올린 후 왼손의 기염력을, 오른손에 기전력을 각각 나누어 맹렬히 방출하였다.

“방금 전에 새로 개발한 거다! 오백팔식, 염풍인(炎風印)–!!!!”

공중으로 약간 몸을 띄운 지크는 교차한 양손을 깍지 낀 후 착지와 동시에 와리온의 몸체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기염력과 기전력이 합쳐진 충격을 몸에 그대로 받은 와리온의 몸은 크게 부푼다 싶더니 검은색의 빛을 뿜어내며 곧바로 폭발해 산산조각이 나 사라지고 말았다.

“나이스–! 오빠 만세!!!”

루이체는 오른손을 쥐어 힘차게 위로 뻗으며 기뻐했고 마키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지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공격… 보이지 않았어….”

터벅터벅 걸어 돌아온 지크는 웃어주는 루이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며 자신도 씨익 웃었다.

“자아자아… 서장 아저씨, 이제 우릴 풀어줄 거죠?”

지크는 못 볼 것을 본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옆의 경관이 툭 쳐준 덕분에 정신을 차린 서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이었으니… 후훗. 자, 가시오 모두들. 당신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처리해주겠소. 원래도 그랬지만.”

지크는 짧게 경례를 붙인 후 루이체와 마키의 등을 두드리며 길을 재촉하였다. 수도로 향하는 셋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7장 <진정한 기사>

리오는 촌장의 집 밖에 놓여진 나무 의자에 앉아 시선을 앞에 둔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맞지 않다고 볼지 모르지만 그는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옛날일을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힘에 상응하는 ‘업보’를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후우–“

리오는 눈을 감으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좀비들과의 전투 후 밥맛이 없어져 입맛만 다시고 있던 그에게 린스 공주가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사람이 도대체 재미가 없어 어떻게!! 한번 웃겨봐!!!”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혀 보았다.

“…기분 맞춰주려고 고민하는 내가 바보지… 후훗.”

“그래도 공주님 기분은 맞춰 드리는 게 좋을걸요?”

리오는 흠칫 놀라며 눈을 떠 보았다. 자신의 뒤에 어느새 노엘이 서 있었던 것이다. 힘없이 웃으며 자세를 바로 한 리오의 앞에 선 노엘은 아무 말 없이 리오를 바라보았다. 서로가 아무 말이 없자 이상한 어색함을 느낀 리오는 슬쩍 노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 말 있으신가요?”

노엘은 고개를 저으며 쓸쓸히 웃어 보였다. 리오는 노엘의 분위기가 지성이 철철 흐르던 보통 때가 아닌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리오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으로 노엘에게 앉으라는 뜻을 밝혔다.

“앉으세요, 물론 이 의자가 목표는 아니시겠지만….”

리오의 멋대가리 없는 말투에 노엘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리오의 체온이 남아있는 의자에 앉아 보았다.

“따뜻하군요….”

노엘의 말을 들은 리오는 서서히 지고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석양 햇살도 의외로 따갑거든요.”

그 말을 들은 노엘은 입을 가리고 몸을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노엘을 슬쩍 바라보았다.

“호호홋… 아니에요, 실례였다면 죄송하네요. 저어…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요?”

“예… 원하신다면.”

리오는 팔짱을 낀 채 집 벽에 기대어 노엘을 바라보았고 노엘은 다리를 꼬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후 낮은 목소리로 리오에게 물었다.

“스나이퍼 씨는 린스 공주님을 어떻게 생각하시죠?”

리오는 그 질문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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