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39화
마귀 삼인중은 케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장소는 좁은 여관 거리여서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케톤의 성격상 피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저, 정통으로 잘렸는데 다시 살아나다니…!?”
그때, 주위 여관들의 창문에 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케톤과 마귀 삼인중이 싸우는 소리에 사람들이 일어난 것이었다. 성격이 급한 사람 몇은 창문을 열고 케톤과 마귀 삼인중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싸우려면 넓은 곳에 가서 싸워!!!”
여러 사람들이 깨어나자, 라기아는 마음속으로 마귀 삼인중에게 명하여 모습을 숨기라 하였고 마귀 삼인중은 곧 바람 소리를 내며 여관 건물의 그림자 안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고 케톤은 레드 노드를 거두며 여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른 사람을 노린다…? 그럼 누구지?”
여관 주인이 뭐라 하는 말도 케톤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물론 짐 싸고 나가라는 소린 아니었다. 2층으로 올라온 케톤은 리오가 있는 방 문을 열어 젖히며 불을 켰다. 방 안의 불이 켜지자 리오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케톤을 바라보았다.
“으음… 돌아왔군 케톤.… 어, 무슨 일이 있나?”
“당연히 있어요,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위험해요!! 라기아가 나타났다구요!!!”
라기아가 나타났다는 말에 잠이 번쩍 깬 리오는 곧바로 풀어진 머리를 다시 묶고서 방을 나섰다.
“젠장! 하필 이런 때 나타나다니!!!”
예의를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리오는 일행이 있는 방 문을 벌컥벌컥 열어 젖히며 안의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뭐 하는 거야 이 치한같은!!!!”
목욕실에서 바로 나오던 중인 린스는 몸에 감고있던 타월을 막 풀려던 순간 리오가 방 안에 뛰어 들어오자 다시 목욕실로 뛰어 들어가며 고함을 질렀다.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 리오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노엘과 케이(또는 레이)의 방으로 향했다.
“케이 양! 레이 양! 노엘 선생! 모두 괜찮아요??”
리오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아직 잠이 덜 들었던 레이가 이불로 몸을 가리며 리오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레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리오는 눈을 부릅뜨며 노엘을 바라보았다. 잠옷 차림의 노엘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젠장! 노엘이었군!!”
리오는 급한 듯 노엘의 이름을 막 부르며 그녀의 맥을 짚어 보았다. 그러나 노엘은 리오의 손이 닿자마자 크게 몸을 꿈틀거리며 소리쳤다.
“싫어! 내 몸에 손대지 말아!!! 싫어–!!!”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서 손을 떼었다. 리오는 이를 악물고 노엘을 안타깝게 바라보았고 곁에서 지켜보던 레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리오에게 소리쳤다.
“리오·스나이퍼 씨! 노엘 선생님은 꿈을 꾸고 계세요!!”
‘꿈’이란 말을 들은 리오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렇군! [나이트 메어]야!!”
리오는 곧바로 창문을 열며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지붕 위엔 여전히 라기아가 버티고 있었다. 맨손인 리오는 아차 싶었으나 마법을 사용할 각오를 하며 라기아에게 소리쳤다.
“이 더러운 마녀! 왜 노엘에게 나이트 메어를 걸었나!! 말하지 않으면 네 몸을 날려 버리겠다!!!!”
리오가 이렇듯 흥분해 있자 라기아는 재미있다는 듯 광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호-호호호홋!! 내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노엘·메이브랜드는 미인이야, 나만큼 말이지. 그건 농담이고, 후훗… 그녀만 없어진다면 우리의 일을 방해할 사람은 너 하나로 줄어든다. 설마 우리가 너 하나쯤 상대하기 어렵진 않겠지. 물론 지금 상황도 그리 어렵진 않지만. 호호홋… 나이트 메어를 아는 것 보니 저주를 푸는 방법도 알겠지? 모를수록 좋지만 말이야… 호호호호홋!! 난 그럼 이만… 천천히 지켜봐 주겠다 리오~ 스나이퍼…!”
조롱이 섞인 웃음소리와 함께, 라기아는 마법을 이용해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리오의 눈에선 분노에 의한 푸른색의 빛이 폭사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노엘을 살리고 보자 라기아…!”
리오는 다시 창문으로 몸을 날렸고 방 안엔 모든 일행이 들어와 노엘의 주위를 지키듯 서 있었다. 레이조차 노엘의 몸을 만질 수가 없어서 모두 서있기만 하였다. 리오가 들어오자 린스는 눈시울을 붉히며 리오의 팔에 매달려 소리쳤다.
“노엘을 살려줘 리오! 제발, 아까의 일은 용서해 줄 테니 제발 살려줘!!!”
보통 때 같았다면 리오는 린스의 어깨를 감싸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상황이 달랐다. 간단한 저주가 아닌, 잘만 걸리면 드래곤조차 죽일 수 있다는 공포의 흑마법 나이트 메어가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아무 말 없이 레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레이 양, 아는 술법 중에서 꿈과 관련된 술법이 있습니까? 아무거나라도.”
레이는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노엘은 몇 번씩이나 몸을 요동쳤고 그 바람에 잠옷 사이로 노엘의 속살이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린스는 급히 노엘의 잠옷을 끌어내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케톤을 쏘아보았다.
“뭘 봐 멍청이!!! 어서 가서 로드 덕이나 불러와!!!”
린스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케톤은 곧바로 방에서 뛰어나가 로드 덕이 있는 여관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레이는 술법을 생각해 낸 듯 리오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있긴 해요 리오·스나이퍼 씨. 하지만 이 술법을 쓰는 사이에 노엘 선생님께서 깨어나시면 당신은 영원히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웃으며 레이의 양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좋아요! 그럼 전 무장을 하고 올 테니 술법 준비를 해 주세요!!”
리오는 방을 빠져나가 디바이너와 망토를 챙긴 후 다시 일행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리오에게 말했다.
“… 노엘 선생님께선 예전에 당하신 아픈 기억들 사이에서 괴로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리오·스나이퍼 씨께선 선생님의 꿈 안에서 무엇을 보시더라도 절대 비밀로 해주십시오.”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이가 하라는 대로 노엘이 누워있는 침대에 손을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레이는 손을 모으고 술법을 전개했다. 형형색색의 빛이 리오의 몸을 감쌌고 곧 리오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그가 사라지자 린스는 깜짝 놀라며 레이에게 소리쳤다.
“어, 어떻게 한 거야! 꺽다린 어디로 간 거지?”
레이는 손을 풀며 린스에게 말했다.
“꿈의 세계… 노엘 선생님의 내면 세계입니다.”
전류가 온몸을 휘감는 것 같은 통증이 리오에게 느껴졌다. 리오는 이를 악물고 그 통증을 참으며 어디론가 계속 빨려 들어갔다.
“크윽…! 아, 저기인가?”
한 줄기의 빛이 리오에게 보였다. 좀 전의 통증으로 정신을 바짝 차린 리오는 빛 안으로 몸을 날렸고 그 안에 펼쳐진 것은 어떤 도시의 거리였다.
“… 여기가 노엘… 선생의 내면 세계인가?”
꽤나 번화한 도시였다. 게다가 도시의 저편엔 거대한 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이 도시엔 리오를 제외하고 어떤 사람도 걸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속 걷던 리오는 어딘가에 있는 간판을 보고 눈을 움찔거렸다.
“레프리컨트 왕국의… 수도? 그럼 노엘 선생의 과거 기억인가?”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여인의 긴 비명 소리가 리오의 귀에 들려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