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43화
“난 그럴 수 없어!! 이건 내 꿈속이야!!! 그리고 나에게 소리친 사람은 리오 씨가 아니야, 네가 만들어낸 환청일 뿐이야!!!!!”
그녀의 결심이 담긴 외침을 들은 시렌이란 남자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노엘에게서 떨어진 채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레프리컨트 왕궁 안이었던 배경은 점차 흐릿해지더니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동산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문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던 리오는 배경이 사라져 노엘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노엘은 리오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고 크게 울기 시작했다.
“…잘 이겨주었군요. 역시 당신은 보통이 아닌 여성입니다.”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며 리오는 인상을 일그러뜨린 채 자신과 노엘을 쏘아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살기가 담긴 눈초리로….
“…살려달라 빌어도 소용없어. 게다가 내 목소리까지 흉내 내다니, 없애버리겠다…!!”
리오의 말을 들은 남자는 피식 웃으며 리오와 노엘에게 말했다.
“흐흐흣… 이대로 나이트 메어의 저주가 끝날 거라 생각했나.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 쉽게 죽어줄 것 같나? 헛소리하지 마라!! 죽는 건 너희들이야–!!!”
노호성과 함께 그 남자의 몸은 검은색의 증기에 휩싸였고, 곧 점점 커지며 리오와 노엘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연기가 걷히고 남자가 있던 자리에 나타난 것은 검은색 몸의 거대 괴물이었다. 리오는 움찔하며 그 괴물의 이름을 낮게 불러 보았다.
“와, 와리온…!? 왜 네가 나이트 메어 안에 들어와 있는 거지!? 넌 꿈과는 전혀 상관 없잖아!!!”
괴물, 와리온은 흉폭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크흐흐… 난… 한 번 죽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며칠 전 어떤 녀석에게 당해버렸어. 결국 나이트 메어의 마지막 보초로 라기아 님이 날 세워주셨지. 말이 필요 없다… 널 죽이겠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와리온은 거성과 함께 자신의 바위덩이 같은 주먹을 휘두르며 리오와 노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거두고 노엘을 왼쪽 옆구리에 낀 후에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와리온의 공격을 급히 피하였다.
“잔재주는 소용없다–!!”
와리온의 스피드는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거대한 주먹은 쉴 새 없이 리오와 노엘을 공격했고 리오는 노엘과 함께 피하고 있는 상태여서 결국 등판에 와리온의 공격을 한 방 얻어맞고 말았다.
“커헉–!!”
리오는 입에서 선혈을 뿜으면서도 최대한 안전하게 착지를 시도했다. 노엘은 급히 리오의 상태를 알아보려 했으나 그녀 역시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리오의 몸에 살짝살짝 손을 가져갈 뿐이었다.
“괘, 괜찮으세요 리오 씨? 부상이 심하신 것…!!”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오는 몸을 일으켜 자신들에게 점차 다가오고 있는 와리온을 돌아보았다. 잠시간 가만히 괴물을 바라보던 그는 노엘에게 멀리 떨어지라는 손짓을 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비켜주세요, 위험합니다.”
“예!? 하, 하지만 저 괴물은…!”
노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오는 온몸에 힘을 집어넣으며 눈을 번뜩였다. 그의 눈에선 푸른색의 빛이 폭사되었고 몸에선 같은 색의 기가 맹렬히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 힘에 노엘은 뒤로 주춤거리며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러나 아픔을 느낄 정신이 그녀에겐 없었다. 노엘 자신의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사나운 기세가 리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엄청나다!? 아까 성문을 부술 때도 굉장하다 느꼈는데 지금은…!?’
놀라고 있는 건 노엘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서 뿜어지는 투기에 이렇듯 눌려본 적은 거의 없었기에 와리온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때, 리오의 입에선 노엘이 듣고 놀랄만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섭나… 그래, 더욱 공포에 질려라, 그럴수록 죽을 때의 고통은 줄어드는 것이니까 말이야…!”
와리온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는 리오의 모습을 본 노엘의 머릿속엔 그가 자신에게 말했던 그 자신의 ‘잔악성’에 대한 말이 글을 읽듯 지나갔다.
“리, 리오 씨 설마…?”
그러나 노엘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리오는 전진만을 계속했다. 리오의 살기에 완전히 압도당한 와리온은 구석에 몰린 사냥감처럼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와리온의 거대한 두 주먹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고 리오의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검기는 와리온의 두꺼운 두 팔을 간단히 날려 보내었다.
“크오오오오오옷–!!! 이, 이 녀석!!!”
와리온의 떨어져 나간 두 팔은 연기로 화하더니 금방 원래 상태로 재생되었다. 그 모습을 본 리오는 더욱 인상을 구기며 검기를 최대한으로 실었다. 자신의 정신세계가 아니어서 마법검이나 마법을 쓸 수 없는 리오에겐 오직 ‘기’만이 최선의 공격책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기가 극한으로 실린 리오의 검을 맞고 살 수 있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이대로 당하진 않는다!! 나의 힘을 보여주마–!!!!!”
순간, 와리온의 몸은 흐릿해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고 리오와 노엘의 시야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와리온이 사라지자 리오는 피식 웃으며 노엘에게 소리쳤다.
“노엘! 라이트 스플랏슈를 사용해요!!”
리오의 말에 퍼뜩 정신이 깬 노엘은 그의 말에 따라 라이트 스플랏슈의 마법진을 그리자마자 바로 발동시켰다. 마법진을 이루던 빛은 수십 개의 광탄으로 바뀌어 적을 찾아 허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계속 써요, 세 번 정도!”
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트 스플랏슈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하였고 리오와 노엘 주위의 대기는 마법 광탄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리오는 만족한 듯 디바이너로 어깨를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자아… 나타나 보거라 덩어리, 어차피 넌 계속 사라져 있지 못할 거야. 나타나라, 그럼 끝이다…!!”
이윽고, 와리온은 거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고 주위를 날던 백여 개의 광탄은 먹이를 만난 곤충처럼 빠르게 와리온의 거대한 몸에 박혀 들어갔다. 와리온이 쉴 새 없이 광탄을 맞을 동안, 리오는 와리온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있었고 리오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본 와리온은 양팔로 자신의 두상을 가렸다.
“소용없다–! 소나기–!!!”
리오가 만들어낸 거대한 검기들은 수백 개의 폭우로 변해 와리온의 몸을 덮쳐왔고 그 범위 안에 들어있는 와리온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며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쿠, 쿠우우…!! 내가 고작 이런 녀석에게…!!!! 다시 죽음을 당하다니–!!!!!”
처절한 비음과 함께 와리온의 몸은 먼지처럼 사라져 갔고 땅에 착지한 리오는 한숨을 쉬며 검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설 수 있었다. 리오가 그처럼 피곤해하자 노엘은 급히 그에게 뛰어가 부축해주며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요 리오 씨? 어디 다친 곳은 없구요??”
리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약간 피곤하군요. 몸에 이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건 그렇고….”
노엘은 리오가 말끝을 흐리며 어색한 표정을 짓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왜, 왜 그러시죠? 또 무슨 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