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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46화


마키는 한 시간째 눈만 감고 누워 있었다. 아까 전에 지크가 자신에게 한 말이 뇌리에 계속 남아있는 탓이었다.

‘으윽… 그런 치욕을 지고 저 녀석과 함께 가야 한다니, 빠른 시일 내에 죽여버리고 아르센으로 돌아갈 거야…!!’

이렇게 속으로 끙끙 앓던 마키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무엇인가 타는 냄새에 잠이 깬 마키는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서 잡아왔는지, 지크가 산돼지로 보이는 동물을 굵은 나무가지에 통째로 꿰어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 살색이나 피 냄새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구운 지 꽤 오래된 듯했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통돼지 구이를 본 마키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고 그 소리를 들은 지크는 마키를 돌아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너도 코 하나는 죽여주는구나, 먹고 싶으면 이리 와. 돈 내라는 소린 안 할 테니까.”

“그, 그딴 거 안 먹어! 암살자는 고기만 먹으면 몸을 가볍게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마키의 냉담한 반응을 들은 지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일어서 누워있는 마키를 한 팔로 들어 올려 모닥불 근처에 강제로 앉혀 놓았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소리치는 마키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지크는 무덤덤히 말했다.

“마, 네가 미인대회 나가는 여자도 아닌데, 하물며 남자면서 무슨 가벼운 몸이냐? 그리고 이거 먹어봤자 얼마나 살찐다고 그래, 잔말 말고 먹어. 안 그러면 내가 다 먹어버린다.”

맞은 부분이 아팠는지, 마키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슨 반론이라도 펼치려 했지만 곧 아무 말 않고 고개를 구워지고 있는 돼지를 향해 돌렸다.

“…동생은 안 줄 거야?”

마키의 짧막한 말을 들은 지크는 흠칫 놀라며 그녀를 쏘아 보았다.

“뭐? 설마, 네 녀석 루이체에게 관심 있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런 건 아냐!”

마키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자 지크는 피식 웃으며 루이체를 돌아보았다.

“루이체는 채식주의자야. 물론 말로만 그렇지만. 저 녀석도 나처럼 한 번 먹을 때 실컷 먹는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 아침은 잠만 자려나 봐. 다 먹고 깨우면 끝이야. 자~ 다 구워졌나?”

지크는 미소를 지은 채 작은 나뭇가지로 통돼지의 살을 꾹꾹 질러 보았다. 살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름을 본 지크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마키에게 말했다.

“자아, 먹자고.”

잘 구워져 구수한 냄새가 나는 고기 덩이를 지크에게서 건네받은 마키는 자신의 옆에서 열심히 고기를 자르고 있는 지크를 보며 언제나 구기고 있던 얼굴을 살짝 풀어 보았다.

‘…죽이기 전에 더 관찰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야! 한 번만 더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죽일 거다!!”

마키의 얼굴을 힐끗 본 지크는 루이체가 살짝 깰 정도로 소리쳤고 마키는 다시 인상을 쓰며 속으로 중얼댔다.

‘…취소야.’


10장 [활인검(活人劍)의 여검사]

아르센을 떠난 지 5일째, 지도를 쳐다보던 루이체는 환성을 지르며 지크에게 말했다.

“와아~!! 근처에 마을이 있어 오빠!”

약간 더운 날씨라 재킷을 벗어 어깨에 걸치고 있던 지크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루이체는 순간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의 벨트를 잡아 강하게 끌어당겼고 지크는 욱 소리를 내며 루이체에게 잠시 끌려다녔다.

“더 이상 나에게 노숙을 하자고 하면 더 이상 오빠라고 하지 않을 거야!! 마키 씨나 오빠는 남자라 노숙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난 여자라 하루 더 노숙을 하면 피부가 거칠어질 게 뻔하다구!! 난 그런 건 싫어!!!”

지크는 아무 말 없이 루이체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중얼댔다.

“…저런 녀석이 내 동생이라니… 후우….”

자존심이 약간 상한 듯, 루이체는 지크의 둔부를 걷어차려 했으나 번번이 헛방일 뿐이었다. 마키는 보다 못한 듯 루이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봐 아가씨… 괜히 땀 빼지 말라고, 어차피 안 맞을 거….”

루이체는 무슨 소리냐는 듯 마키를 쳐다보며 반문했다.

“그런 소리 말아요, 오빠는 내 차기를 일일이 피하고 있다고요. 바람난 너구리 같으니…!”

루이체의 말을 들은 마키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루이체의 동작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기 동작 때에 바람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루이체가 어느 정도로 강하다는 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약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잠시 가져본 마키였다.

한 시간가량 걷던 일행은 루이체가 말했던 마을, [가라바]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근처에 자리 잡은 마을 치고는 약간 큰 마을이어서 하루나 이틀쯤 편히 쉬는 건 문제가 없을 듯했다. 제일 좋아했던 건 역시 루이체였다.

“아아아~! 드디어 목욕할 수 있게 되었어!! 난 마키 씨랑 먼저 여관을 알아볼 테니 오빤 돌아다니고 있어, 알았지? 얏호–!!”

루이체는 다짜고짜 마키의 손을 붙잡고 여관가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지크는 빙긋 웃으며 그들이 간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자아… 짐 두 개가 풀렸으니 한번 돌아다녀 보실까?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조용한 걸 그리 즐기는 성격이 아닌 지크였다. 너무 조용한 마을이었다면 아마도 마을 주민 누구에게 시비를 걸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하늘은 지크의 편이었는지 일은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지크가 가고있는 방향은 산이 많이 있는 북쪽, 마을의 북쪽 문에선 한참 먼지 구름이 일고 있었다. 그 먼지 구름을 본 지크는 눈을 반짝이며 양손 관절을 풀었다.

“헤헤헷, 나이스 타이밍…!”

그 먼지 구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지크는 알고 있었다. 바로 말이 달릴 때 날리는 흙먼지였다. 그것은 곧 많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마을로 몰려온다는 뜻과 일치된다. 게다가 그 말들의 주인은 레프리컨트 왕국에서 3년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대 도적단 [름페]의 한 일당들이었다.

도적단 일당 수십 명은 말에서 내린 뒤 각자의 무기들을 휘두르며 마을 안으로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한 거마의 등에 올라타 있는 거친 수염의 거한이었다. 그는 달려가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아–!! 돈이나 귀중품 또는 반반한 여자들은 모조리 가져와라!! 그 이외에 걸리적거리는 건 없애버려!!! 불을 질러도 무방하다–!!!”

“카아아아앗–!!!”

도적들은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마을을 뛰어다녔고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그들의 칼 앞에 공손히 물건을 바칠 뿐이었다.

그런 약탈이 자행되는 가운데,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도적들을 향해 들려왔다.

“거기까지다 미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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