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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54화


“음?”

미네아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감옥의 천정(출입구가 더 옳을 것이다)을 올려다보았다. 베르니카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마마, 지금 무슨 소리 들으셨죠?”

“예, 들었어요. 남자의 목소리 같군요. 그것도 꽤 젊은… 누군가가 우릴 도와주러 온 걸까요?”

그 말을 들은 베르니카의 머릿속엔 다시 한 건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베르니카는 머리를 흔들어 그의 모습을 지워버리며 미네아에게 말했다.

“좀 더 두고보지요 마마.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실망감도 커지니까요.”

미네아의 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서 자신들의 선생님에게 더더욱 달라붙으며 급기야는 울음보를 터뜨리기까지 했다.

“선생님! 무서워요!!”

“누가 우리 좀 구해줘요–!!”

성격이 그리 부드럽지 못한 베르니카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구해달라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버렸고, 결국 평균 연령 7세의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조용히 해–!! 너희들이 떠들면 나갈 수 있는 것도 못 나간단 말이야!!!”

한바탕 크게 소리를 지른 지크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전 내부가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어디선가 들려온 여러 사람들의 음성이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었다.

“헷, 살아있군 아직.”

“응? 누가?”

루이체의 물음에 지크는 자신의 금발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누구긴 누구야, 유치원 꼬맹이들이지. 그건 그렇고…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친구? 다시 돌아온 사람에게 박대를 하면 벌을 받아요, 하핫….”

지크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례한 놈… 제 발로 무덤에 찾아오다니, 그 용기만은 칭찬해 주지.」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남의 무덤에 찾아오는 걸 난 좋아하거든. 목소리만 들려오는 얼간이의 무덤은 특히….”

목소리는 잠시간 들려오지 않았다. 지크의 농담이 그에게 충분히 자극을 주었다는 증거였다. 지크는 말을 계속했다.

“납치한 아이들과 여자들은 무사한 모양이군. 하긴, 그게 너에겐 더 잘된 일이지. 그 애들이 무사하지 않았다면 네 엉덩이만 차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자아… 어서 애들과 여자들을 내놔. 난 머리가 나빠서 말로는 일을 잘 못 끝내거든?”

「…자기 자신을 확실히 알고 있는 녀석이군. 너 같은 녀석은 1000년 만에 처음이다. 좋아, 마음에 들었어. 내 제물이 될 아이들과 여자들을 다시 돌려주마.」

지크와 루이체는 그 목소리가 의외의 말을 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조건이 붙겠지? 네가 자선 단체 회장이 아닌 이상….”

「후훗… 그렇다. 마침 내 육체가 얼마 전에 새로 생겼거든? 전에 있던 육체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는 것으로 말이야. 벨로크 공국인가에서 온 녀석들이 나에게 육체를 주었지.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을 것 같군. 가고일….」

천장에 거꾸로 위치해 있던 가고일 석상들은 목소리의 명령에 반응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물들을 꺼내와라.」

날개를 펄럭이며 높다란 제단의 꼭대기에 올라간 가고일들은 정상에 있는 구멍을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고, 곧 일곱 명의 아이들과 두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크와 루이체 옆에 그들을 놓아준 가고일들은 다시 천장으로 날아가 보통 때처럼 석상으로 돌아갔다. 지크는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아이들 옆에 있던 유치원 선생, 미네아와 시선을 마주쳤다.

“어….”

지크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미네아는 어색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보다 키가 큰 베르니카의 뒤로 숨듯 돌아갔고, 베르니카는 눈을 번뜩이며 지크를 보았다.

“오긴 왔군 살인검. 고맙다고는 얘기 안 하겠어, 가고일들이 스스로 우릴 풀어준 것이니까.”

어찌 된 영문인지 정신을 미네아에게 잠깐 동안 빼앗겨 버렸던 지크는 베르니카의 덤덤한 말에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헹, 너에겐 바라지도 않았으니 신경 끄시지. 자아… 얼간이? 그 조건이란 거 한 번 말해보겠나? 궁금한데 그래?”

구구구구궁–

바로 그때, 성역 전체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점점 갈라지기 시작하는 바닥을 내려다본 지크는 피식 웃으며 루이체에게 손짓을 했다.

“헷, 이 녀석 이럴 줄 알았지. 동생아? 이 분들 좀 데리고 나가거라.”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를 이리저리 피하느라 정신이 없던 루이체는 나가라는 지크의 말을 듣고서 대답도 할 겨를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성역을 빠져나갔다. 미네아와 베르니카도 곧 빠져나갔고, 결국 지크 혼자 성역 안에 남게 되었다. 미네아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베르니카에게 물었다.

“베르니카? 저 남자분은 도대체 누구세요? 아는 분이세요?”

베르니카는 인상을 굳힌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마마께선 아실 가치가 없는 하품종의 인간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지크에 대한 베르니카의 혹평을 들은 미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과 베르니카를 뒤따라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달렸을까.

루이체의 안내를 받아 성역을 가리고 있던 숲에서 탈출한 아이들과 미네아, 베르니카는 한숨을 돌리며 자신들이 있던 성역을 돌아보았다.

“…그 오빤 괜찮을까…?”

이틀 동안 갈아입지 않아 약간 먼지가 낀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지크를 걱정하는 듯 중얼거렸고, 나머지 아이들과 루이체, 미네아 역시 그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성역 방향을 돌아보았다.

콰아앙–!!

그 순간, 흙먼지가 거대한 분수처럼 폭발하듯 성역 방향에서 치솟아 올랐고, 모두는 놀란 눈으로 여전히 솟아오르고 있는 흙더미를 바라보았다. 그 흙더미의 여파는 루이체들이 있는 숲 건너편까지 확대되었고 그들은 옷 등으로 얼굴을 가리며 흙먼지를 최대한 마시지 않으려 애를 썼다.

곧, 흙더미가 내던 굉음이 멈추고 먼지 폭풍마저 멈추자 그들은 흙더미 분수가 있던 곳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저게!?”

지면을 뚫고 공중에 떠오른 그 거대한 물체를 바라본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회색의 거대한 갑옷을 연상시키는 그 물체는 황토색의 이상한 빛을 뿜어내며 공중에 떠 있었다. 불길한 느낌을 받은 루이체는 급히 정신을 집중하며 지크를 찾기 시작했다.

“…오빠!”

루이체는 숲에서 먼지를 푹 뒤집어쓴 채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는 지크를 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지크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제길… 저 녀석이 설마 저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비겁한 녀석…!”

지크는 먼지를 털어내며 투덜댔고 그사이 공중에 떠 있는 회색 갑옷은 차츰 그 크기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크기가 줄어든 그 회색의 갑옷은 곧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고 모습을 바꾼 그 물체는 지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려왔다.

파앙–!!!

지면에 충돌하듯 착지한 그 물체는 빙긋 웃으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후후후… 나와 실력을 겨루어 보자 인간이여. 내 이름은 바위의 <몰킨>… 요이르님 밑에 있는 제 2위의 신장이다.」

자신을 몰킨이라 소개한 그 신장의 목소리를 들은 지크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몰킨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 네가 바로 몰킨이구나? 재미있겠는걸, 1000년 전에 신장이라 불린 녀석들과 한판 붙는다라… 헤헷.”

“오빠! 너무 방심하지 마!!”

루이체의 짧막한 응원을 들은 지크는 빙긋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쳐들어 보였다.

“하핫, <Neve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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