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62화
제 1조인 테크, 레이, 가브 세 사람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주위를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 것이 괴로웠는 듯, 테크가 슬쩍 레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이, 동방 여자. 나랑 얘기하며 놀지 않을래? 어차피 그 이파리인가 풀잎인가 하는 녀석들 오늘 안 올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나 남자가 이렇게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는 레이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테크는 피식 웃으며 레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지 말고… 어차피 그 붉은 머리는 여기 없다구. 너랑 나랑 놀아도 그녀석이 알지 못할 거란 말이야.”
“이, 이봐 테크, 정말 괜찮겠어? 그녀석이 얼마나 강한지 아직 덜 느껴본 거야?”
가브가 사색이 되어 자신에게 말하자, 테크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땐 내가 흥분해서 진 거고, 다시 한 번 붙어보면 상황은 달라질 걸? 자자, 동방 여자… 어엇!?”
다시 레이에게 눈을 돌린 테크는 레이의 머리카락이 진홍색으로 바뀌어 있자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다. 위기 상황을 느낀 케이가 레이 대신 나온 것이었다. 케이는 손을 풀며 테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봐 남자, 내 동생 레이는 이미 마음이 딴데 가 있으니까 무리하지 말아. 더 이상 추근거리면 내가 나설 거야.”
어제 케이의 활약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테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케이는 빙긋 웃으며 레이를 다시 불렀고 몸은 다시 레이의 것으로 변하였다. 레이가 케이로, 케이가 레이로 바뀌는 모습을 눈으로 본 가브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레이는 호흡을 조절하며 주위에 온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사사사삭…
바람에 잎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소리…
“…!!”
그러나 레이는 달랐다. 그녀는 즉각 자기 옷의 넓은 소매에서 노란색의 종이 수십 장을 꺼내어 사방으로 뿌린 후 양손을 모으고 주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레이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자 가브와 테크 역시 무기를 꺼내 들고 주위를 집중하였다.
“…저게 말로만 듣던 ‘부적’이라는 건가?”
테크는 눈을 좌우로 굴리면서 중얼거렸다. 그 역시 동방에 대해 약간의 지식은 있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주문에 반응한 부적들은 생명의 힘을 받은 듯 공중에 솟구쳐 올라 레이를 중심으로 세 명의 주위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주문을 마치고 손을 푼 레이는 테크에게 말했다.
“큰일입니다. 저희가 싸워야 할 적들은 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생명체이긴 하지만 식물과 같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기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테크와 가브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순간–
파지지지직–!!
무엇인가 타는 괴성이 들려왔고 일행은 즉시 소리가 들리는 자신들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저건!?”
테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가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부적에 둘러싸인 채 몸을 떨고 있는 ‘그것’… 분명히 인간의 형상은 하고 있으나 인간은 아니었다. 잎으로 만든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 비유하면 될까.
“어서 공격하십시오! 주위에 아직 많습니다!!”
레이의 외침에 가브는 순간 자신의 창으로 부적에 둘러싸인 그것을 내질렀다.
「키이이이이이–!!!」
복부를 관통당한 그것은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고, 가브는 인상을 버럭 쓰며 소리쳤다.
“죽어랏 괴물!!”
가브는 즉시 그것의 복부에 박힌 창을 돌리기 시작했고 창이 회전함과 동시에 그것의 복부는 터지듯 찢어져 나무 줄기와 같은 내장 기관이 시큼한 냄새를 내며 비어져 나왔다. 그것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고 곧 수십 개의 갈색 낙엽으로 변해 바닥에 떨어져 한 줌의 재로 화하였다. 그 광경을 본 테크는 맨 이터를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중얼거렸다.
“이, 이 녀석들이 이파리!?”
파지지직–!!
일행의 왼쪽에서 또 하나의 이파리가 걸려들었고 테크는 기합과 함께 맨 이터의 날을 늘려 이파리의 몸을 휘감았다.
“야채즙을 만들어 주지!!”
테크는 맨 이터의 날을 즉시 당겼고 이파리의 몸을 휘감은 맨 이터의 날은 믹서기처럼 이파리의 몸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그 이파리 역시 재로 화하여 사라졌고 레이는 검지와 중지를 모아 미간에 가져가며 주위를 확인하였다.
“…없습니다. 근처에 이파리들은 이 둘뿐이었나 봅니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다른 분들은 괜찮으실지….”
“…어서 다른 곳으로 가보자구 동방 여자.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이 도시의 주민들이 위험할 거 아니야.”
테크는 가브의 큰 팔뚝을 툭 치며 저쪽으로 가 보자는 신호를 보내었다. 레이는 한숨을 쉬며 주술로 아직 남은 부적들을 자신의 주위에 따라다니도록 한 후 테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괜찮을까…?”
케톤은 아직까지 아무 일이 없자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걱정한다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생각만 할 뿐.
딸랑–
그때, 갑자기 들려온 방울 소리에 케톤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주위의 기척을 느끼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별것 아니라 생각하며 다시 앉으려 했던 케톤은 리마가 벌떡 일어서자 앉으려던 걸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있어 미소년!”
리마는 자신의 등에 장비된 두 개의 중형 어쌔신 나이프를 뽑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케톤도 역시 레드 노드를 잡고서 약간 웅크린 자세를 취해보았다.
“아까 여기에 와서 급히 트랩을 설치했거든? 지금의 방울 소리는 신호를 내는 트랩이야. 다음의 트랩은….”
「키이이이이익–!!!!」
리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찢어지는 비음이 들려왔고 리마는 그곳으로 달려가며 자신의 말을 이었다.
“발목을 날리는 철 끈 지뢰야! 무언가 걸렸어!! 할아범, 프로텍트를 걸어줘요!”
리마의 요청에 로드 덕은 즉시 주문을 외워 달리는 리마에게 방호 마법 프로텍트를 걸어 주었다.
“케톤! 자네도!!”
로드 덕은 리마에 이어 케톤에게도 프로텍트를 걸어 주었고 케톤은 로드 덕을 볼 겨를도 없이 정신을 가다듬으며 리마가 달려간 장소를 향해 자신도 달렸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런 의문도 잠깐, 케톤은 길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괴이한 생명체를 보고 자신이 가르침 받은 검술만을 머리에 떠올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