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71화
라우소의 말을 듣고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던 리오는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내 왼팔이라… 과연 가질 수 있을까?”
「충분히, 후후후….」
푸욱–!
리오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디바이너로 라우소의 오른쪽 어깨를 찍어 버렸고 라우소의 어깨를 관통한 디바이너는 땅에 깊숙이 박혔다. 상처가 난 라우소의 어깨에선 녹색의 액체가 흘렀고 라우소는 자신의 어깨에 꽂힌 디바이너를 보고 흠칫 놀라며 리오를 다시 바라보았다. 리오는 또 하나의 검 파라그레이드를 뽑아 기를 주입시켜 반투명의 독특한 날을 만든 뒤에 그 검마저도 라우소의 왼쪽 어깨에 사정없이 찍었다.
“지난 4년간 좀 시간이 있었지… 넌 모르는 얘기니까 신경 꺼도 상관없어. 4년 동안 이리저리 방황하다 누구에게 우연히 배운 기술이다. 너에게 쓰긴 아깝지만 왼팔을 잃는 것보다야 괜찮겠지.”
리오는 오른손을 자신의 얼굴 앞에서 이리저리 교차한 후 눈을 감고 주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오의 몸에선 녹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라우소는 움찔하며 리오의 왼팔을 놓고 빠져나가려 했으나 팔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도, 도대체 무슨…!?」
라우소가 말을 하려던 때, 라우소의 어깨에 꽂힌 두 개의 검을 중심으로 타원형의 마법진이 그려졌고 라우소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의 모양을 본 후 크게 놀라며 중얼거렸다.
「이건…! 고대어 마법검 비술 <펜타온>…!!! 어째서 이런 고급 기술을 당신이 사용하는 겁니까!!」
그 질문에, 리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난 가즈 나이트니까, 후후훗….”
“으, 으윽…!”
케톤은 눈을 희미하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일행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충격이 다른 사람보다 적었던 모양이었다. 케톤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광장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리오가 평소와는 달리 강하게 불꽃을 뿜어내며 지면과 공중을 날아 라우소와 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케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내가 저런 사람과 같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리오씨가 저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계속 싸우던 리오가 왼손에서 마법진을 전개하여 공중에 떠 있는 라우소를 공격하자 케톤의 놀라움은 더해만 갔다. 리오의 마법은 라우소의 또 다른 마법에 밀려 사라졌고 라우소가 만든 넓은 마법광탄은 빠르게 리오가 있는 장소로 떨어져 내렸고 그 순간, 케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럴 수가–!!”
리오의 모습은 광탄이 내려오기 직전 지면에서 사라져 버렸고 광탄이 폭발하자마자 리오는 라우소의 등 뒤에 나타나 그를 내리쳐 지면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라우소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리오는 다시 그의 안면을 잡아 지면에 박았고 조금 후 라우소는 자신의 검을 놓은 상태로 리오의 왼팔을 잡았다. 이윽고, 리오는 자신의 검 하나를 라우소의 오른쪽 어깨에 박았고 다른 또 하나의 검으로 왼쪽 어깨 역시 박은 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와 라우소 주변엔 곧 타원형의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거기까지 남김없이 지켜본 케톤은 자신의 팔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차, 차원이 틀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사들의 싸움과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배워오고 생각했던 모든 상식을 무시하는 리오의 전투 방식을 보고 처음엔 공포를 느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존경심마저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리오씨의 반 정도라도 비슷하게 강해진다면…!!”
그때, 광장 중앙에 그려진 마법진에선 엄청난 양의 빛이 공중으로 폭출되기 시작했고 케톤은 팔로 얼굴을 가리며 그 빛이 그만 방출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크, 크아아아아아–!!」
마법진에서 방출되는 빛 중앙에 위치한 라우소는 처절한 비음을 지르며 괴로워했고 라우소의 손이 느슨해지자 리오는 자신의 왼팔을 빼고 마법진 안에서 급히 빠져나왔다. 그 주문 <펜타온>은 마법진 안에 있는 모든 물체에게 피해를 주는 대단위 발동 마법이기에 주문을 건 리오 자신 역시 피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쉰 후 중얼거렸다.
“늦게 나오는 마법이라 괜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쓸 곳이 있었군… 훗. 자아… 이제 끝날 때가 됐지?”
리오의 말대로, 마법진에서 뿜어지던 빛은 서서히 그 크기가 줄어들었고 이내 마법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리오는 아직 바닥에 박혀 있는 자신의 검들을 바라보았고 라우소가 있어야 할 자리엔 라우소의 것이라 생각되는 팔뚝이 그을린 채 굴러다녔다. 검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먼저 뽑아 날을 거둔 후 집어넣었고 다음에 디바이너를 뽑아 칼집에 넣었다.
“…근데 너무 시시하게 끝났단 말이야… 이상하군. <1급 투천사>보다 강하다면 <펜타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텐데.”
부스럭–
“음?”
리오는 자신의 발 밑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소리가 들린 곳을 급히 바라보았고 곧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려지고 그을리다시피 한 라우소의 팔이 손가락으로 기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땅을 두더지처럼 파고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미 늦었다 생각한 리오는 쓴맛을 다시며 옆에 떨어진 라우소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 검은 주인과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수십 개의 잎으로 변하였고 불어오는 새벽 바람에 휘날려 사라지고 말았다.
“쳇, 방심했군. 그러나… 이런 녀석들이 열 한 명이나 더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인데 그래? 나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을까….”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일행이 쓰러져 있는 장소를 향해 걸어갔고 케톤을 시작으로 한 명씩 깨우기 시작했다.
◎
린스와 노엘은 소파에 앉은 채 서로에게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테크를 등에 업고서 여관 안으로 들어온 리오는 그 둘의 모습을 보고 빙긋 미소를 지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볼 사이도 없이 뿔뿔이 방으로 흩어졌다.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에 그들은 침대에 쓰러져 체면도 볼 것 없이 자기 시작했고 테크를 조용한 방에 눕힌 리오는 린스와 노엘이 있는 여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곤히 자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잠시 중얼거렸다.
“제일 편하게 주무시는군… 하지만 불편할 테니 깨워 드려야 하겠지.”
리오는 노엘과 린스의 어깨를 동시에 살짝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고 먼저 눈을 뜬 것은 노엘이었다. 노엘은 일어나자마자 리오의 얼굴이 보이자 깜짝 놀라며 자신의 테 없는 안경을 고쳐 썼고 그녀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리오는 웃으며 린스의 코를 손가락으로 살짝 퉁겼다.
“아얏!”
린스는 자신의 코를 매만지며 반쯤 감긴 눈으로 리오를 쏘아보았고 리오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린스에게 살짝 물었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린스는 자신의 얼굴을 부비며 고개를 저었다.
“소파에 앉아서 잤는데 잘 잤을 리가 있다고 생각해? 네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
“후훗… 죄송합니다. 그럼 올라가셔서 마저 주무세요. 전 노엘 선생님과 얘기를 할 것이 있으니까요.”
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자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올라가자,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노엘을 바라보았고 노엘은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물었다.
“리, 리오씨,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