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74화
“목걸이 왜 도로 드리고 왔어 오빠? 오빠 성품에 그런 건 받고 보자 아닌가?”
루이체는 마키를 업고 여관가를 같이 걷고 있는 지크에게 넌지시 아까의 일을 물어보았고, 지크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그 수정 가짜였거든. 근데 내가 왜 받냐?”
“그랬구나… 하긴, 난 또 그 수정 목걸이가 무슨 ‘언약’ 비슷한 거 아닌가 해서 오빠가 도로 넘겨준 줄 알았어.”
지크는 속으로 뜨끔했다. 사실, 지크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 수정 목걸이를 미네아에게 돌려준 것이었다. 어쨌거나 속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성격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에 지크는 루이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후우… 이 검둥이는 아직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구나. 정말 처음부터 골칫덩어리란 말이야. 왜 하필 목표를 나로 정해가지고…. 쳇, 어쩔 수 없지. 이 녀석 팔자가 그런 건지도. 어이, 루이체. 이 여관은 어떠냐?”
지크는 파아란 기와가 지붕에 깔끔하게 깔린 여관을 가리키며 루이체에게 물었고 루이체는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뒤에서 그들을 따라오고 있는 카루펠을 의식한 직후 약간 어두워졌다.
“좋긴 좋은데… 카루펠을 둘 마땅한 곳이 이 여관엔 없잖아. 다른 곳을….”
그러나 지크는 여관의 문을 이미 열고 있었다.
“없으면 밖에 세워두지 뭐. 카루펠도 이 여관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루이체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고 카루펠과 루이체는 곧 시선을 마주치게 되었다.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왜 가끔씩 드는 거지…? 이상하네….”
지크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고 루이체는 머리를 흔들며 지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서서 둘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본 카루펠은 천천히 여관의 벽 쪽으로 다가가 벽에 기대며 혀로 자신의 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여관 주인에게 방 열쇠를 두 개 받은 지크는 루이체에게 하나를 건네준 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지크는 마키를 침대에 눕힌 뒤에 어깨를 풀어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 자식, 생각보다 무겁구만. 그건 그렇고 치료부터 해야… 아냐, 나도 좀 쉬어야 돼. 잠이나 좀 자 보실까?”
지크는 자신의 붉은색 재킷을 벗고 마키의 침대 옆에 누워 잠시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피로가 꽤나 축적되었는지 지크는 정신을 잃듯 잠에 빠져 버렸고 곧 약간 코도 골기 시작했다.
레프리컨트 여왕은 옥좌에 앉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며 한숨만 짓고 있었다. 린스 공주를 떠나보낸 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데, 그녀에 관한 소식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은 탓이었다. 이렇게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의 앞에 시녀가 몸을 숙이고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마마, 라세츠 후작께서 마마를 뵙고자 합니다만….”
여왕은 슬쩍 눈을 뜨며 힘없이 말했다.
“모시거라, 후작을 뵌 지도 꽤 오래되었으니까.”
“예, 마마.”
시녀가 알현실에서 나간 조금 뒤, 금발을 뒤로 넘긴 깔끔한 미남이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고 그는 여왕의 앞에서 예를 갖춘 후 여왕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왕 마마. 라세츠 시렌 후작, 문안 인사 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자세를 바로 하며 라세츠에게 물었다.
“근데, 한 달간 어딜 다녀오신 거죠 후작? 여왕인 나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죠?”
라세츠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핫,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마마. 국경 근처에 사시는 제 부모님들을 뵈려 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입니다. 더한 이유는 없습니다.”
여왕은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전 벨로크 공국의 군인들에게 당하신 줄 알고 매우 걱정했습니다.”
라세츠는 더욱 고개를 숙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왕에게 답했다.
“하하핫… 이런 변변치 못한 몸을 걱정해 주시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크크큭… 자신이 변변치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걸 보니 머리가 좋긴 좋은가 보군… 크크크큭.”
갑자기 들려온 살기가 실린 말에 깜짝 놀란 라세츠는 목소리가 들린 옥좌의 뒤를 올려다보았고, 여왕의 뒤에 갑자기 나타난 회색 피부의 사나이를 보고서 더욱 놀라워했다. 라세츠는 자신의 허리에 장비된 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너, 너는 누구냐! 감히 여왕님에게 해를…!!”
그러나 그 회색 피부의 사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 말을 했다.
“후… 겁쟁이. 난 너나 여왕에게 해가 가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근데 검을 뽑다니…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이라고 봐야 하겠지? 크크크크큭… 잘 됐군. 어차피 내 <다크 팔시온>도 한 달이나 피 목욕을 못했는데 말이야… 크크크.”
그 사나이가 앞으로 걸어가려 하자, 여왕이 직접 일어서 그 사나이의 앞을 막으며 소리쳤다.
“바, 바이론님, 이러시지 마세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참아 주세요!”
바이론은 가만히 자신을 막아선 여왕을 내려보다가 휙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후… 또 방해하십니까 여왕? 어쨌든 좋습니다, 나와 당신의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말입니다, 크크크큭….”
말을 마친 바이론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갔고, 라세츠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바이론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여왕도 한숨을 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마, 저자는 대체 누굽니까…?”
“…한 달 전, 이 왕국 수도에 벨로크 공국이 침공해 들어온 사실은 잘 아시죠?”
라세츠는 다시 몸가짐을 단정히 하며 대답했다.
“예, 알고는 있습니다 마마.”
여왕은 잠시 유예를 둔 뒤 계속 말을 이었다.
“궁지에 몰린 이 왕국을 구해준 분이 바로 바이론 기사님입니다. 수만에 달하는 벨로크 왕국의 오크 군단들을 단 혼자서 없앤 장본인이시죠.”
“예에!?”
라세츠는 깜짝 놀라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물론 무리는 아니었다. 소수의 군대로 수만을 막았다는 레프리컨트 대 공신 그레이 공작의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보았기 때문에 믿고 있었으나 단 한 명이 수만을 막았다는 말은 생전 듣기 어려운 것이었다.
“어쨌든, 라세츠 후작께서도 잘 들어 두십시오. 가급적이면 바이론 님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하지 마시길….”
라세츠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으나 여왕이 이 정도로 부탁하는 모습은 본 일이 없었기에 그도 몸을 숙이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마마.”
“근데 후작, 무슨 일로 날 찾아오셨나요? 후작님이 인사만 하고 갈 사람은 아닌데요.”
라세츠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약간 들며 말하기 시작했다.
“린스 공주님과 관계된 정보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