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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76화


「지크… 일어나거라…」

어두운 꿈의 세계 저편에서 지크의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지크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대답했다.

“싫어요, 피곤하단 말이에요.”

지크의 이런 반응에 목소리는 잠시간 침묵을 지키다가 지크에게 크게 소리를 쳤다.

「이 녀석!!! 나랑 농담하자는 거냐!!!! 어서 일어나 이 게으름꾼아!!」

깜짝 놀란 지크는 벌떡 일어서며 자신에게 소리를 친 회색 옷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지크가 일어나자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구나 지크. 저번 <고신 전쟁> 때도 만나지 못한 건 너 하나니까 말이야. 오늘은 네 힘 때문에 찾아왔단다.」

지크는 자신의 힘이란 말을 듣고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 제 힘은 갖춰진 상태 아닌가요? 게다가 지금은 시한부긴 하지만 슈렌의 힘까지 가지고….”

「이 녀석이…!! 가만히 말씀 듣거라! …네 힘은 다른 가즈 나이트와 달리 두 가지로 나뉘어질 수 있다. 왜냐고? 넌 바람이니까. 바람에서 생성되는 것은 번개, 즉 뇌력뿐만이 아니다. 진정한 바람의 힘을 넌 모르고 있어. 넌 바람을 내 봤자 주먹이나 칼로 생성하는 진공파 뿐이지 않으냐. 너의 진정한 힘을 모르기 때문에 넌 하늘을 날 수 없는 거야. 번개가 거꾸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거 봤느냐?」

지크는 자신의 턱에 손을 가져가며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노인은 인상을 한번 더 찡그리며 한탄하듯 말했다.

「…네가 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오죽 답답했으면 내가 인간계까지 내려왔겠느냐. 어쨌든 빠른 시일 안에 아직 개발하지 못한 그 <바람의 힘>을 각성하거라. 알았느냐?」

곰곰이 생각하던 지크는 갑자기 활짝 웃으며 돌아가는 노인의 옷을 잡고서 물었다.

“할아버지! 그 힘에 대해서 각성하면 리오보다 더 강해지나요?”

노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구불구불한 지팡이의 끝으로 지크의 머리를 쿡 찍으며 대답해 주었다.

「설마 그럴라고. 그 힘을 사용하게 되는 것뿐, 네가 가진 타격력은 그리 변한 게 없을 거다. 지금의 리오보다 강해지고 싶다면 네가 가진 속성을 초월하는 것뿐이다. 아, 이것도 보너스로 말해 주지. 너희들… 지·수·화·풍의 속성들은 자신들의 속성을 초월하면 힘의 한계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광·암·무 세 개의 대 속성이 가진 한계점과 비슷해질 뿐이야. 강해지고 싶다면 그들보다 몇 배의 수련을 하거라. 리오 등의 대 속성 가즈 나이트들도 놀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알겠지? 이제 날 붙잡으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 노인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지크는 다시 주위가 어두워지자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린 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잠을 많이 잔다 생각하며….


“이봐, 일어나.”

지크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눈을 살짝 떠 보았다. 밝은 것으로 보아 아까와 같이 꿈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인 것 같아 지크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를 깨운 사람을 바라보았다.

“…검둥이냐? 하아아암~ 지금 몇 시니?”

마키는 지크가 자신을 또 검둥이라 부르자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본 후 대답해 주었다.

“저녁 아홉 시야. 저녁도 안 먹고 그냥 잘 거야?”

지크는 아홉 시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붉은 재킷을 입은 후 슬쩍 대답해 주었다.

“내가 저녁을 먹는 거 몇 번이나 봤냐, 괜찮아. 근데 네가 그런 소리도 할 줄 알았니? 의외다.”

마키는 피식 웃으며 창가에 앉아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기 시작했고 지크는 이상한 녀석이다 생각하며 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만히 여기에 있어, 어디 나가서 일 벌리지 말고.”

지크가 방에서 나가자 마키는 한숨을 후우 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냐, 이런 마음 가지면 안 돼. 암살자는 냉정해져야 한다구… 리마 선배가 그랬어.”

루이체에게 말하고서 여관을 빠져나간 지크는 호흡을 조절해본 후 멀리 보이는 수많은 빛덩어리–왕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십 분 후, 지크는 달빛에 그림자가 져 가장 어두운 서쪽 성벽 아래에 위치하였다.

“흐음… 벨로크 공국인가 뭔가가 침공한 이후 병사가 많이 줄었나 보군. 경비를 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렇다면 직행이지 뭐.”

지크는 자신의 손바닥을 몇 번 마찰시킨 후 성벽을 소리 없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침투에 있어서는 전 가즈 나이트 중 최고라 칭해지는 지크였다. 성벽을 다 오른 지크는 성벽 안쪽의 정황을 살폈다. 운이 좋게도 교대 시간이어서 경비가 거의 없었다. 물론 많이 있어도 침투할 수는 있지만.

성 안으로 살짝 잠입한 지크는 몸을 최대한으로 낮춰 이번엔 왕궁 안으로 침투했다. 부엌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무명도로 창문의 고리를 자른 후 들어갔고 부엌의 문을 열자마자 복도 천장에 붙어 소리 없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쳇, 청소 좀 하지 이게 도대체 뭐야… 먼지 귀신 되겠군.”

투덜대며 계속 이동하던 지크는 한 시녀가 큰 방문을 열고 나오며 인사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마마.”

그 시녀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자, 지크는 피식 웃으며 찾았다고 생각했다.

‘여기인가 보군. 근데 방문 한 번 큰데?’

복도 바닥에 안착한 지크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의 손잡이를 돌렸으나 문은 잠겨있었다. 지크는 또다시 투덜대며 재킷의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 오라고 해 놓고선 문을 잠그는 건 또 뭐야… 하긴, 따고 들어가면 끝이지.”

호주머니에서 지크가 꺼낸 것은 구불구불한 철사와 납작한 철봉이었다. 지크는 둘을 잘 조합하여 열쇠 구멍에 설치한 뒤 납작한 철봉을 살짝 비틀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지크는 공구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은 후 손잡이를 돌렸고 문은 아까와는 달리 간단히 열렸다. 지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고 반투명한 커튼이 설치된 으리으리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여성을 향해 인사를 했다.

“미네아님, 지크가 왔습니다.”

지크가 평상시 대로 인사를 하자, 침대 안에서 잠을 자던 여성이 벌떡 일어나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지크는 여기까지 보고선 저 여자가 갑자기 왜 저러나 투덜댔다. 그러나….

“누구냐!! 누가 감히 여왕의 침실에 침입을….”

말이 여기까지 나오자, 지크의 운동 신경은 곧바로 발동되었고 침대에 설치된 커튼 안으로 곧장 들어간 지크는 여왕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내 인생의 치욕이다 이건… 방을 잘못 들어오다니–!!’

“읍! 으으읍–!!!”

여왕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지크가 그녀의 입을 강하게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커튼 바깥에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지크는 눈을 뜨고 여왕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여왕님, 동생분 침실인 줄 알고 들어온 걸 사과드립니… 어엇!?”

여왕의 얼굴을 본 지크는 단숨에 사색이 되어 버렸고 지크의 표정을 본 여왕도 깜짝 놀라며 반항하던 것을 멈추었다. 지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여왕에게 물었다.

“…실례하지만 마마 몇 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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