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79화
“타아아앗–!!!”
지크가 기합을 넣으며 자신에게 무대포로 돌진해 들어오자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다크 팔시온>을 굳게 거머쥐었다.
“크하하하하핫–!!! 내가 또 이긴 것 같구나 지크!!! 헛점 투성이 녀석!!”
바이론은 크게 웃으며 <다크 팔시온>을 달려오는 지크를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바로 그때, 검에 찔린 듯했던 지크는 재킷만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졌고 바이론은 아차 하며 자신의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지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칼 끝을 내리고 낙하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지크와 바이론은 서로 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자신의 기술이 너무 빨리 간파되었다는 것에 인상을 찌푸렸고 또 한쪽은 자신의 두상이 상대방에게 잡혔다는 것에 인상을 찌푸린 것이었다.
파아아앙–!!!
강렬한 스파크가 두 칼의 충돌점에서 튀었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눈이 밝아지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크는 일갈과 함께 무명도를 맹렬히 휘두르기 시작했고 기전력이 실린 지크의 공격을 받는 바이론은 눈을 크게 뜨며 <다크 팔시온>을 더욱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의 칼이 부딪히는 광경은 겨우 시야가 회복된 사람들의 눈엔 유감스럽게도 보이지 않았다. 지크의 <뇌천살>은 바로 공중 자르기를 시작으로 하는 음속과 물리적 운동 각도를 완전히 무시한 연속 자르기였던 것이다.
“베, 베르니카… 저것… 보이나요?”
미네아는 둘의 움직임이 희미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베르니카에게 물었고 그녀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지크와 바이론의 운동 능력은 보통 검술가의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크라아앗–!!”
지크가 이를 악물며 마지막 공격을 날리자 바이론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다크 팔시온>을 손에 잡은 채 뒤에 위치한 석재 기둥에 충돌하고 말았다. 석재 기둥은 바이론을 밑에 둔 상태로 굉음을 일으키며 무너졌고 그 모습을 보던 지크는 왼손을 꽉 쥐며 씨익 웃어 보였다.
“하아–하아– 맛이 어떠냐 빈혈 사나이! 하아–하아….”
일순간에 끌어올렸던 기전력을 모두 탕진한 지크는 숨을 거칠게 쉬며 중얼거렸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조금씩 광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지직–
그 순간, 무너졌던 기둥 조각들이 크게 꿈틀거렸고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하아–하아– 하긴… 딱 한 대 맞은 것 가지고 쓰러지면 섭하지, 후우… 후우….”
파아악–!!
바이론의 몸을 덮고 있던 돌무더기는 곧 스르르 무너져 내렸고 바이론은 몸을 툭툭 털며 돌무더기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론의 가슴엔 긴 상처가 나 있었던 것이다. 바이론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네 말대로… 크큭, 천번의 자르기 중 마지막 자르기를 막아내지 못했어. 꽤 훌륭한 기술이었다 지크. 만약 네가 필살기인 <극뢰>(極雷)를 사용한 상태에서 이 기술을 사용했다면 한 번이 아니고 열 번의 자르기를 맞았을지 모르겠군, 크크크크큭…. 좋아, 오늘은 무승부로 해 주지. 서로가 여기 모여 있는 녀석들 때문에 최대 파워를 내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크크크크 흐음….”
지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이론을 향해 반문을 던졌다.
“…뭐? 나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네가 남 걱정한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데?”
바이론은 가만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다크 팔시온>을 거두며 대답했다.
“저기 여왕이란 여자 보이지? 네가 알다시피 난 인간을 위해 일하고 싶을 땐 계약을 한다. 저 여자와 계약을 좀 했지, 담보가 무엇인지는 들을 필요 없어. 너라면 모르겠지만 리오 녀석이 들어버리면 골치가 아프지. 날 지옥까지 따라오겠다며 난동을 부릴 게 뻔하니까. 크크크크 흐음… 계약자로부터 담보를 받기 위해선 살려 둬야 하겠지. 난 사람을 골라서 안 죽이는 방법은 모르거든. 크크크… 이게 바로 착한 짓이라는 건가? 크하하하하하핫…!”
지크는 약간 의심이 담긴 눈초리를 남기며 자신의 무명도를 거두었고 둘의 싸움이 끝난 것을 확인한 미네아는 곧바로 여왕에게 달려가 지크가 왜 들어왔는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바이론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갔고 지크는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팔짱을 끼고 호흡을 조절하며 소모된 기를 채워 나갔다.
“후우… 만날 때마다 이상한 녀석이군… 저 녀석 혹시 빈혈 말기 증상인가?”
병사들은 지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함부로 접근할 용기가 있는 병사는 거의 없는 듯했다.
“여봐라! 어서 비키지 않고 무얼 하는 거냐!! 저 괴한은 내가 처리하마!!!”
병사들은 자신들의 뒤편에서 어떤 여자의 소리가 들려오자 환호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지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소리를 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중년의 여성은 지크를 향해 지팡이 끝을 향하며 소리쳤다.
“네 녀석! 감히 성스러운 레프리컨트 왕궁에 침입하며 난동을 부리다니, 이 현자 레이필이 단죄를 해 주마!!!”
순간 이동 주문으로 급히 달려온 레이필 여사는 병사들이 지크를 둘러싼 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자 지크가 범인일 것이라 확신하며 병사들과 지크를 향해 호통을 친 것이었다.
“…쳇.”
그러나, 지크는 관심이 없다는 듯 레이필에게서 시선을 돌렸고 무시를 당한 레이필은 다시 한번 호통을 쳤다.
“가, 감히 누구를 무시하는 거냐! 이젠 용서가 안 되는구나!!!”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레이필을 바라보며 떫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20대나 10대의 팽팽한 마법사 언니들이 나에게 시비를 걸면 상대는 해 줄지 모르겠는데요, 전 할머니는 좀 싫어한답니다. 우리 어머니가 할머니보다 젊은 탓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전 볼일이나 보렵니다.”
말을 마친 지크는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미네아를 찾기 시작했고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레이필 여사는 또 한 번의 호통을 치며 작은 마법진을 지팡이로 자신의 앞 허공에 그리기 시작했다.
“네 이놈!! 내 나이가 마흔다섯인데 무슨 할머니란 말이냐!! 천벌이다!!!”
병사들의 응원과 아우성 소리에 제대로 얘기를 하지 못하던 미네아와 여왕은 레이필 여사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자 병사들을 밀치며 광장 안쪽을 바라보았고 예상대로 레이필이 마법진을 그리며 지크에게 호통을 치고 있자 둘은 레이필을 향해 동시에 소리를 쳤다.
“멈춰요 레이필 현자!! 그 사람은…!!”
그러나 때는 늦어 있었다. 레이필이 만든 화염의 구체는 지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버렸고 미네아는 결국 눈을 가리며 뒤로 돌아섰다.
“아아… 미안해요 지크씨!!”
“…….”
그러나 비명 소리와 폭발음을 포함한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네아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곧 눈을 비비며 멀쩡히 서 있는 지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이 말은 미네아뿐 아니라 레이필 여사도 같이 했다. 지크가 자신이 만든 농축 파이어볼을 공 잡듯 잡아 손안에서 가지고 노는 장면은 그녀의 45년 평생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