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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82화


리오는 그 아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소리를 쳤어도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리오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 아이는 인상을 가볍게 쓰며 리오의 앞으로 돌아가 리오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리오 기사님!!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언니와 제가 얼마나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었는 줄 알기나 하세요? 게다가… 게다가 언니는 밤마다 기사님을 생각하며 우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요!! 그렇게 오래 언니랑 같이 있으셨으면서 어떻게 축제 다음날 편지 하나 써놓고 사라지실 수가 있어요!!!”

말이 거기까지 나오자 멀리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레이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고 린스는 이를 부드득 갈며 리오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노엘은 무슨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리오를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영웅의 주위엔 여자가 따른다더니 진짜구나….’

케톤은 부러움이 섞인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리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앞에서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는 그 소녀를 안아 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다… 라이아.”

결국 리오는 일행과 따로 떨어져 라이아와 함께 2년 전 자신이 잠시나마 머물던 빨간 지붕 집으로 향했다. 물론 가기 전에 린스에게서 욕을 바가지로 먹긴 했지만, 이 복잡한 상황은 리오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리오는 빨간 지붕 집 앞에 서서 잠시 옛날 일을 회상해 보았다. 물론 2년 전이라 그리 옛날도 아니었지만 그에겐 특별한 기억임에 틀림없었다.

“들어가자 라이아….”

“아, 잠깐만요 기사님! 들어가시기 전에 약속 하나 해 주세요!”

리오는 의문의 눈으로 라이아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힛… 세이아 언니를 보고 절대 놀라지 마세요, 아셨죠? 자, 그럼 들어가요 기사님.”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 문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그 안에선 음식 냄새가 향기롭게 풍기고 있었고 리오는 역시 하며 빙긋 웃어 보였다. 라이아는 곧바로 부엌에 달려가 안에서 또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언니! 나와봐 언니, 큰 손님이 오셨어!!”

라이아의 목소리에 뒤이어 맑은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리오는 자신의 앞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왜 그러니 라이아? 벨부르크 삼촌께서 오시기라도 하셨니?”

“그러지 말고 나와 봐 언니! 깜짝 놀랄 거야!”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부엌에서 라이아와 함께 나온 은발의 미녀를 본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 세이아씨!?”

리오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저어… 절 아시나요? 처음 뵙는 분이신 것 같은데 제 이름을 아시는군요…?”

리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누, 눈이 보이십니까 세이아씨? 라이아, 어떻게 된 거니?”

라이아는 방긋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히힛, 회색 옷을 입은 어떤 할아버지가 1년 전에 오셨거든요? 그러시더니 우리 언니의 눈을 말끔히 고쳐주셨어요. 그 다음날 사라지셨지만 정말 고마우신 할아버지였어요.”

설명을 들은 리오는 가만히 세이아를 바라보다가 쓸쓸히 웃으며 뒤로 돌아서 말하기 시작했다.

“기억… 못하시는 게 당연하시겠죠. 세이아씬 절 한 번도 보신 일이 없으시니까요. 실례했습니다. 전 이만….”

라이아는 리오가 갑자기 나가려고 하자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리오 기사님!! 가시면 안 돼요!!”

동생의 외침을 들은 세이아는 리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리, 리오씨…? 리오… 스나이퍼씨!? 도, 돌아오셨군요…?”

리오는 문을 열고 돌아선 채 나지막이 말했다.

“…더 이상 말하시면 또 우실 것 같군요… 예전에도 말씀드렸지요? 전 저 이외에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절 거의 잊으신 것 같은데 괜히 찾아뵈어서 또다시 당신에게 슬픔을 드리는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그때, 리오는 자신의 등 뒤에서 다른 누군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허리를 두른 여자의 가녀린 손을 보며 눈을 감았다.

“가, 가지 마세요 리오씨! 잊은 게 아니에요, 설마… 설마 당신께서 다시 찾아오실 줄은 생각 못했어요! 더 이상 저도 리오씨를 생각하며 슬퍼할 수는 없어요, 다시는 당신과 떨어질 수 없어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어 버리자 리오는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말을 실수했군… 큰일이다….’


“크으윽…!!! 그 바람둥이 녀석…!!!!!!”

린스의 분노는 가실 줄을 몰랐다.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던 리오가 라이아라는 꼬마 아이에게 슬슬 기는 모습은 일행에겐 정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일행은 모두 촌장 집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었고 현재 일행 중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노엘이었다. 혼절했다가 깨어난 레이를 진정시키는 것과 흥분한 린스를 진정시키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고, 공주님이 오셨다고!!!”

그때,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한 사나이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고 그는 노엘을 보고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또 한 번 소리쳤다.

“이야아~! 노엘 메이브랜드!! 여기서 자네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노엘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이군요 버크(외전에선 보크라고 오타가 있었군요… 그것도 단체로… 버크라 정정합니다) 단장님. 아, 지금은 버크 씨라 불러야 할까요?”

버크는 자신의 두꺼운 가슴에 엄지손가락을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핫,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 근데, 공주님은…?”

노엘은 버크가 린스를 찾자 검지를 입술에 가져가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 흥분 상태이시니 좀 조용히 인사해 주세요, 아셨죠?”

“아… 알았어, 근데 자네들과 함께 리오란 사나이가 돌아왔다고 그러던데… 사실인가? 그렇다면 세이아 자매가 정말 좋아하겠군.”

노엘은 버크의 말을 듣고서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에게 물었다. 희미한 눈으로 겨우 소파에 앉아 있던 레이도 그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아, 한 가지 여쭤보겠는데요, 그 세이아란 아가씨와 리오 씨와는 예전에 무슨 관계였나요?”

그 질문에 버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호쾌하게 웃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아… 하하하핫, 그 둘은 정말 멋진 커플이었지. 한 보름인가… 같은 집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으응….”

버크의 대답을 들은 레이는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혼절하고 말았고 노엘은 멍한 표정으로 버크에게 다시 물었다.

“도, 동거를 했다는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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