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88화
“커헉…!”
리오는 입에서 피를 몇 차례 뿜으며 고통스러워했고 옆에서 계속 치료를 하던 버크의 부인과 레이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리오군은 정말 대단하군요… 어지간한 사람이라도 배에 이 정도의 상처를 두 개나 받으면 거의 죽고 마는데 리오군은 계속 살아있어요.”
레이는 아무 말 없이 다시 한번 주술을 외워 리오의 상처를 회복시키는데 온 정성을 다하였다.
세이아는 반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라이아를 꼭 껴안은 채 촌장 집 거실에 앉아 있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회피하였다. 라이아 역시 세이아를 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앞의 소파에 걱정 어린 얼굴로 앉아 있던 케톤은 슬쩍 세이아를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후우… 어째서…!”
2시간이 지났을 무렵에야 레이와 버크 부인은 힘이 다 빠진 표정으로 리오를 치료하던 방에서 나왔고 노엘과 린스는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가 물었다.
“잘 되었나요? 리오씨는요?”
버크 부인은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복부의 상처는 주문을 쓴다면 한 5일 내로 회복될 것 같군요. 하지만… 오른쪽 눈은….”
노엘은 역시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고 리오가 눈마저 다쳤다는 소리를 들은 린스는 깜짝 놀라며 버크 부인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버크 부인은 아차 했으나 결국엔 알아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대답해 주었다.
“리오군의 오른쪽 눈은… 실명되었답니다 공주님….”
“뭐…?”
린스는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고 노엘은 린스를 일으켜 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바보 같은!! 바보!!!”
결국 린스는 오열을 터뜨렸고 그녀를 일으켜 주려던 노엘은 아무 말 없이 레이를 바라보았다. 레이는 울지 않고 있었다. 다만 참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아침이잖아, 처참하게 당하긴 한 것 같군….”
하루가 지난 뒤, 리오는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눈을 떠 보았을 때 자신의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리오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훗, 간만에 애꾸가 되어 보는데…. 복부의 구멍은… 치료가 되어 있군. 주문으로 치료된 걸 보니 오늘 저녁쯤이면 재생될 것 같아. 그건 그렇고 걱정들 많이 하겠군… 후훗.”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고 리오는 고개를 돌려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긴 검은 머리에 펑퍼짐한 흰색 옷… 레이였다.
“후… 행운이군요. 아침 일찍부터 보는 사람이 레이씨라서….”
약간 멍한 상태였던 레이는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다가와 상태를 물으려 했으나 리오는 검지를 그녀의 입술에 가져가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쉿… 아무 말 하지 말아요. 제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면 좀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요. 음? 레이씨…?”
레이는 리오의 굵은 팔을 자신의 양 손으로 감싼 채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리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에게 말했다.
“…울지 말아요 레이씨. 당신이 울면 상처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요.”
레이는 소매로 자신의 눈을 닦으며 리오를 살짝 바라보았다. 오른쪽 눈에 붕대가 칭칭 감긴 것 빼고 리오의 상태는 예전과 같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혈색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리오씨 정말 괜찮습니까?”
리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아마 내일부터는 예전처럼 뛰어다닐 수 있을 겁니다.”
레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리오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어 복부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살짝 만져 본 후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다.
“세, 세상에…? 어떻게 하루도 안 된 시간 동안 이렇게…?”
리오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후훗… 제가 계속 이러면 일행을 지켜줄 사람이 없을 것 아닙니까. 아무 걱정 말고 쉬세요 레이씨.”
레이는 리오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조용히 앉아만 있을 거라 생각한 리오는 눈을 감으며 가볍게 숨을 쉬어 보았다.
“세이아씨와 라이아란 아이는 무사하답니다. 다만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받아서 문제이긴 하지만요.”
리오는 고개를 돌려 레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라이아가 무사하다고요? 그럼 레이씨나 케이씨가 구출해 주셨습니까?”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떤 남자분께서 구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그냥 ‘물’이라고만 밝히셨지요.”
“물…? …그래, 그랬었군. 운이 정말 좋은데요?”
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리오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 뒤를 받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 신세를 졌으니 원… 후훗.”
리오의 그 말을 끝으로, 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레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푹 쉬십시오 리오씨.”
리오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레이는 곧 방문을 나섰다. 혼자 남게 된 리오는 곧 눈을 감으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다.
“흐음… 이렇게 잠만 자다가 영원히 자는 건 아닌지… 쯧.”
그러나 그 말이 린스의 귀에도 들린 듯, 린스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리오에게 달려들었다. 리오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가슴 위에 엎드린 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 공주님? 왜 갑자기…?”
린스는 울음을 억지로 참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오의 오른쪽 눈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을 확인한 린스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리오의 가슴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치며 소리쳤다.
“이 바보야! 누가 눈을 잃을 정도로 싸우라고 했어!! 널 이렇게 만들고 세이아인가 뭔가 하는 여자는 자기 동생만 껴안고 있단 말이야!!! 수도로 돌아가면 그 여자를 꼭 종신형에 처하고 말 거야!!!”
앞뒤가 안 맞는 얘기였지만 리오는 속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세이아가 라이아만 껴안고 있다는 소리는 곧 그녀가 정신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는 말이었다.
뒤따라 들어온 노엘은 리오의 위에 엎드려 울고 있는 린스를 반 억지로 떼어놓으며 그녀를 방 밖으로 내보낸 후 리오에게 다가와 상태를 물어보았다.
“괜찮나요 리오씨? 레이 양의 말로는 복부의 상처가 외상은 거의 회복되었고 내상만 약간 있다고 그러던데… 어떻게 된 거죠? 마법이라도 쓰신 건가요?”
리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글쎄요… 후훗. 그건 그렇고 세이아씬 어떤가요? 공주님의 말을 들어보니까 충격 상태인 것 같은데요.”
노엘은 리오의 입에서 세이아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해주었다.
“예… 사실은 그 상태가 꽤 심각해요. 식사도 안 하고… 라이아인가 하는 아이가 옆에 있질 않으면 어디에도 가지 않으려 하죠. 하긴… 리오씨가 당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예….”
리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