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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9화


“이봐, 컬트.”

건장한 몸을 가진 한 청년이 집 밖의 뜰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한 청년을 불렀다. 컬트란 이름의 청년은 이마에 묻은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자신을 부른 청년을 쳐다보았다.

“어, 왜 그러냐 버트.”

“응, 스승님께서 너를 급히 소집하셨어. 무슨 일이 있으신가 봐.”

컬트는 버트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옆에 놓인 수건으로 팔과 얼굴 주위에 묻은 땀과 나무 조각들을 닦아내었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단련된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컬트는 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컬트의 어머니가 루아스 대륙에서만 자란다는 라이잘이란 식용 식물을 다듬고 있었다.

“어머, 컬트야, 무슨 일이 있니?”

그의 어머니는 걱정된 표정으로 컬트에게 물었다. 마을 안에서의 별명이 사고뭉치인 컬트에게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해서였다.

“아니요, 스승님께서 저를 찾으신다고 해서요.”

컬트의 어머니는 다행이라는 듯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으음, 그러니? 그러면 서두르거라.”


루아스 대륙의 한 작은 마을인 디파스엔 사악한 용을 물리쳤다는 용사가 살고 있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 이야기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용사라는 사람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저 제자들을 기르는 데만 열중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숲속의 한 공터의 중앙엔 노인이 정좌를 한 채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노인의 숨결은 나이 탓인 듯 매우 거칠었으나 숲속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빛나고 있었다.

“스승님!”

조금 후 두 명의 청년이 숲속에서 그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두 청년은 그 노인 앞에서 인사를 하였다.

“왔느냐, 컬트야…”

“예, 스승님.”

노인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잠시 걷자꾸나…”

노인과 두 명의 청년은 숲 사이로 조그맣게 나 있는 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밝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난 꿈을 꾸었단다. 잿빛의 털로 몸을 감싼 사자의 꿈이었지.”

두 청년은 자신의 스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 사자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단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그 사자에게 다가와서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팔을 벌렸지, 그러나 사자는 보지도 않고서 다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흰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사자를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나 사자는 역시 보지도 않고서 자신의 일을 계속해 나갔다.”

노인은 기침을 두어 번 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에메랄드빛의 작은 새가 사자에게 다가왔지. 그 사자는 귀찮다는 듯 새를 쫓으려 했으나 새는 상관하지 않고서 사자의 갈기에 내려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자는 처음엔 시끄럽다는 듯 머리를 뒤흔들었으나 점점 새의 노래 소리에 반하기 시작했지. 결국에 사자는 그 새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자를 도와주려고 했던 검은 그림자는 결국 자신의 사악함을 드러내면서 새를 잡아가려고 했지. 사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새를 보호했지만 새는 결국 수정으로 변하고 말았단다.”

컬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스승에게 말했다.

“아니, 그 꿈 이야기가 저희들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노인은 눈을 부릅뜨면서 컬트를 바라보았다. 컬트는 움찔하면서 스승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사자가 이 마을로 오고 있다.”

“예?”

두 청년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자신들의 스승이 엉뚱한 사람이라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사자가 온다니 그들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말이었다.

“사자가 온다면 사냥꾼들을 부르셔야지 저희들을 왜 부르십니까… 설마 사자 잡는 수련을 하라는 소리는 아니시겠죠?”

버트는 미소를 띄우면서 스승에게 농담조로 말을 했다.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짚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서 버트의 머리를 거세게 가격했다.

따악!

“으악!!”

노인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버트를 한 번 바라본 후 조용히 말했다.

“그 사자는 틀림없는 강대한 힘의 존재다. 너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

“예? 그렇다면 그 사자는 왜 이곳으로 옵니까?”

컬트는 자못 궁금한 표정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 새를 다시 살리려고.”

“……”

두 청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들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따닥!!

곧바로 두 청년의 머리에는 불똥이 튀었고 두 청년은 머리를 감싸 쥐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감히 스승의 말을 헛소리로 듣다니… 버릇없는 것들.”

노인은 그들을 향해서 훈계를 계속하였고 두 청년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그 훈계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맞는 것 이상으로 괴로운 것이 스승의 훈계였다. 노을이 질 무렵에 둘은 허탈한 표정으로 숲에서 빠져나왔다.

“잿빛 사자라고? 허이구…”

“내일은 은색의 용 이야기를 해주시겠군. 제기랄…”

둘은 각자 투덜대며 마을로 걸음을 재촉했다. 마을로 가는 언덕을 넘을 때쯤에 그들은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가 있었다.

“어, 컬트. 이게 무슨 냄새냐?”

버트는 자신의 주먹코를 벌름거리며 확실히 냄새를 맡으려고 애를 썼다.

“이거… 타는 냄새 같은데…”

둘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어…”

버트는 언덕 너머의 광경을 보고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마을이 불바다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컬트… 저거 우리 마을 같은데…?”

컬트는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버트의 뒷덜미를 잡으며 마을로 뛰기 시작했다.

“같은 데가 아니고 우리 마을이야 멍청아!!”

마을 안의 광경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오크 족들이 불화살을 가지고 마을을 습격한 것이었다. 오크 족들은 눈에 띄는 사람들을 모조리 처치하며 광기를 부리고 있었다.

“꺄아악! 살려줘요!”

오크 족들은 집 안의 재물들을 쓸어가면서 여자들도 같이 자루에 담아서 납치해 갔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 주류였다. 오크 족에게 납치당한 여자들은 모조리 노예상에게 암거래로 팔리게 된다.

“아아악!!”

한 사나이가 자신의 아이를 안은 채로 오크 족의 칼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것을 지켜본 컬트와 버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오크 족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욱?”

오크 족 중에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온 컬트의 발차기에 복부를 맞고서 뒤로 날아갔다. 컬트는 틈을 놓치지 않고 오크 족이 가지고 있던 대검을 손에 들었다. 오크 족 특유의 땀 때문에 약간 끈적거리긴 했으나 컬트에겐 그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버트! 길을 내줄 테니까 어머니께 가 봐줘!”

“알았어! 길만 내줘!!”

몇 마리의 오크 족이 컬트와 버트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컬트는 자신의 스승이 가르쳐준 대로 검을 휘둘러 나가기 시작했다.

“타아앗!!”

컬트는 선두로 달려오던 오크 족의 공격을 받아 넘기면서 반격을 가해 오크의 머리를 저만치 날려 보냈다. 다른 오크 족들의 공격도 침착하게 받아내며 컬트는 버트에게 길을 내주었다. 버트도 무기를 집어 들고는 싸우면서 길을 뚫기 시작했다.

“자, 됐어! 버트, 부탁한다!!”

버트는 컬트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오크 족 한 마리가 버트를 습격했으나 버트의 검 실력도 만만치가 않았다. 버트는 오크의 방해를 간단히 뿌리치며 연기와 불꽃이 자욱한 거리 저편으로 사라졌다.

“하아앗!!”

컬트는 검을 휘두르며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크 족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쓰러질 때마다 다른 오크 족들이 그 수를 두 배로 보충하는 것이었다. 결국 컬트는 오크 족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오크 족의 공격이 컬트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선혈이 컬트의 얼굴에 튀었다.

“으윽… 빌어먹을!!”

컬트는 자신에게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숫자적으로 너무나 불리했고 연기 때문에 체력의 소모도 심했다.

“우워어-!!”

한 오크 족이 소리를 지르면서 곤봉으로 컬트의 등을 후려쳤다. 컬트의 몸은 충격으로 인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계인가…?’

컬트는 힘없이 땅을 향해서 쓰러졌다. 그는 눈을 꼭 감았다.

`이제 죽는 건가…’

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어엇… 저것은…’

컬트가 의식을 잃으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오크 족들 중에 한 마리의 몸뚱이가 산산조각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붉은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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