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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08화


17장 [태동]

마동왕은 라기아와 함께 성 지하로 가는 중력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거느린 부하는 없었다. 그것이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마동왕의 특징 중 하나였다.

“‥저번엔 참 어이없게도 당했더군. 다른 칼에도 쓰러지지 않던 천하의 라기아가 동방 여자가 휘두른 칼을 맞고 빈사 상태가 되어 돌아왔으니 말이야.”

상처가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라기아는 입술을 깨물며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 계집이 휘두른 칼‥아무래도 요도(妖刀) 같았어요. 그렇지 않고는 상처가 이렇게 깊이 날 리가 없거든요. 보통 인간을 너무 우습게 본 제 잘못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마동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홀핀]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던가?”

「예, 에루파의 왕은 갑자기 벌어진 내란에 더 이상 이 벨로크 왕국에 대해 간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홀핀]에게 그런 일은 간단하지요.」


삐익-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부저 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둘에게 들려왔고 마동왕과 라기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습기가 찬 어두운 복도를 거닐었다.

“12 신장의‥육체는 어떻게 되었나?”

「[워닐]의 몸을 제외한 모든 신장들의 육체가 완성되었죠.」

마동왕은 복도 끝에 있는 거대한 철문에 달린 스위치를 당기며 라기아에게 물었다.

“워닐만? 왜 그의 육체만 완성이 안 되었나?”

「워닐의 힘을 100% 사용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들기가 어려워 그렇다고 합니다.」


구구궁-

거대한 철문이 가볍게 열렸고, 밝은 방 안의 빛은 잠시 동안 마동왕과 라기아의 시선을 방해했다. 곧, 한 노인이 둘 앞에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올렸다.

“어서 오십시오 마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동왕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저번에 보여줬던 그 나찰들은 내 개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었소. 말이 늦어 미안하오 박사. 그건 그렇고, 완성된 12 신장들을 볼 수 있겠소?”

마동왕의 말을 들은 박사는 자신의 깨끗한 대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입니다 마마. 자아, 나오시지요 장군들.”

박사의 말과 함께 흰색 철문이 열리며 그 안에 있던 열한 명의 신장들이 차례차례 나와 마동왕의 앞에 섰다. 마동왕은 감탄을 마다 하지 않았다.

“오오‥훌륭하오 박사.”

박사는 빙긋 웃으며 신장들에게 말했다.

“자아, 장군님들? 한 분씩 마동왕께 소개를 하시지요.”

신장 중 맨 왼쪽에 위치한 은색 갑옷의 사나이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마동왕에게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부터‥제 이름은 [발러], [별의 발러]라 하오. 분노의 여신 [이스말]님의 보좌를 하오.”

“전 [홍염의 프라]라 하오. 발러와 같이 이스말님 아래에 있오.”

“[뇌격의 트라데], 이스말님에 속한 세 번째 신장이오.”

“전 [물의 다이]라고 하오. 이스말님에 속한 마지막 신장이오.”

“[바위의 몰킨], 고대의 여신 [요이르]님의 밑에 있소. 다시 인사드리오.”

“[나무의 라우소], 저 역시 요이르님의 수하입니다. 역시 다시 인사드립니다.”

“[야수의 켈거], 옆의 두 명과 같은 동료들이오.”

“[철의 무스카], 요이르님의 마지막 신장이오.”

마동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세 명의 신장들에게 눈을 돌렸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요이르, 이스말에 속한 신장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소개를 시작했다.

“[천공의 루카]요. 제3위의 신장이오. 소속은 망자의 여신 [마그엘]님의 밑이오.”

“[혜성의 마르카]라고 하오. 예상하고 있겠지만 마그엘님의 신장이오.”

“[무(無)의 니마흐]라고 하오. 이상이오.”

완전한 육체를 가져서 그런지 각 신장들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마녀 라기아의 육체를 압박하고 있었다. 마동왕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 반갑소 여러분. 당신들이 모시고 있는 여신님은 내가 꼭 부활을 시켜드리리다. 내가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레프리컨트 왕국에 있는 마지막 기둥들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달라는 것이오. 하지만 방해자들이 있어서‥.”

“‥리오·스나이퍼란 인간 말씀이십니까?”

라우소의 말에 마동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그녀석 하나만이라면 여러분께 부탁하지 않소. 그자 말고 두 명이 더 있소. 자신을 「가즈 나이트」라 밝힌 바이론이란 자와 몰킨님을 한 번 쓰러뜨린 일이 있었던 이상한 건달이오. 게다가 문제는 셋이 아는 사이에다가 레프리컨트 왕국 수도에 함께 있다는 것이오. 셋 모두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 여러분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오.”

그러자, 마르카가 앞으로 나서며 마동왕에게 물었다.

“그자들이 얼마나 강하길래 우리 열두 명을 모두 쓰려는 것이오? 설명을 해주실 수 있오?”

“훗, 라우소와 몰킨이 처참하게 당했다고 할 수 있다네 마르카. 물론 녀석들이 약한 것이지만.”

같은 소속인 루카가 마르카에게 말하자, 그 얘길 들은 몰킨이 눈을 부릅뜨고 루카에게 소리쳤다.

“건방진 녀석! 감히 우리의 이름을 들먹이다니, 그럼 네가 나서 봐라!! 그 녀석의 팔 한쪽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가 널 모시겠다!!”

루카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몰킨을 지적하고 말했다.

“그 말, 맹약으로 듣겠소 2위의 신장님‥하하하하하하핫-!!!”

루카는 마동왕에게 말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고, 루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박사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아니 저런! 완성형의 육체를 가지고‥!!”

그러자, 라우소가 박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박사님. 루카 녀석의 버릇도 고칠 겸, 그리고 우리들의 완성된 육체가 어느 정도 강한지 알아볼 겸 한 번 놔둬 보십시오. 우리는 구경만 해도 되지 않습니까?”

박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마동왕은 팔짱을 낀 채 다른 신장들에게 말했다.

“약 한 달 후에 레프리컨트 왕국에서 검술 대회가 열린다 하오. 그걸 이용한 내 계획을 일러드리겠소. 모두, 날 따라오시오.”

마동왕을 따라 열 명의 신장들이 어디론가 가버린 후, 남게 된 라기아는 박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저 녀석들의 몸, 재료가 뭔가 박사?”

박사는 자신의 두꺼운 안경을 닦으며 대답했다.

“네‥유기 물질들과 신장들의 영혼이 가져다준 마물의 시체들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배합해 그분들 각자가 가장 만족해하는 육체를 만들어 제 나름대로의 과학력을 또 섞은 것입니다. 그분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들을 한층 강화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분들의 말씀 덕택에 미완성 상태인 나찰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 같고 나찰들과 함께 행동을 할 [수라]의 설계도 거의 완성 상태입니다. 허허허허헛‥.”

라기아는 말없이 박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할아범‥생각보다 무서운 재능을 가졌군. 주의하는 게 좋겠어‥.’


그레이 공작은 마차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급한 일이 아니면 거의 도보를 이용한다. 그 이유를 다른 귀족들이 물어오면 그는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니, 걸어 다니라고 신께서 인간에게 두 다리를 만들어주셨는데 그 뜻을 자신의 직위 때문에 저버리란 말이오? 허허헛, 말도 안 되오‥.”

공작은 오늘도 도보를 이용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평민들이 인사를 할 때마다 그는 웃으며 받아주었고 전혀 귀찮아하지도 않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여관가, 바로 리오 일행이 있는 곳이었다.

“으음‥여기라고 그 젊은이가 말한 것 같은데‥술 때문에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들어 잘 모르겠군. 아, 저기 저 말을 보니 저 여관인 것 같군.”

돌아보던 그레이 공작의 눈엔 거마, 카루펠이 들어왔고 공작은 쉽게 찾았다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공작이 안에 들어오자 여관 주인은 카운터에서 직접 나와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고 공작은 아직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그에게 웃으며 물었다.

“여기 지크란 이름의 젊은이가 묵고 있나? 그 젊은이를 한 번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데‥.”

여관 주인은 즉시 장부를 뒤적거렸으나 지크의 이름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주인은 붉은 장발의 사내가 스포츠 머리의 사내를 [지크]라 부른 것을 떠올리고 공작에게 말해주었다.

“아, 3층 315호에 계신 듯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아마도 맞을 것입니다.”

주인의 말을 들은 그레이 공작은 손을 살짝 들어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고맙네 주인장. 그럼, 실례 좀 하겠네.”

“예, 얼마든지‥.”

그레이 공작은 3층을 향해 올라갔고 3층에 당도하자마자 그가 본 것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의 동방 처녀였다. 그레이 공작은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머리에 떠오른 듯 가만히 걸어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였다.

“젊은 아가씨. 잠깐 실례 좀 해도 될까요?”

그녀는 뒤로 돌아 한 걸음 물러서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예, 무슨 용건이십니까?”

그 동방 처녀의 앞모습을 본 그레이 공작은 순간 헉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공작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란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공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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