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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09화


“‥앗, 설마 그레이님?”

레이가 자신을 알아보자 공작은 머리에 손을 올리고 허허 웃으며 감탄하듯 말했다.

“허허허‥이런, 아무리 대륙이 두 개뿐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게 몇 년 만이지 레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게 네가 열두 살 때였었는데‥정말 예쁘게 자랐구나. 케이도 물론 잘 있겠지?”

레이의 몸은 순간 케이의 것으로 바뀌었고 케이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안녕하셨군요 그레이님! 정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레이는 케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너도 잘 커주었구나. 그래, 오빠인 [카이슈]도 잘 있겠지? 부모님도 안녕하시고?”

케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모두 건강하세요. 근데, 설마 저와 레이를 보시려고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니실 테고‥.”

“아, 물론 너희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지. 지크의 형제란 젊은이를 만나러 왔는데, 혹시 알고 있니?”

케이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315호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방에 있어요. 아, 저하고 같이 들어가세요. 저도 마침 리오씨에게 볼일이 있었으니까요.”

공작은 고개를 끄덕인 후 케이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그 젊은이의 이름이 리오였군. 상당히 쉽게 만나는데?’

케이가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십시오.”

문을 연 케이는 안쪽을 향해 손을 내밀며 그레이 공작에게 먼저 들어가도록 했고 공작은 빙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레이씨? 아니면 케이‥어엇?”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리오는 케이와 함께 안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바로 몸을 일으켰고 공작은 자리에 앉으며 괜찮다는 손짓을 해주었다.

“아, 앉게나 젊은이. 초면에 실례지만 먼저 자네 이름을 들을 수 있겠나? 케이에게 얼핏 듣긴 했지만 직접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리오는 약간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매만진 후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리오·스나이퍼라고 합니다. 알고 계시는 지크란 녀석과는 형제 사이지요.”

“그래‥반갑네 리오, 내 이름은 그레이라 하네. 레프리컨트 왕국의 공작 직위를 가졌지. 하지만 내 직위엔 그리 신경을 쓰진 말게나. 오늘 자네를 찾아온 용건을 말해도 될까?”

리오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하십시오.”

그레이 공작은 헛기침을 몇 번 한 후에 자신의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음‥오늘 내가 찾아온 이유는 별게 아니라네. 자네 몸을 보니 검으로 상당히 단련되어 있더군. 지크군의 말로는 자네가 무기를 다룸에 있어선 자신보다 월등하다 하던데‥물론 나와 겨루어 보자는 얘긴 아닐세. 지크군보다 더 강한 상대를 원하진 않으니 말이야. 허허허헛‥.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네 수도까지 오며 이상한 일 한가지 접하지 않았나?”

리오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무어라 하나 찍을 수 없었다.

“글쎄요‥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긴 무리가 있을 것 같군요.”

공작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해주었다.

“아마‥오면서 [도스톨] 가문이 다스리던 크로플렌 지방이 전멸되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었을 것이네. 물론 듣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마음에 둘 건 없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크로플렌 지방을 정찰해달라는 것이네.”

리오는 그제서야 개척촌 프로텍스를 지날 때 크로플렌이 전멸했다는 말을 들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상한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 서로가 서로를 죽여 결국 전멸했다는 비극적인 일이라 했다.

“음‥물론 자네 혼자서 가 달라는 것은 아니네. 내 안사람도 같이 가줄 걸세. 나야 여왕님을 보좌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지만. 하긴, 자네가 가주기만 한다면 내 이상의 활약을 해줄 테니 상관은 없겠지. 어때, 한 번 해보겠나?”

리오는 속으로 잠시 이 일에 대해서 잊었던 자신을 질책하며 일에 대한 승낙을 했다.

“예, 해 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좋아, 맡아줄 거라 믿고 있었네. 그럼 당장 우리 집으로 가세나. 우리 안사람부터 소개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나?”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시죠.”

자리에서 일어선 공작은 옆에 있던 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 너희들도 같이 오지 않겠니? 그동안 할 얘기도 밀렸고 말이야.”

“예, 레이필 아주머니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좋아, 그럼 난 먼저 내려가서 준비를 할 테니 둘은 천천히 내려오게나.”

공작이 문을 닫고 나서자, 리오는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허리에 장비하고 망토를 걸치던 중 케이에게 물었다.

“아, 저 공작님과 아시는 사이 같던데요? 언제 아시게 되셨죠?”

케이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을 해주었다.

“저와 레이가 열한 살 때‥서방에서 모험가 손님들이 오셨는데 그분들 중 공작님과 공작님의 부인이신 레이필 현자님이 계셨죠. 다른 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신 반면 그분들은 일 년간 동방에 머무르시며 저희 집안과 친분을 쌓으셨죠. 그러다가 이 왕국의 칙사가 찾아와 그분들은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셨어요. 일 년간 저와 레이, 그리고 저희들의 오라버니를 친자식처럼 돌봐주셨지요. 다시는 뵙지 못할 것 같았는데‥후훗.”


준비를 마친 리오는 간단히 지크에게 전하는 쪽지를 남기고 방 문을 나섰다. 케이와 리오는 그레이 공작과 함께 공작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공작의 저택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다른 귀족들처럼 넓은 정원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다른 보통의 집에 비해서 좀 큰 것뿐이었다. 안에 들어서자 꽤 많은 사람들이 공작과 손님인 리오, 케이를 반겨주었다.

“자자, 들어오게나. 환영객이 좀 많지? 허허헛‥소개를 해주지. 내 부인과 세 아들, 며느리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일세.”

공작의 나이에 걸맞게, 그의 세 아들과 며느리들은 모두 중년 아니면 중년에 가까웠고 손자와 손녀들도 거의 10대 후반에서 10대 중반이었다. 게다가 손자들 사이엔 꽤 낯이 익은 소년도 끼어 있었다.

“‥으윽? 다, 당신은!?”

리오는 그 소년이 자신을 알아보자 빙긋 웃어주며 말했다.

“아, 라키란 용사님이구나. 그래, 몸은 괜찮니?”

다른 아이들은 라키가 눈에 붕대를 감은 큰 키의 남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자 각자에게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저 사람이 바로 라키를 쓰러뜨린 애꾸눈일까?”

“맞아 맞아, 그렇지 않고서 라키가 저렇게 생쥐처럼 겁에 질릴 리가 없어.”

그러자,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나서서 주의를 주었다.

“손님 앞에서 소곤거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게다가 아직 소개도 안 하신 분이신데 이러면 안 되죠!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리오는 속으로 이 아주머니가 맏며느리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충분히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곧 자기소개를 하였다.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떠돌이 기사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시진 마십시오.”

“레이·첸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리오는 깜짝 놀라며 옆을 흘끗 바라보았다. 어느새 케이에서 레이로 바뀌어 있자 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리오와 그레이 공작의 가족들은 거실로 자리를 옮겨 가족 소개를 할 겸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아‥리오군. 여기 있는 이 할머니가 내 안사람이라네.”

“당신도 참, 젊은 사람 앞에서‥. 근데, 젊은이는 어쩌다 좋게 보이는 얼굴을 상했나요? 참 아깝군요.”

리오는 레이필 여사의 말을 듣고서 아차 하며 자신의 눈을 감은 붕대 위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몇 번 두드려 본 리오는 빙긋 웃으며 천천히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눈병에 걸려서요‥후훗. 다 나은 것 같으니 풀지요.”

레이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놀랐고 공작의 가족들은 그저 리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곧 리오의 눈을 덮은 붕대는 풀렸고 레이는 리오의 눈이 흉터 하나 없이 멀쩡하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리오는 오른쪽 눈을 깜박거려 본 후 붕대를 돌돌 말며 웃어 보였다.

“이제 괜찮은 듯하군요. 계속 말씀하시죠.”

“으음‥붕대를 푸니 정말 괜찮은 얼굴이군요. 손녀들이 좋아하겠어요, 호호호홋.”

공작의 네 손녀들은 아무 말 없었고 라키를 비롯한 두 명의 손자들은 리오를 바라보며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대충의 소개가 끝나자 리오와 레이필, 레이, 그리고 공작은 따로 남아 얘기를 계속했고 다른 가족들은 각자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공작은 지도를 펼쳐보이며 리오에게 말했다.

“한 번 봤을지 모르지만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으음. 자, 여기가 바로 크로플렌일세. 가는 길은 그리 길지 않을 거야. 부인의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해 곧바로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말일세. 가서 할 일은 먼저 생존자의 확인과 가능한 한 원인을 분석해 밝혀내는 것이네. 나쁜 상황이라면 생존자만 찾아야 하겠지. 자아, 필요한 것은 없나?”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는 저택에 도착한 즉시 출발할 생각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은 있지 않았다.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와 레이필 현자님만이 그곳에 가는 것입니까?”

“아닐세, 공부도 될 겸 큰 손자와 큰 손녀를 같이 보낼 생각일세. 뭐, 자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아, 아닙니다. 그럼 출발은 언제입니까?”

공작은 펼친 지도를 접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으로 계획한다네. 괜찮겠지?”

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전 이제‥음!?”

이제 가보려고 일어서려던 리오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자 같이 거실에 있던 레이필과 그레이, 레이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어떻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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