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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1화


루아스 대륙 끝에 위치하고 있는 퍼니오드란 도시는 루아스 대륙을 탐험하려는 사람들의 집합소이자 출발지이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신비에 둘러싸인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서 이 도시를 찾아온다. 그러나 목적을 이루고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사람은 1,000명 중에 한 명 꼴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자신의 집이나 나라로 돌아가기가 일쑤였다. 물론 영영 잊힌 사람들도 있지만…

그로 인하여 이 도시의 숙박업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여관의 서비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숙박요금은 다른 곳보다 싼 편이었다. 하지만 밑지는 장사는 없다고 여관 주인들의 대부분은 엄청난 재물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런 여관 중에 하나인 파라세우스의 한 방문을 아마색의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두드리고 있었다.

“리오! 들어가도 돼요?”

안에선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성은 다시 한번 방문을 두드려 보았다.

“리오!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

다시 대답이 없자 그 여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이상한 물건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어쩔 수 없지. 시간은 없는데 이 꺽다리 아저씨는 잠이나 자고 있고…”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문을 따기 시작했다.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문은 철컥 소리를 내며 간단하게 열렸다.

“자, 리오. 도대체…”

그녀는 방으로 들어서며 방 주인의 이름을 불렀으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만이 바람에 삐걱 소리를 내면서 열린 채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디 갔지?”

그녀는 방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설마…”


여관방의 주인은 아침부터 술집에서 정보를 얻고 있었다.

“어이, 주문을 받아줘요 아가씨.”

리오는 쟁반을 들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녀를 불렀다. 그 소녀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리오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이 일을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요.”

리오는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그보다도 우유나 한잔 가져다줄래?”

소녀는 입을 가리고 킥 웃었다. 이렇게 키가 큰 어른이 우유를 주문하는 건 처음이어서였다.

“왜 그러니, 술로 몸 버리는 것보단 우유를 먹는 게 좋지 않아?”

“하긴 그러네요. 그럼 우유 한잔이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카운터로 갔다. 리오는 천천히 주점 내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리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한 명 있다면 다크 엘프족 여성 한 명과 같이 있는 소년이었다.

갈색 피부... 언제나 보는 것이지만 눈에 띄는 색이야.

리오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우유 나왔습니다.”

소녀는 발랄한 목소리로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는 고맙다고 하면서 계산을 하였다.

“자, 이거면 되겠지?”

리오가 건네준 돈을 받아들자 소녀는 깜짝 놀랐다.

“이,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너무 큰돈인데…”

소녀는 받아든 금화를 다시 리오에게 주었으나 리오는 소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짝 대며 말했다.

“처음하는 것이라고 했지? 이건 기운 내라는 ‘팁’이야.”

소녀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근데… 팁이 뭐예요?”

리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리오는 머리를 긁다가 좋은 것이라며 소녀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그래도 소녀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 광경을 보며 눈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리오가 잠시 응시하던 다크 엘프와 소년이었다. 소년은 다크 엘프의 이름을 불렀다.

“이리프, 저자 돈 꽤나 있는 것 같은데?”

엘프는 갸름한 턱을 쓰다듬으며 동감을 나타냈다.

“그래, 오랜만에 봉이 걸려든 것 같아. 후후훗…”

둘은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의 상인들 치고는 그들의 별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일명 ‘밤 고양이와 멍청이’… 어쨌든 그들이 어디에서 만나서 왜 여행객들이나 모험가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으음… 이리프. 하지만 저자의 체형을 봐. 싸움을 보통 잘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너와 나 둘이서 괜찮겠어?”

이리프는 그녀의 요염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내 스피드를 아직도 믿지 못한다는 거야? 걱정하지 마. 저 얼간이는 날 한 대도 때리지 못할 테니까. 그것보다 티퍼, 넌 오늘 문제없겠어?”

티퍼란 이름의 소년은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 끝. 내 화술을 믿으라고. 그럼 시작할까?”

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일어남과 동시에 리오는 낮게 중얼거렸다.

“…… 멍청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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