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11화
「후훗, 그녀석들의 솜씨는 잘 알았나 루카?」
몰킨은 웃으며 박사가 만든 회복기 안에 들어가 있는 루카에게 말했고 루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워닐님과 동등, 아니 그 이상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내 루스트 브레스에서 빠져나가는 녀석을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 후훗‥.」
루카는 웃으며 쉬려는 듯 눈을 감았고 몰킨은 열심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박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박사, 루카의 상처는 어느 정도인가?」
박사는 자신의 번질번질한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흐음‥프로토 타입의 육체였다면 완전 파괴가 되었을 것입니다. 루카님의 몸 안에 있는 [블랙 박스]에서 자료를 뽑은 결과, 그 전사로부터 루카님이 마지막에 입은 피해의 충격량은 약 200톤에 가깝습니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낼 수 없는 수치이지요. 확실히 무서운 전사 같군요. 자연 상태의 생물 중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있었다니‥아무리 생물을 재창조하는 저라도 믿기 어렵군요.”
몰킨은 아무 말 없이 생각을 하다가 출구로 향하며 박사에게 말했다.
「루카의 몸조리나 잘 해주시오. 이 녀석이라도 없으면 우리 일이 힘들어질 테니 말이오. 그리고, 루카를 쓰러뜨린 녀석의 자료를 좀 모아 보시오. 상상 이상으로 강한 녀석 같으니‥. 그럼 수고하시오.」
박사는 몰킨이 나가자 의자에 앉아 다시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화면에선 곧 루카의 육체가 입은 피해 정도의 숫자는 사라졌고 여섯 개의 팔이 달린 인간형의 그림이 떠올랐다. 박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찰의 강화, 수라의 완성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이제 이 사람들의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야말로 끝이군. 허허허헛‥!”
박사의 주름진 손가락은 어느덧 자판의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8장 [크로플렌]
리오는 한숨을 쉬며 자신과 함께 온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레이필, 장손자인 라키, 장손녀인 피로니, 그리고 레이와 루이체까지.
‘한 명, 두 명‥나까지 합해 여섯이군. 게다가 라키란 꼬마를 제외하곤 모두 여자‥처신을 잘 해야 하겠는데.’
리오가 일행을 바라보고만 서 있자 루이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쿡 찌르며 물었고 정신을 차린 리오는 머리를 긁으며 루이체를 바라보았다.
“뭐해 오빠! 생존자 수색은 빨리할수록 좋단 말이야!”
“‥미안합니다 동생님. 레이필 현자님, 어디로 가면 됩니까?”
레이필은 지팡이로 동남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길을 따라 쭉 가면 5분 내에 크로플렌이 나와요 리오군. 아직까지 공기가 맑은 것으로 보아 근처에 괴물은 없을 것 같으니 모두 안심하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오는 바닥에 디바이너를 박았고 리오는 씨익 웃으며 레이필에게 말했다.
“땅속은 아니군요 현자님. [랜스 베이]입니다. 그것도 큰 녀석들로‥다섯 마리쯤 되는군요. 한 마리는 칼 밑에 있으니 제외하고‥나머지는 우리를 포위하고 있어요. 3급 [어스퀘이크] 한방이면 다 튀어 올라오니 준비해주세요. 동료 한 마리가 죽었으니 쉽사리 올라오진 않을 겁니다. 루이체는 프로텍트를, 나머진 내 근처에 가까이 오도록, 발소리 내지 말고‥!”
일행은 리오의 말에 따라 서둘러 행동을 했고 리오는 디바이너를 잡고 자세를 취한 채 때를 기다렸다. 레이필이 어스퀘이크 주문을 다 외우자마자 리오는 전개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레이필은 지면에 마법진을 지팡이로 능숙하게 그리며 소리쳤다.
“3급, [어스퀘이크]-!!!”
쿠구구구궁-!!
레이필의 마력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지면이 약해서인지 땅은 심하게 진동했고 그 반동으로 인해 땅속에 있던 붉은 몸체를 가진 [랜스 베이] 네 마리가 땅 위로 튀어 올랐다.
「키이이이이이익-!!!!」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리오는 튀어 오른 랜스 베이를 향해 돌진했고 랜스 베이 한 마리가 순식간에 이등분이 되며 체액을 뿜어내었다. 겉은 딱딱한 외골격이지만 내부는 체액으로 꽉 차 있어 이등분이 된 랜스 베이의 몸에선 황색의 체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가라아앗-!!!”
리오는 디바이너로 땅을 강하게 내리찍었고 지뢰 자르기의 날카로운 충격파는 땅을 달려 랜스 베이 두 마리를 한순간에 체액 덩어리로 바꾸어 놓았다.
“좋아, 나머지 하나‥으음?”
나머지 랜스 베이는 일행이 있는 방향에서 날아온 일곱 개의 화염탄에 맞아 폭발하여 사라지는 중이었다. 리오는 일행을 돌아보았고 공작의 장손녀인 피로니가 레이필만의 기술이라 불려지는 연속 화염탄의 마법진을 그린 채 빙긋 웃어 보이고 있었다. 리오 역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펴주었다.
“후훗‥대단한데 아가씨?”
“고마워요 리오씨!”
디바이너를 다시 집어넣은 리오는 일행에게 다가와 말했다.
“자, 이제 진짜 근처에 괴물들이 없으니 가시죠 현자님.”
“좋아요 리오군. 그럼 출발하자꾸나 얘들아.”
레이필의 두 손자 손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예, 할머니!!”
리오는 모두 열일곱, 열여섯인 그 아이 아닌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소풍 가는 분위기군‥.’
“자자, 가자 오빠.”
루이체마저 소풍 분위기를 내며 자신과 팔짱을 끼자 리오는 넌지시 루이체에게 물었다.
“‥너 설마 도시락 같은 건 싸오지 않았겠지?”
금방 크로플렌에 도착한 일행은 참담히 허물어진 도시의 외곽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리오는 성 외곽의 흠집들을 손으로 만져본 후 얼굴을 굳히며 생각했다.
‘‥멘티스 크루저. 그렇다면 확실하군.’
리오는 일행에게 다가가 자신의 작은 자루에 들어있는 통통한 잎사귀들을 루이체와 자신을 제외한 전원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자, 정신이 좀 혼미해진다 생각하면 이걸 꼭 씹어요. 향도 좋으니 먹기엔 부담이 없을 겁니다. 프로텍스에서 채취한 약초의 한 종류에요. 아 참, 레이필 현자님? 잠깐 단둘이 얘기 좀‥.”
일행과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리오는 레이필에게 조용히 말했다.
“‥생존자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리오군? 생존자가 없다는 확신이라도 있나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기적이겠지요. 여차하면 이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려야 합니다. 이건 전염병과 같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레이필은 약간 인상을 쓰면서 리오에게 물었다.
“그럼, 여기서 그만 돌아가자는 소리에요? 일말의 희망을 바라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요? 전 계속해 보겠어요. 자신이 없다면 돌아가도 좋습니다 리오군.”
리오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현자님의 말씀대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계속해 보지요. 아, 아까 드린 그 잎들 꼭 가지고 계십시오. 마력이 뛰어나도 이것만은 피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레이필은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다시 일행에게 돌아가서 말했다.
“지금 일행은 모두 여섯입니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습을 받지 않을 정도죠.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각자가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두리번거리면 위험해요. ┯향은 각자 정하시고, 전 후방을 맡겠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주시길. 그럼 출발합니다.”
이윽고 리오 일행은 크로플렌 안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실전이 처음인 피로니는 할머니 레이필의 옆에 꼭 붙어 다녔고 라키는 이상한 긴장감에 사로잡힌 기분이 들었다. 루이체와 레이, 레이필은 리오의 말에 따라 한 방향만을 바라보며 걸었고 리오는 온 신경을 집중하여 전 방향을 감시하였다.
“‥크로플렌의 구조를 알고 계십니까 현자님?”
“아뇨, 예전에 몇 번 와본 일이 있었지만 구석구석까지 잘 알진 못해요. 그건 그렇고 완전 폐허군요. 이 정도로 변한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리오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걸음 걸었을까, 라키의 눈엔 길가에 쓰러진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고 라키는 리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리오! 저기 좀 봐요, 사람이에요!!”
리오는 시력을 확대하여 쓰러진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긴 했지만 살아있는 것은 확실했다. 리오는 즉시 레이필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가볼 테니 일행을 부탁합니다. 나머지 사람들도 절 보지 말고 주위에만 신경 쓰도록 해요.”
리오는 오른손을 디바이너의 자루에 가져간 채 쓰러진 사람이 있는 장소로 달려갔고 일행은 리오를 흘끔흘끔 보며 주위에 신경을 썼다.
쓰러진 사람으로부터 두 발자국쯤 떨어진 거리에서 리오는 근처를 한 번 더 확인한 후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는데 매우 쇠약해져 있었고 옷차림과 겉모습 또한 누추하기 그지없었다.
“이봐요! 도와줄 사람이 왔소, 정신을 차리시오!!”
리오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경계를 늦추진 않고 있었다. 쓰러진 사람에겐 한 발자국 물러서 있었고 오른손은 아직 디바이너의 자루에 있었다.
“으‥으윽‥?”
그 남자는 고개를 들어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가 사람인 것을 확인한 그 남자는 눈을 부릅뜨며 온 기력을 짜내어 리오를 향해 소리쳤다.
“가, 가시오! 지금 내가 이럴 때 날 죽이고 어서 도망가시오!!! 나, 난 이미 더 이상 인간이‥으윽‥!! 퀴, 퀸이 여기에‥!!!”
그 사나이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눈을 뒤집으며 죽고 말았고 리오는 뒤로 물러서서 디바이너를 뽑아 들며 자세를 취하였다.
“이런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