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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2화


두 도둑들은 리오의 주위에 다가왔다. 티퍼는 리오의 어깨를 한번 툭 친 후에 리오의 앞자리에 앉았고 이리프는 리오에게 윙크를 한번 한 후에 티퍼의 곁에 앉았다.

“안녕하슈, 붉은 머리 형씨.”

티퍼는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씨는 이곳에 처음인 걸로 보이는데…”

이리프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런 술집에서 우유를 주문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당신 아무래도 이곳에서 보물을 찾으러 온 것 같은데 맞죠?”

리오는 팔짱을 끼면서 티퍼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맞나 보군, 그럼 내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 줄까요? 어때요?”

티퍼는 리오 쪽으로 몸을 숙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리프는 리오의 오른쪽 의자로 자리를 옮기며 리오에게 달라붙었다.

“얼굴도 잘생기셨고… 당신 정도면 아마 그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후후… 우리랑 같이 가는 거 어때요?”

리오는 눈을 감으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 후 이리프의 턱에 손을 살며시 가져가며 말했다.

“누가 여기에 앉으라고 했지.”

이리프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시원해지는 걸 느꼈다. 그것은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티퍼도 마찬가지였다. 티퍼는 긴장한 나머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 이런! 싫다면 싫다고 말할 것이지 겁을 줘?!”

리오는 티퍼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티퍼는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마치 잠자는 야수와 마주선 것 같았다.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리오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리오의 그러한 점이 더욱더 이리프와 티퍼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이… 이 자식! 여기 가만히 있으라고!!”

둘은 도망치듯 주점을 빠져나갔다. 리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씨익 웃은 후 조금 남은 우유잔을 비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주점의 소녀가 리오에게 다가왔다.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왜 그러니, 꼬마 아가씨?”

“저…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녀에게 물었다.

“응? 뭐가?”

“저 사람들은 사실 이 도시의 거대한 단체와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우리 왕국에서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강한 단체랍니다.”

리오는 천정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럼 그 녀석들이 이 도시에서 하는 짓이 뭐니? 아는 대로 말해줄래?”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더벅머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든 걸 말해주기로 했다.

“그들은 이 도시에 있는 상인들에게서 보호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달마다 빼앗고 있어요. 한 사람당 수입의 1할을 내라고요. 그 정도면 이 도시에선 여관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지요. 그밖에도 이곳에 오는 모험가들의 주머니를 털기도 하고…”

소녀는 그밖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잠시 후 이야기를 다 들은 리오는 한숨을 후우하고 쉬었다.

“그래…?”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거친 고함소리도 들려왔다. 소녀는 리오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서요! 그들이 왔다구요! 뒷문으로 안내할 테니 어서…”

리오는 일어서며 소녀의 입술에 손을 살며시 가져다 댔다.

“날 찾아온 손님들 같은데 그냥 보낼 순 없지. 그건 예의에 어긋나잖니?”

“하지만…”

리오는 미소를 지으면서 주점 밖으로 걸어 나갔다.

“구경이나 하려무나…”

밖에는 십여 명이 넘는 장정들이 제각기 무기를 들고서 주점 밖을 지키고 있었다. 그 저편으로는 이리프와 티퍼의 모습도 보였다.

“어, 저기 그 빨간 머리가 나온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나이가 리오를 보고 동료들에게 외쳤다. 그들은 리오를 향해 돌아서면서 자신들의 우람한 근육을 꿈틀거렸다. 모두 한 군데씩은 흉터나 문신을 가지고 있어서 행인들과 주위의 상인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오, 마침 기다리고 있었군. 더 빨리 나올 걸 그랬지?”

리오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리오의 표정을 본 장정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너, 미친 거 아니냐?”

“그래, 미치지 않았으면 우리를 보고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리오는 머리를 긁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아니, 그럼 당신들 날 어떻게 하려고 온 거란 말이야?”

한 장정이 리오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리오의 멱살을 잡았다.

“이 자식, 잔말 말고 돈이나 내놔!! 더 이상 혼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리오는 코웃음을 치면서 장정의 팔을 간단히 풀어냈다. 장정은 순간 으윽 하며 손목을 잡고 뒷걸음질을 쳤다.

“좋아, 돈을 주지.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도박을 해보면 어떨까?”

리오는 금화 하나를 꺼내면서 말했다.

“이 금화가 앞면을 향하면… 당신들에게 내 전 재산을 주고, 뒷면을 향하면 당신들을 불러온 아가씨와 꼬마에게 내 전 재산을 주지.”

장정들은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리오의 말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 그리고 만약 금화가 땅에 서게 되면 내 재산은 내 거요, 알았죠?”

장정들은 아직도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명이 겨우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좋아, 좋아! 우리에게 돈을 바치려고 별 쇼를 다하는군, 으하하하!!”

리오는 씨익 웃으면서 금화를 엄지손가락에 올려놓았다.

“그 말에 책임져야 하오, 알았죠?”

말을 마친 리오는 금화를 강하게 공중으로 튕겨 올렸다. 튕겨내는 소리에 근접해 있던 장정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파앙-!!

금화는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후에 잠시 후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 아, 아니…!!”

리오와 약속한 장정은 땅에 떨어진 금화를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금화는 땅에 박혀있긴 해도 분명히 수직으로 서 있었다.

“오, 이런 행운이 있을 수가! 그럼 내 재산은 내 거요.”

리오는 휘파람을 불면서 장정들 틈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리오와 약속한 장정이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리오의 덜미를 잡았다. 리오는 뒤를 돌아보며 불만인 듯 말했다.

“왜 그러시오? 약속했잖아요.”

장정은 허리춤에 끼어있던 손도끼를 리오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난 약속이라는 거 모른다!!”

장정은 몹시 흥분된 얼굴로 리오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리오는 장정이 휘두른 도끼를 슬쩍 피한 후에 장정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잡은 후 번쩍 들어 올렸다. 장정의 얼굴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 욱…!!”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장정에게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한쪽으로 곡선을 그린 입술 사이로 리오의 송곳니가 살짝 보였다.

“모르면 가르쳐줄까?”

리오는 장정의 얼굴을 잡은 오른손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장정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매달려 발버둥을 쳤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티퍼와 이리프는 특히 더했다.

“이, 이 자식이!!”

장정들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리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리오는 들고 있던 장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달려오는 장정들을 향해서 자세를 취했다. 무기를 쓸 자세는 아니었다.

“우아아앗-!!”

수염을 기른 장정이 고함을 지르면서 리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여유 있게 피한 후에 왼쪽 팔꿈치로 그 사나이의 두터운 가슴을 가격해 들어갔다. 말스 왕국 호장의 한 명인 헤리온의 기술이기도 했다. 그 사나이는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뒤로 쓰러졌다. 재차 뒤에 있던 다른 한 명의 복부를 거세게 가격한 리오는 공격 후에 빠르게 뒤로 몸을 젖혔다. 측면에서의 공격을 미리 피하기 위해서였다.

“으아아… 저럴 수가!!”

티퍼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신들의 동료가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걸 지켜보았다. 이리프도 얼간이 빨간 머리가 저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듯 입을 반쯤 벌리고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리프! 어떻게 좀 해봐!!”

“아.. 아! 알았어!”

티퍼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이리프는 정신을 차리고서 양손을 모았다. 그녀의 손 주위로 녹색의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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