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22화
병원에 있은 지 이틀, 리오의 체력은 예전과 같이 회복되었고 그는 곧 수많은 방문객을 받아야만 했다.
“거 참‥신기하단 말이야‥?”
리오의 눈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린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병원을 나갈 준비를 다 마친 리오는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사람은 맞으니 너무 그렇게 신기한 표정은 짓지 마세요. 근데, 성엔 별일 없지요?”
그 말에 린스는 코웃음을 쳤다.
“풋, 감히 떠돌이 기사 주제에 성 일을 공주를 통해 알려 하다니‥하지만 뭐 별일은 없어. 검술 대회 때문에 좀 시끄러워졌다 뿐이지. 아, 넌 나갈 거야?”
가만히 생각을 하던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제가 나가면 공주님이 재미없어 하실 것 같아서요. 나가서 쇼하는 것도 별로 적성에 안 맞고요. 게다가 그때 이 성 안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습니까. 자, 나가죠 공주님.”
“‥응.”
린스는 리오의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리오는 그 표정을 보지 못하였다. 병원 정문을 나설 때까지 인상을 구기고 있던 린스는 정문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자 거의 억지로 얼굴을 폈다.
병원 앞엔 레이, 노엘, 루이체, 케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리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환영 인파가 많자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맨 앞에 서 있던 케톤은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축하합니다 리오! 국가적인 영웅! ‥은 아니게 되었지만 퇴원을 축하드립니다!!”
케톤의 말뜻은 이러했다. 크로플렌을 구한 것은 확실히 리오의 공이 컸다. 하지만 리오 자신이 레이필과 그레이 공작에게 부탁을 해서 자신의 이름은 빼달라고 했기에 레프리컨트 왕국의 역사상 등장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물론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조촐한 퇴원식을 끝낸 리오는 레이필과 함께 공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초대한 것이 아니고 숙소가 바뀐 것이었다. 리오와 같은 젊은이를 여관에 둔다는 것은 크나큰 실수라며 그레이 공작이 적극 추진했고 루이체, 마키, 지크, 레이 모두 무기한으로 저택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시끄럽겠군‥.’
리오의 이 예상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레이필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저택 안에서도 그는 국가적 영웅 대우를 받아야 했다.
루이체와 레이는 공작의 손자 손녀들과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었고 마키는 방 안에 콕 틀어박혀 잘 나오지 않았다. 말은 지크하고나 약간 할 뿐이었다.
리오는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영원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리오는 거실에서 열심히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닦고 있었다.
‘‥빨리 수도에서 나가 봐야 하는데‥계속 이렇게 있는 건 좋지 않단 말이야.’
파라그레이드의 오리하르콘 날을 다 닦은 리오는 계속해서 디바이너를 닦기 시작했다. 맨티스 크루저들로부터 묻어난 체액은 잘 닦이지도 않았다. 몇 번을 힘주어 밀어야 디바이너의 보라색 표면이 드러나게 되었다.
“또 칼 닦고 앉아 있냐?”
역시 일찍 일어난 지크가 리오의 옆에 앉으며 빈정댔고 리오는 가볍게 웃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성에서 경호원 노릇하는 건 기분이 어떠냐?”
지크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더럽지 뭐. 시녀 언니들이나 많아서 좀 위안이 되긴 하는데‥그 애꾸눈이 쉬지 않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짜증 난다니까. 근데, 저번에 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돌아왔어? 네가 그렇게 돌아온 건 거의 보질 못했는데 말이야‥.”
리오는 디바이너를 계속 닦으며 대답해주었다.
“‥음, 12 신장 말고 맨티스 퀸이란 강자가 있었어. 무기가 뭔진 몰라도 네 무명도처럼 주인을 제외한 모든 생물에 엄청난 무게를 주는 것이었지. 그것 말고도 강하긴 했지만‥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다니까. 글쎄‥모르지, 너라면 나보다 더 쉽게 그 녀석을 없앨 수 있었을지 말이야. 어쨌든 강한 건 사실이었어. 아직 살아있으니 나중에 12 신장 녀석들과 한꺼번에 쳐들어오면 너와 나로는 좀 어려울 것 같아. ‥하지만 바이론 녀석이 계약을 하고 수도를 지켜주기로 했다니까 약간은 안심이 되기는 해. 아 참, 물의 가즈 나이트가 이 차원에 와 있기는 해. 하지만 그들이 쳐들어왔을 때 알고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지. 결국 셋이서 막아보는 수 외엔 없어.”
지크는 목뼈를 좌우로 풀며 중얼거렸다.
“‥그 얼음판 같은 바이칼 녀석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20장 Introduce···The Dragon lord
“‥손가락 두 개를 자른 걸로 끝내려 했는데‥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니 정말 인간은 멍청하군.”
실내 장식이 꽤 고급스러운 주점에 앉아 붉은색 칵테일을 들이키고 있던 뾰족한 귀의 청년은 손에 붕대를 칭칭 맨 채 친구들과 함께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우락부락한 남자를 향해 싸늘히 말했다. 붕대를 맨 남자는 자신의 대머리 위에 핏줄을 곤두세우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흥! 네가 잘났다고 해서 나와 내 친구 다섯을 없앨 수 있다 착각하는 거냐!! 어서 나와!!! 끌어내기 전에!!!”
청년은 칵테일을 다 마신 후 자신의 검은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보통보다 약간 큰 키의 그 청년은 나오라는 듯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고 붕대를 맨 남자와 그의 친구들은 흉기를 뽑아들며 청년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거리에 나선 청년은 팔짱을 끼고 자신을 치려는 남자들이 다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다 나오자, 청년은 먼저 자신에게 소리를 친 붕대의 남자에게 걸어갔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또다시 소리쳤다.
“흥! 내게 사과하려 해도 이젠 늦었다!! 이거나 먹어랏!!! 퉤엣! 렸!”
남자는 청년을 향해 침덩이를 뱉었다. 그 순간, 남자의 눈은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뱉은 침덩이가 청년의 앞에서 공중에 붕 떠 멈춰 있는 것이었다. 청년은 싸늘히 말했다.
“‥인간 주제에 내게 침을 뱉다니‥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주마‥.”
청년의 눈이 크게 떠지는 순간, 침덩이는 피식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증발되어 사라졌고 남자는 뒷걸음질을 치기 위해 발을 옮겼다.
파아악–!!
“커헛–!!”
그러나 얼마 못가 청년의 손에 의해 그 남자의 목이 잡혔고 청년은 곧바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봐주지‥.”
“케, 케헷!?”
심한 기침과 함께 남자의 목에선 핏덩이가 쏟아졌고, 그 핏덩이 안엔 이상한 모양의 것이 섞여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에게 청년은 말했다.
“‥네 성대다. 목소리가 참 더럽더군‥그래서 좀 뽑아줬지. 감사할 건 없어.”
그 말에 기겁을 한 남자는 소리를 내려 애를 썼으나 그러지 못하였다. 그 광경을 본 그 남자의 친구들은 혼비백산을 하여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성대가 떨어져 나간 남자는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청년은 말없이 몸을 돌려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옛날 같았으면 환각이 아니고 진짜 성대를 뽑았을 텐데‥확실히 인간은 맘에 안 들어.”
청년은 계속 길을 걸으며 중얼댔다.
“‥설마 여기서 또 리오 녀석을 만나진 않겠지.”
그 청년은 자신의 하얀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광활한 평야에서 붉은색의 노을이 천천히 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물론 그 청년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