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334화


“예에‥?”

리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얼른 이해를 못한 심판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양분된 라우소의 몸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기겁을 하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라우소의 잘린 면에서 수많은 덩굴들이 튀어나와 서로를 이어주고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경이적인 일이 한 번 더 일어나자 심판은 자신의 직분을 잊은 듯 기어가다시피 하며 도망쳐버렸다.

“‥등분이나 되었는데 죽지 않다니‥야채가 아니라 잡초였군.”

리오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고, 라우소 역시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후후훗, 하지만 당신에게 당한 왼팔을 재생시키려면 꽤 걸릴 것 같군요. 완전히 소멸된 건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나무의 힘을 받은 저로서도 무리가 있겠지요? 좋습니다, 이제 방심은 없습니다. 당신 말대로 등분이나 되었으니까‥!」

라우소는 오른팔을 들었고, 곧 낙엽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검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의 검 라도발트였다.

리오도 사실 라우소의 회복력이 저 정도로 좋을 줄은 몰랐었다.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상대에게 기습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리오는 정신을 집중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갑니다–!!」

라우소의 반격으로부터 경기는 다시금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물론 라우소가 몸을 재생시킨 것부터 전환점이었지만.

경기가 없어 심심한 차에 왕궁으로 향하던 지크는 거리도 한산하고 하여 밀려오는 적막감과 수면욕에 하품을 크게 하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일행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키가 옆에서 같이 가고 있기는 했지만 워낙 말이 없는 성격이어서 지크의 지루함을 더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너 지금까지 나에게 배운 거 몇 개나 있지?”

마키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지크를 스윽 올려다보았다. 사실 지크는 틈만 나면 마키에게 상당히 많은 무술과 은신술을 가르쳐주었다. 그 결과 마키는 맨 처음 지크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강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마키 자신은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 실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며칠 빼고는 거의 매일 배우다시피 했으니까‥많이 배웠겠지.”

그 후로 말없이 계속 길을 걷던 지크와 마키의 눈에 길거리에 서 있는 큰 몸집의 남자가 들어왔다. 멍하니 그 남자를 지켜보던 지크는 순간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 남자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이! 가르발 아저씨!!!”

그 큰 덩치의 남자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지크를 보고 어색한 듯 머리를 긁었다.

“아‥자네인가?”

“헤헷, 오래간만인데요?”

가르발의 앞에 서서 그의 두꺼운 가슴을 손등으로 살짝 치며 씨익 웃어 보였고, 가르발 역시 미소를 지어주었다.

“과연 그렇군. 그 애꾸눈 검사 아가씬 잘 있나?”

“그럭저럭‥근데, 도적질은 어쩌고 여기서 뭐해요?”

“마, 말하지 마!”

가르발은 급히 지크의 입을 손으로 막았고, 지크는 별 반항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발의 손을 치웠다.

“알았어요 알았어. 부끄러운 직업인 건 아시는군요. 근데 작은 걸로(좀도둑) 직업을 전환하시진 않았을 텐데 이 왕국 수도엔 뭐하러‥.”

가르발은 지크의 질문을 들은 뒤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말을 다른 곳으로 돌릴 궁리를 하던 가르발은 지크의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마키를 보고 활짝 웃으며 물었다.

“아, 이 젊은이는 처음 보는데? 친구인가?”

지크는 피식 웃은 뒤 자신보다 훨씬 작은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제자 겸 밥벌레죠. 말 돌리지 마시고 빨리 대답이나 하세요.”

가르발은 속으로 뜨끔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함부로 밝힐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윽고, 주위만 두리번거리던 그에게 구원의 천사가 등장하였다.

등에는 길이 170cm가량의 목도가 매달렸고 온통 검은색의 옷차림에 약간 거칠게 기른 단발과 붉은색 띠를 머리에 길게 묶은 그 청년은 가르발이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자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가르발은 그를 보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왔습니까 두목.”

그 청년은 자신의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가르발의 앞에 서 있는 지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크는 자신과 키가 비슷한 그 청년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두목? 저 녀석이 아저씨보다 서열이 높은가요?”

지크의 얘기를 들은 그 청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헹, 이건 어디서 굴러온 말 뼈인가 가르발? 그리고 이 [사바신]님께 [녀석]이라는 저급한 말을 쓰다니‥. 좋아, 가르발과 아는 사이라고 하니 내가 봐주지. 내 고귀한 이름은 [사바신·커텔]이다. 현재 이 나라뿐 아니라 대륙을 주름잡고 있는 의적단 [케롤]의 대두목이시지.”

그 청년의 말투는 지크의 감정을 상당히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말뼈]? [녀석]이라는 존칭어를 붙여주니 이 녀석이 은혜를 잊어버리는군. 좋아, 내 이름은 [지크·스나이퍼] 현재 이 왕국 전속 보디가드다.”

곧 두 청년의 눈 사이에선 불꽃이 튀기기 시작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둘은 이상하게도 서로를 ‘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지금 현재 폭발하기 직전까지 온 것이다. 가르발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목, 이러지 마시오. 그리고 자네도 그만하게. 길거리에서 싸우면‥으윽!?”

사바신은 귀찮다는 듯 가르발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오른쪽으로 내던졌고 지크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장갑을 조이고 관절을 풀기 시작했다.

“좋아,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붙고 싶은 욕망이 끓어 오른 건 네가 처음이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지크의 말에 사바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머리띠를 단단히 조였다.

“그런 것 같군. 한 번 몸 좀 풀어볼까?”

마키 역시 이러면 안 되겠다 생각한 듯 말리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둘의 주먹이 교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악–!!

사바신의 주먹을 막아낸 지크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바신의 힘이 예상 밖인 탓이었다. 만약 자신이 기력을 조금만 더 뺐다면 그의 팔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한 지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허헛, 음식 먹고 힘만 키웠나보지? 힘 하나는 인정해 줄까? 헤헤헷‥.”

팍!!

“–!?”

사바신은 순간 후두부에 강한 일격을 맞고 앞으로 몸을 비틀거렸다. 지크의 기습 공격, 일명 걸어차기에 뒷머리를 맞은 것이었다. 몸을 앞으로 굽힌 채 사바신은 황당함이 담긴 웃음을 지었다. 지크의 지금 공격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하‥이거 놀라운데‥? 속도 하나는 인정해 주지‥!”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지크였다. 거의 도박성을 걸고 기가 가해지지 않은 자신의 풀 파워로 후두부를 공격했는데 사바신이 그렇게 큰 충격은 입지 않은 탓이었다.

‘이, 이 녀석 농담이 아닌데? 아무리 기가 가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자연석도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것을 맞고 아무렇지도 않네?’

한 방씩 서로 주고받은 둘은 다시 자세를 바로 하였고, 곧 서로와 주먹을 살짝 부딪히며 말했다.

“‥한 판 붙어보자!!!”

곧, 길거리에서의 싸움도 시작되었다. 둘은 처음엔 육탄전으로 밀고 나갈 생각이었는 듯 계속 주먹과 발차기를 주고받았다. 물론 체술에서 지크를 이길 만한 존재는 전 공간을 통틀어서 찾기 힘들었다. 사바신도 그리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속도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힘은 압도적이었다. 사바신의 공격이 한 차례 정확히 지나가면 지크는 방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주욱 밀려 나가야만 했다. 마키는 지크가 지금까지 힘에서 밀리는 것을 본 일이 없었기에 더욱 눈을 반짝이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으아아아아앗–!!!”

엄청난 힘이 실린 정권 지르기가 공기를 가르며 자신에게 날아오자, 지크는 옆으로 몸을 슬쩍 피한 후 사바신의 뻗은 팔을 잡아 그의 몸을 지면에 강렬히 내리꽂았다. 마차용으로 깔아 둔 반석들이 모조리 깨져나가고 지축이 울릴 정도였으나 정작 넘김을 당한 사바신은 그리 충격을 받지 않은 듯했다. 입 밖으로 피가 조금 날 뿐이었다.

“크으‥젠장, 넘겨질 때 입술을 깨물었어‥. 어쨌든 대단한데 말 뼈? 지금까지 이 몸을 이렇게까지 공격한 건 네가 처음이야. 좋아, 육탄전에선 내가 졌다고 치지. 이제 무기로 들어가 볼까?”

사바신은 자신의 등에 매달린 거대 목도를 뽑아들었다. 황색을 띠고 있는 그 목도의 손잡이 부위엔 검은색의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 글자를 알고 있는 지크는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8봉신 영룡(八封神靈龍)–!? 왜 네놈 따위가 그걸 가지고 있지!?”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