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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36화


대회일은 계속 지나갔다. 리오의 네 번째 경기 상대는 보통의 전사여서 무리 없이 통과를 할 수 있었고, 지크의 세 번째 상대와 바이론의 세 번째, 세 번째 상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권을 하고 말았다.

날은 흘러 16강 진출 결정 경기일이 시작되었다. 32강에 뽑힌 사람들 중엔 리오, 지크, 바이론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고 케톤, 그의 조부 하롯, 그리고 그레이 공작 역시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죽거나 기권한 신장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의 신장들도 역시 끼어 있었다.

경기일의 이른 아침, 케톤은 경기장에 가장 일찍 나와 몸을 잠시간 풀어본 후 대회 관계자들이 도착하자 그들이 있는 대회 본부석으로 갔다. 대진표가 궁금해서였다.

“저어‥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케톤이 들어오자 대회 관계자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케톤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대진표가 펼쳐져 있는 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자신의 이름을 따라 손가락을 주욱 올려보던 케톤은 오늘 제1차 경기로 자신과 싸울 상대의 이름을 보고 순간 입을 벌리고 말았다. 케톤이 그렇게 멍청히 대진표 앞에 서 있자, 관계자 중 한 사람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케톤은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저었고, 말없이 본부석을 나섰다. 케톤의 그런 반응을 본 관계자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오늘 케톤과 싸울 상대가 누군지 손으로 짚어보았다. 그의 이름을 본 관계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음음‥이 정도 사나이라면 케톤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텐데‥? 게다가 검도 작년과 같은 평범한 철검이 아닌 레드 노드고‥. 키만 좀 작은 것뿐인데 도대체 왜 축 늘어지는 걸까?”

“‥오늘 케톤이랑 붙을 선수가 누군데? 케톤 정도의 우승 후보자가 이름만 보고 벌벌 떨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그레이 공작님이나 그의 할아버지인 하롯님 외엔 없을 텐데‥.”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 관계자가 물어오자, 대진표 앞에 선 관계자는 그냥 어깨만을 으쓱일 뿐이었다.

“음‥별로 유명하진 않은 선수인데‥이해가 안 가는구만.”

그 관계자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일을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케톤의 경기를 처음으로, 32강전은 시작되었다. 경기장 위에 먼저 올라선 케톤은 아침과는 달리 엄숙한 표정으로 레드 노드를 경기장 바닥에 꽂은 채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대방 선수는 아직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케톤은 눈을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어차피 그와는 한 번 대결해보고 싶었어. 생각만으로 수준 차가 많다고 하며 연습 대전도 회피하고 있었지. 최강의 상대다‥나에게 있어선 좋은 기회일 거야. 마음을 굳게 가져라 케톤·프라밍‥!!’

케톤은 서서히 눈을 떴다. 그 사이 그의 상대는 경기장 위로 올라와 가볍게 목을 풀어주고 있었다. 케톤과 눈을 마주친 그는 곧 씨익 웃으며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고, 케톤 역시 레드 노드를 똑바로 들었다. 그는 큰 소리로 상대방에게 외쳤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그의 상대,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정신 상태는 만점이다 케톤. 실력을 지켜보겠다.”

그들의 경기 전에, 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케톤이 약한 게 아니고, 리오가 너무 강한 것이다.”

“어차피 그가 출전하면서부터 경기 우승은 결정된 것이었다. 케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와 대결해서 목숨만이라도 보존한다면 케톤은 그레이 공작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오에 대해서는 모르고 케톤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케톤이 설마 질 리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케톤은 리오와 자신이 싸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물론 리오가 자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그와 대결할 때 엄습해올 물리적 고통보다는 진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웠었다. 그래서 축 늘어졌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관람석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조부 하롯의 충고가 있은 후였다.

‘진다는 것이 두렵다고? 허허‥못난 녀석, 역시 넌 어리구나. 넌 이 할애비의 전적을 모르고 있는 거냐? 할애비는 지금까지 수없이 싸워왔고, 수없이 이겨왔다. 그러나 수없이 지기도 했다. 난 질 때마다 날 이긴 상대방이 왜 날 이겼는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결론은 딱 하나였지. 그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이었다. 난 그래서 날 이긴 사람들을 이기기 위해 더더욱 수련을 했다. 져보기도 하고 극한 상황에 빠지기도 해야 무인은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말이 길어졌군‥그 리오란 젊은이가 너보다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그와 싸우는 것은 일단 정해진 사실이니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난, 너를 믿는다. …헛헛헛‥이런 말 한 번 해 보고 싶었지.’

조부의 말을 떠올리던 케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리오는 분명 자신의 이런 순간적인 틈이라도 놓치지 않고 공격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레드 노드를 굳게 잡으며 속으로, 그리고 밖으로 외쳤다.

‘관중들이, 리오씨가, 할아버지께서, 하늘이, 그리고 내 자신이 날 보고 있다! 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갑니다! 하아아앗–!!!”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케톤의 레드 노드를 디바이너로 맞받아쳤고, 둘은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를 했다. 케톤은 리오가 맞받아친 순간 자신의 상체가 찌릿해짐을 느꼈다. 힘의 차이겠지 생각한 케톤은 정신을 집중한 채 리오의 디바이너를 밀어내려 애를 썼다. 현재 상황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케톤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있고 리오는 한 손으로 검을 잡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마치 땅바닥에 박힌 거대 암석을 칼로 미는 듯한 느낌이 들은 케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다.

“흡–!”

케톤은 자신의 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리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전진하며 수십 차례 공격을 퍼붓는 이 방법은 지금까지 그레이 공작만이 피할 수 있었다. 몇 번 방어를 하던 리오는 순간 디바이너를 수평 베기를 케톤에게 날렸고, 케톤은 옆구리에 강한 타격을 받으며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크앗–!!”

장외로 떨어진 케톤에게 심판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장외 한 번이라는 것이었다. 32강 경기 때부터는 3회의 장외가 허용이 된다. 물론 10초 이내에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규칙도 있었다. 급히 경기장 위로 올라온 케톤은 자신이 입고 있던 판금 갑옷의 옆구리가 달걀 껍질처럼 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검의 몸으로 날 쳤군. 하긴, 베었다면 난 이미 두 조각이 나 있었겠지.’

갈비뼈가 나가진 않은 것 같아 케톤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취했고, 케톤이 다시 준비가 되자 리오 역시 자세를 취하였다.

“간다!”

이번엔 리오가 먼저 공격을 가해왔다. 케톤은 가만히 서서 막아보려 생각했으나 곧바로 생각을 바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고 느낀 결과 리오가 검을 휘두를 때 나오는 파괴력을 계산해볼 때 아무리 케톤 자신이 땅속에 발을 박고 막는다 해도 자신을 날리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냥 서서 막는답시고 다시 장외로 날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움직이면서 공격받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톤은 리오를 멀리 견제하며 몸을 움직여 나갔고, 리오는 그런 케톤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은 방법이다 케톤! 그럼 이것을 받아보아라!!”

리오의 말이 끝나자, 케톤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오가 갑자기 커진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케톤에게 순간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그대로 공격해도 케톤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오의 스피드가 갑자기 빨라진 것에 그가 당황하고 있는 탓이었다. 그러나 리오는 그대로 공격하지 않고 케톤의 오른쪽 어깨를 자유로운 자신의 왼손으로 짚은 채 몸을 가볍게 띄웠다. 케톤은 어깨에 리오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듯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가만히 서 있었다.

케톤의 뒤로 돌아간 리오는 왼쪽 어깨로 케톤의 등을 강하게 밀어 쳤다.

“헙–!”

퍼어엉–!

“크아앗–!!”

충격에 몸이 북처럼 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케톤은 다시금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리오가 라우소에게 사용한 기술을 다시금 케톤에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날아가는 케톤을 앞질러 위치를 잡은 리오는 검으로 케톤의 몸을 쳐 올렸고, 케톤의 몸은 이번엔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그 모습에 린스는 씁쓸한 얼굴로 손을 이용해 눈을 가렸고, 응원을 온 그레이 공작의 가족과 노엘, 레이 역시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무리다!!”

케톤을 따라 공중으로 떠오른 리오는 어김없이 그를 바닥에 내리쳤고, 케톤은 경기장 바닥에 곤두박질쳐 한 번 튕긴 후 약간 떨어진 곳에 쓰러졌다. 그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케톤이 입고 있던 갑옷의 대부분이 조각이 난 채 바닥에 흐트러진 모습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롯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잘 싸웠다 케톤‥그건 그렇고 네가 벌벌 떠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괜한 말을 해서 널 부추겼구나‥.”

주심은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지만, 리오가 손으로 그것을 제지했다. 경기 규칙상 쓰러뜨린 상대가 카운트를 원하지 않으면 카운트는 취소가 된다. 리오는 디바이너를 땅에 살짝 박고 케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케톤은 시간상 카운트 10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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