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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50화


가까스로 퓨리의 범위 밖으로 피신할 수 있었던 지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폭발점 안을 바라보았다. 그 안의 상황을 형용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였다.

깨끗하다.

땅속에 박힌 바위마저 녹으면서 쓸려 번질번질할 정도였다. 물론 성의 자취를 볼 수는 없었다. 지크는 두 주먹을 움켜쥐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빌어먹을!! 제기랄!!!”

땅을 두어 번 내려치며 분을 토한 지크는 폭풍에 의해 폐허가 된 거리를 뛰며 먼저 간 린스와 미네아, 베르니카를 찾기 시작했다.

레이, 노엘, 루이체는 바이칼과 레디가 친 방호막에 의해 폭풍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주민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레이 공작들이 미처 피신시키지 못한 남부의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텔레포트 존에서 쏟아져 오던 벨로크 공국의 나찰, 수라들과 오크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레디는 급히 방호막을 걷고 근처에 부상을 입은 주민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루이체 역시 그를 거들었다. 노엘과 레이는 전투로 인한 정신력의 소모 때문에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심각한 얼굴로 퓨리가 발동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엘은 슬쩍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보세요, 왜 그러시죠?”

바이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다가 노엘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차갑게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 여기 가만히 있어라. 레디, 너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네가 가즈 나이트라 하더라도 어림없어. 나라도‥리오라고 해도‥!!”

“이, 이 바보!!”

그 순간 루이체가 뛰어들며 바이칼의 입을 손으로 막고 인상을 쓴 채 속삭이기 시작했다.

“바보야, 그렇게 되면 오빠가 가즈 나이트라는 것에 들통나게 되잖아!! 어쩌려고 그래!!”

바이칼은 루이체를 툭 떼어놓으며 말했다.

“흥, 까짓 거 아무려면 어때. 뭘 말하든 지금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잖아. 모두 여기서 가만히 있어. 내가 간다.”

“기, 기다리십시오 바이칼님!!”

레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이칼은 퓨리의 발동 지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레이는 불안한 얼굴로 퓨리의 발동 지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노엘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상해요, 빛이 난 쪽에서‥무서운 기운이‥사악한 기운은 아닌데도‥무서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노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왕궁 쪽에 시선을 돌렸다. 건물과 흙먼지로 인해 일어난 스모그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왕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모두‥어떻게‥!”

“‥.”

리오는 공중에 뜬 상태로 바로 아래의 지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알현실의 조각과 세 명의 여자, 그리고 워닐만이 남아 있었다. 오른쪽 하늘엔 맨티스 퀸이 떠 있었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가 세 여자에게 정중히 예를 올린 후 워닐과 함께 옆에 섰고 곧이어 남서쪽에서 네 개의 빛이 비틀거리며 날아왔다. 슈렌에 의해 쓰러졌던 신장들이었다. 쓸데없는 살생은 하지 않는 슈렌의 인성 때문에 목숨은 부지한 것이었다. 그들 역시 세 여자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 동남쪽에서도 하나의 빛이 날아왔다. 신장, 별의 발러였다. 그 역시 세 여자에게 예를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분노의 여신 이스말‥, 고대의 여신 요이르‥, 망자의 여신 마그엘‥. 저들이 바로 여신들‥!”

리오는 한숨을 쉬며 안고 있는 레프리컨트 여왕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은 솔직히 방해가 되는 존재였지만 그가 바이론이 아닌 이상 어쩔 수는 없었다. 곧, 그의 뒤로 두 개의 물체가 접근해 왔다. 붉은 빛과 황색의 빛‥슈렌과 사바신이었다.

“‥칫, 결국엔 막지 못했군.”

사바신은 리오의 옆에 서며 이를 갈았고, 슈렌은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들이 그 여신들인가?”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슈렌에게 여왕을 넘겨주었다. 슈렌은 여왕을 받아 안은 후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설마 무모한 짓은 안 하겠지? 누구처럼 생각이 없는 녀석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사바신은 슈렌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리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군, 슈렌‥.”

그러자 슈렌은 눈을 크게 떴고 사바신 역시 놀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이, 이봐 빨간 머리!! 아니, 리오·스나이퍼라고 했나? 어쨌든 주신께 네가 최강의 가즈 나이트라는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었지만 저들은 여자지만 신이야!!

게다가 지금은 차원이 막혀 있어 그 할아범이 안전 주문을 풀어주지 못한다고!! 그냥 깨진단 말이야!!!”

리오는 곧장 아래로 내려가 버렸고, 슈렌은 말리려 했지만 결국 고개를 떨구며 사바신에게 말했다.

“‥가자 사바신.”

사바신은 무슨 소리냐는 듯 슈렌의 앞에 서서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넌 또 뭐야!! 아무리 기사들이 싸움에 임하면 후퇴하지 않는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려!! 3개월이나 개죽음을 당해야 한단 말이야!!!”

슈렌은 순간 인상을 찡그리며 사바신을 바라보았고, 사바신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슈렌은 천천히 얼굴을 풀며 조용히 말했다.

“‥저 녀석이라도 막지 않는다면 우리뿐만 아니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음을 당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이 세계를 구할 방도는 없다. 물론 저들의 목적은 세계의 파괴나 정복이 아니지. 하지만 저들의 뜻대로 되면 얼마 전 일어났던 [고신 전쟁]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환수신 프시케님의 힘으로 힘을 역전시켜 어찌어찌 이겼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저들은 정식의 신이다. 힘뿐만 아니고‥어쨌든 지금은 말할 상황이 아니다. 어서 동료들과 이곳 주민들을 피신시키자.”

슈렌이 길게 하는 말은 무조건 심각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바신은 대꾸 한 번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곧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 깔려 있는 거야!”

한없이 찾아다니던 지크는 가옥의 파편에서 몸을 일으키는 카루펠을 볼 수 있었다. 등으로 꽤 큰 가옥의 지붕을 밀고 몸을 일으켰으니 보통 말은 확실히 아니었다. 또 한 가지, 카루펠의 배 밑에는 세 명의 여자가 무사히 있었다. 린스는 머리를 감싸며 그 밑에서 빠져 나왔고, 미네아와 베르니카도 곧 빠져 나왔다. 지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헤이! 무사했군요!!”

지크의 목소리를 들은 미네아는 약간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베르니카는 덤덤히 지크를 바라보았다. 린스는 약간 인상을 쓰며 지크에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젠장, 말 목욕 좀 시켜! 살려줘서 고맙긴 하지만 냄새가 옷에 배었잖아!!!”

지크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쳇, 어쨌든 빨리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요. 언제나처럼 꽁꽁 모여있을 게 뻔하니까요.”

“응‥으앗! 왜 그래 이 미친 말아!!!”

카루펠은 콧김을 뿜어내며 린스의 옷 뒤를 입으로 잡아 올린 후 자신의 등에 태웠고 베르니카와 미네아는 카루펠의 뜻을 알아챈 듯 카루펠의 등에 올라탔다.

넓디넓은 전장엔 리오 혼자뿐이었다.

리오가 지상에 내려오자, 여신들에게 힘을 다시 받은 신장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그들은 리오가 후퇴할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리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앞에 선 것이다. 루카가 리오에게 물었다.

「어째서 넌 도망치지 않는 것이지? 다른 동료들은 다 갔지 않나? 넌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냐?」

리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별로, 좀 많이 죽어봐서 두려움 따윈 없지.”

그러자, 아직 남아있는 왕궁의 파편, 옥좌에 앉아 있는 마그엘이 리오를 바라보며 신장들에게 말했다.

「가즈 나이트들에겐 목숨 따윈 그들 자신의 시간으로 3개월간 자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아요. 그건 그렇고‥가즈 나이트들은 주신께서 안전 주문을 풀어주시지 않으시면 힘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다 들었는데‥왜 우리들 앞에 다시 선 거죠? 이유를 듣고 싶군요.」

리오는 천천히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나누어 꺼내든 후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대답했다.

“‥별로‥이유는 없습니다 마그엘 신. 딱 하나‥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 순간, 리오의 이마엔 두 개의 회색 무늬가 떠올랐다. 그 무늬는 곧 양옆에 하나씩 더 생겨났다. 이마에 네 개의 회색 무늬가 떠오른 리오의 몸에선 곧 엄청난 양의 푸른색 기가 뿜어지기 시작했고 신장들은 리오에게서 느껴지는 힘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세 여신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리오는 말을 마무리했다.

“‥예외도‥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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