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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56화


“이, 이거 놓으세요!! 전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 무단으로 체포하는 것은 국제법상‥!”

파악–!!

장교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티베의 얼굴을 내쳤고 티베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기절하고 말았다. 장교는 자신의 손을 쓰다듬으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장갑차로 수송해라! 버릇없는 계집 같으니‥우리가 곧 법인데 다른 법을 들먹이다니!! 자, 경상이나 몸이 온전한 자는 모두 끌고 가고, 중상 이상의 녀석들은 모두 건물에 놔둬라!! 이 건물은 모든 연료를 뺀 후 곧 폭파시킨다!!!”

병사들과 장교는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상엔 어느새 수많은 장갑차들과 전투 차량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흡유 트럭들도 또한 있었다. 공항에서 사람들과 비행선용 연료를 모두 뺀 그 정체불명의 군인들은 건물 1층에 고성능 플라스틱 폭탄을 장치하기 시작했다. 흔적을 깨끗이 지우려는 듯했다.

장갑차에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피던 장교에게 한 병사가 달려왔다.

“대령님, 폭약 장치 완료입니다!! 비행선들은 어떻게 할까요!!”

장교는 지휘봉으로 병사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쏴서 떨어뜨려.”

병사는 경례를 붙인 후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대공포 차량들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후, 또 한 명의 병사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대령님! 생체 레이더에 고속 물체 발견입니다!!! 속도를 보아 20초 후 이곳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장교는 순간 눈을 움찔하며 스피커폰을 통해 전 병사들에게 급히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들어라!! 전 부대는 급히 이동 준비하라, 반복한다, 이동 준비하라!! 대공포 부대는 후방 방어를 맡고 토우 미사일 부대는 전방과 옆을 맡아라!! 그리고 건물은 어서 폭파시‥.”

대령은 순간 말을 멈추고 장갑차 안에 몸을 들이밀었다. 급히 들어가는 바람에 팔꿈치를 깼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젠장, 또 저 녀석이!!!”

대공포 부대 대원들은 속으로 자신들의 어머니 이름을 외치며 제발 살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저 괴물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대공포 부대 대원은 단 두 명뿐이었다. 죽은 사람들의 명단은 200명 이후로는 기억하기 힘들었다.

“온다, 갈겨라–!!!”

파앙–!!!

거대한 물체가 빠른 속도로 대공포 부대의 위를 스치듯 지나갔고, 그와 동시에 일곱 개의 대공포 중 다섯 개가 커터에 잘린 듯 두 동강이 나며 폭발해 사라졌다. 그 물체는 그 소 부대 중앙 상공에 뜬 후 자신의 큰 날개를 펼치며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

날개의 전체 길이는 족히 잡아도 40m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았다. 몸 길이 역시 40m 안팎이었고 몸에 붙은 장갑질의 거대한 비늘들은 현대 무기들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 바로 전설상의 생물인 드래곤이었다.

“세, 세상에‥!!”

병사들은 이상한 기운에 몸이 눌렸고 공포에 질렸다. 견착식 토우 미사일 발사기를 가지고 있는 병사들 역시 미사일 조준기를 작동시킬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장교 역시 겁에 질린 표정이었으나 그는 살기 위해 병사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 공격!!!! 뭐 하나, 쏴라!! 쏘면 살 수 있다!!!!”

그 장교의 목소리는 처절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 같은 장갑차 내에 있던 티베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상공을 바라보았다.

“‥드, 드래곤!? 이 세계에 저런 것이 진짜로‥!!!”

당황함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티베는 드래곤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번뜩인 것을 보고 순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정말 잠깐뿐이었다. 그 번뜩임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반사광인가?”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방아쇠와 발사 스위치에 놓여진 손가락에 힘을 가하자, 드래곤 역시 입을 벌리며 푸른색의 브레스를 뿜기 시작했다. 그 브레스가 한 번 지나간 자리는 어떤 폭탄을 사용한 것보다 더한 폭발이 발생했고, 브레스의 열은 장갑차의 합금 따위는 단번에 녹여 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브레스 한방에 그 소 부대의 절반 이상이 사망자로 처리되었다. 장교는 재빨리 장갑차 운전병에게 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 장갑차를 중심으로 잔류 부대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면서 빠른 속도로 저공 비행을 해 장갑차들의 위를 스치고 지나갔고, 이번엔 장갑차들의 포탑이 무언가에 잘려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으윽, 젠장!!!”

포탑이 사라져 전투 능력을 반 이상 상실한 장갑차는 더 이상 전투 무기가 아니었다. 병사들의 수송 수단에 불과했다. 그 드래곤은 장갑차들과 속도를 맞춰 날면서 내부가 드러난 장갑차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장교가 있는 장갑차를 보고 곧바로 입을 벌리며 다른 장갑차들에게 브레스를 선사했다. 견딜 수 있는 장갑차는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장교가 탄 장갑차와 또 다른 한 대의 장갑차였다. 나머지 한 대의 위로 위치를 바꾼 드래곤은 그 장갑차를 앞다리로 잡았고 장갑차는 가볍게 공중으로 들렸다. 드래곤은 엄청난 완력으로 장갑차를 깡통 구기듯 구긴 후 뒤로 던져 버렸다. 던져진 장갑차는 곧 폭발해 사라졌고 드래곤은 마지막 남은 장교의 장갑차 위로 날았다. 장교는 용감히도 권총을 쏘며 저항했으나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드래곤은 간단히 장교만을 골라 밖으로 던져 버렸고 시속 80km로 달리던 장갑차에서 떨어져 버린 장교는 그대로 목이 부러져 즉사하고 말았다. 드래곤은 이번엔 티베를 집어 올렸다. 티베는 살려달라 소리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드래곤은 별로 죽일 마음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티베를 안전하게 감싼 후 브레스로 마지막 장갑차를 소멸시켜 버렸다.

트럭에서 풀려난 베셀과 다른 사람들은 시커멓게 그을린 현장을 돌아보았다. 단 한 방에 그 현대식 무기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베셀은 카메라가 자신의 손 안에 들려있지 않은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저, 저길 보시오!! 드래곤이 다시 이쪽으로–!!!”

베셀은 오 하느님을 외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드래곤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는 무언가를 잡고 있는 듯했다. 가만히 그쪽을 바라보던 베셀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티베!! 티베야 티베!!!”

그와 함께 있던 스텝들은 깜짝 놀라며 드래곤의 손 안에 들려 있는 티베를 바라보았다. 티베는 의외로 신난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 뭐지 저 반응은?”

드래곤은 날개를 살짝 펄럭이며 티베를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그 후 다시 몸을 공중에 솟구쳤고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베셀은 티베에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티베는 괜찮다는 듯 윙크를 해 보였다.

“티베, 괜찮은 거야? 다친 데 없어?”

“없어요, 괜찮아요 선배님. 근데, 선배님은요? 저 때문에 천정에 깔리신 것 같은데요?”

베셀은 자신도 그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나도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는데‥잘 모르겠어. 정신이 들어 보니 군용 트럭 안이더라고. 그런데, 저 드래곤이 왜 티베를 살려줬을까? 이상한데?”

티베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음‥글쎄요. 책에서 보면 드래곤들이 인간보다 머리가 더 현명하다고 나오긴 한데요‥정말 그래서 절 구해준 것일지도 몰라요. 어쨌든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죠.”

베셀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티베의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그래‥그렇게 생각하지. 자, 그런데 어쩌지? 오늘 내로는 프랑스에 돌아가기 힘들 것 같은데‥폭탄도 아직 있는 것 같고 말이야.”

“‥하아아‥.”

티베를 비롯한 전 스텝들은 상부가 무너져 내린 공항 건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하루가 늦어져 겨우 프랑스에 돌아온 티베는 드래곤에게 잡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체 검사를 받은 후 집에서의 일주일간 요양을 방송사 상부로부터 받게 되었다. 집에서의 할 일이 먹고 자는 것 외엔 없는 티베는 한숨을 쉬며 글을 쓰는 자신의 친척–사실은 친척이 아니다. 사람들에겐 그냥 그렇게 알려져 있다–인 올해 나이 30세에 접어드는 힐린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구겨져 방 이곳저곳을 어지럽히고 있는 프린트 용지가 티베의 눈을 자연스럽게 찡그렸다.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에 떠오르는 글씨에 집중을 하고 있는 힐린의 모습을 본 티베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마실 것 갖다 드릴까요?”

힐린은 삼각형으로 생긴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아니, 됐어. 잠깐만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얘기 좀 할 게 있으니까 말이야.”

티베는 문을 닫고 나서며 대답했다.

“예에, 빨리 오세요.”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상 그녀는 빠르면 두 시간 이후에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티베는 TV 앞 소파에 누워 요즘 잘 나간다는 TV 코미디물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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